유방(劉邦), 중국 최초 평민 출신 황제

기호일보 2026. 4. 20. 15: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유방, 평민 출신으로서 중국 최초로 황제에 오르다.
문승용 한국외국어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진나라 수도 함양궁에 허락 없이 진입했던 유방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당당하게 궁궐에 들어간 항우는 2세 황제 호해(胡亥)의 뒤를 이은 3세 황제 자영(子嬰)을 죽이고 함양궁을 불사른 뒤에 팽성(彭城)에 도읍을 옮기고 스스로 세상을 제패한 왕이라는 의미인 패왕(覇王)이라 일컬었다.

만약에 항우가 이때 권력을 잘 보전, 나라를 이어갔더라면 진시황제가 정했던 황제(皇帝)라는 칭호 대신 패왕이라는 칭호가 이후 역사에서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자기 부하이면서 평민 출신이었던 유방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항우는 병법에 뛰어나고 천하장사라고 일컬어질 만큼 힘이 센 장수였지만 정치 술수를 부리는 데에는 미숙했다. 게다가 본래 항우 휘하에 있었던 한신(韓信)과 같은 유능한 장군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자 항우로부터 도망쳐서 유방 밑으로 가게 되는 등 부하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불운한 영웅으로 남고 말았다.

반면에 평민 출신이었던 유방은 젊은 시절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한량이었다. 지금의 마을 이장과 같은 직위라고 할 수 있는 정장(亭長)으로 낮은 벼슬아치 신분이었다. 당시 정(亭)이라는 행정단위가 사방 1리(里)라고 하니 요즘의 시골 마을 정도되는 규모에서 허드렛일하는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 유방은 마을 사람들과 자주 어울려 다니며 외상술을 마시곤 했다. 유방이 아무리 공짜 술을 마시더라도 술집 주인은 굳이 외상값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방이 다녀간 술집에는 동네 사람들도 덩달아 몰려와 오히려 매상을 올리는 데 큰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이 또한 유방이 사람을 모아 끌고 다닐 줄 아는 정치인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허세가 심했던 유방을 마음에 들어 했던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이웃 마을에 살던 여문(呂文)이었다. 어느 날 여문은 유방의 고을 수령이 주최하는 연회에 왔다가 유방의 관상을 보고는 흡족하게 여겨 자신의 딸 여치(呂雉)를 바로 시집 보내 유방을 사위로 삼았다. 여문은 아들 둘과 딸 둘을 두었다. 그때까지 여치에게 여러 차례 좋은 혼처가 나타났지만 여치가 곧 있으면 더 좋은 사윗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면서 시집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던 유방을 한번 보고는 자신의 딸을 시집보낸다고 하니 아내를 비롯한 집안사람들 모두 황당해했지만 여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무튼 뒷날 여문은 황제를 사위로 둔 덕에 후작(侯爵)의 벼슬에까지 올랐으니 관상 한번 잘 보고 자신과 집안 형편이 단번에 폈다고 할 수 있다.

항우와의 천하 쟁탈전에서 승리한 후 한나라를 세우고 황제에 오른 유방은 이전 진나라 때 백성들이 가혹한 법 때문에 고통스러워 민란이 일어났고 결국 진나라가 망하게 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 때문에 살인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싸워 다치게 하지 말고 도둑질을 하지 말라며 약법(約法) 세 가지 조항만을 남겨두고 진나라의 모든 법을 폐기했다. 이러한 조치는 백성들로부터 당연히 환영을 받았다.

항우가 자신의 집안과 뛰어난 무예에 자만했던 것에 반해 평민 출신이나 다름없었던 유방이 황제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유방이 자신의 결점을 잘 알고 장량(張良), 한신(韓信), 소하(蕭何)과 같은 여러 인재를 두루 받아들이고 항우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세력들까지도 포용, 성공에 디딤돌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지방선거 준비로 나라가 온통 들썩이고 있는데 정치 활동에 뜻을 품고 있는 이들은 정치인으로서 유방의 인물됨을 잘 거울삼아야 할 듯싶다.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