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배추에도 강건너 불구경?…식량 안보가 걱정이다[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기후변화 따른 농산물 물가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주도
최근 5년간 농식품부의 관련 연구 용역은 단 1건에 불과
벨기에, 첨단온실시스템 '에코트론' 통해 2040년 기후에 맞춰 배 재배 실험 진행
방글라데시, 올해 1월 차이니즈 캐비지(Chinese cabbge) 중국에 첫 수출
한국도 식량 안보 위한 장기적인 연구와 대책 필요해
◆ 홍종호> 다음 두 번째 소식으로 가볼까요?
◇ 최서윤> 다들 관심 아주 많으신 소식입니다. "배추 2만 원 기후플레이션, 농식품부는 강 건너 불구경?"
◆ 홍종호> 배추 2만 원. 상상이 안 되는데 저도 얼마 전에 밥 먹으러 갔다가 김치 적게 줘가지고 주인께서 좀 더 달라고 그랬더니 못 준다고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제가 직접 경험한 적 있어요. 설렁탕집이었는데 김치를 조금밖에 안 주더라고요. 세 포기에 5만 원을 주고 사 왔다고 직접 보여주는데 제가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였어요.
우리 방송에서도 얼마 전에 겉절이 김치 담그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 없어진다, 중국산 김치 최대치다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죠. 금배추 파동이 그러면 더 심각해진 건가요?
◇ 최서윤> 일단 조금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올해 계속 배추가 비쌌어요. 그러다가 여름 배추에서 이렇게 파동이 더 커진 건데 그래도 조금 늦긴 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말에 중국산을 좀 수입했어요. 초도 물량 16톤을 들여와서 아예 공개를 했어요. 이거는 식자재 업체나 식당, 김치공장 이런 데서 사용을 하게 돼요. 그러면 우리 가정용으로 소비하는 배추 수요를 조금 완화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그 뒤에 얼마큼을 또 수입을 할 수 있을지 조금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기후변화로 인한 이런 농산물의 주산지 변화가 지금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게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에요.
보니까 원래 정부가 추석 전에 이런 파동을 막기 위해서 추석 전에 배추를 수입을 하고 싶었대요. 그런데 중국도 아시다시피 올해 가뭄 폭염 그다음에 강한 비 이상기후 현상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서 제일 심했잖아요. 그래서 좀 품종이 좋은 상품에 배추를 찾고 물량을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은 작업이라고 하더라고요.
◆ 홍종호> 사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배추에 대해서 그렇게 선호도가 높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 그마저도 수입이 쉽지 않다는 상당히 좀 어려운 소식인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 동향 보면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6%였어요. 그런데 농산물 물가 상승률만 유독 이 3.3%여서 지금의 이 물가 상승은 농산물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 거죠.
◇ 최서윤> 맞습니다. 저도 사실 물가 안정됐다는 게 체감이 안 될 정도로 너무 비싸요. 품목별로 좀 보시면요. 지금 금배추는 정말 금배추예요. 작년 이맘때보다 50% 넘게 올랐어요. 그리고 그러면 배추 좀 대체할 만한 무도 있어야 되잖아요. 무도 40%가 넘게 올랐고. 상추도 30% 넘게 오르고 풋고추도 27% 거의 30% 올랐죠. 이뿐만 아니라 어류, 조개, 과실 이런 신선식품 지수 전체가 아예 3.4%가 올랐어요. 이러면 물가 안정됐다. 3년 반 만에 2% 아래로 떨어졌다 해도 이게 체감이 되기가 좀 어렵죠.
그런데 저는 여기서 가장 장기적으로 우리가 고민을 해야 되는 거는 이거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지금은 비싸게 주고 먹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비싼 돈을 주고도 예전에 먹던 걸 못 먹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겁니다.
◆ 홍종호> 그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 최서윤> 해외에 나가보신 경험 있으신 분들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6개월 정도 유럽 쪽에 있을 때 그쪽에 한인 마트나 이런 게 없었어요. 근데 김치가 먹고 싶어서 배추 대신에 배추 비슷하게 양배추, 그다음에 젓갈이 없으니까 앤쵸비, 그다음에 고춧가루는 한국에서 조금 가져간 게 있었는데 조금이니까 그거를 다 쓸 수는 없고 피망 가루 이런 거를 넣고 '김치 같은 걸' 담가 먹었어요.
비슷하게 생긴 채소들을 모아서 담그는데 그냥 샐러드 같은 그런 맛이 나거든요. 근데 그걸로라도 조금 향수를 달랬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요. 앞으로는 지금 우리나라에 그냥 살면서도 예전에 먹던 거를 그대로 먹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식성을 그냥 좀 바꾸고 적응을 하면서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걸 먹고 그러다 보면, 우리만의 고유 음식 이런 것들도 좀 만들어 먹기가 어렵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 홍종호> 다른 것도 아니라 김치라 제가 들으면서 좀 마음이 우울해지는데요. 저도 유학했던 대학이 그렇게 큰 대도시에 있지 않아서 가끔 대도시에 가서 김치를 사 옵니다. 저는 뭐 담아먹을 재주는 전혀 없으니까 큰 유리병에 든 김치를 큰 걸 가져와서 제 기숙사 방에 자그마한 냉장고 있잖아요. 거기에 넣어놓고 그걸 아껴 먹는 거예요. 자주 갈 수도 없고 하니까 그래서 어떤 때 너무 먹고 싶으면 밥도 없이 그냥 김치만 이렇게 주워 먹어도 그거 먹어도 마음이 뭔가 위로가 되고. 한 30~40년 전 일인데요.
우리 국민에게 김치는 좀 특별하잖아요. 배추라는 거는 그래서 앞으로도 말씀하신 대로 이 문제가 계속되고 수입도 중국에서 이렇게 여의치 않다고 하고 굉장히 값이 오를 거고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계속 들어요. 올 초에 금사과 금배추 전에 금사과 파동도 있었잖아요. 지금 그래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 최서윤> 좀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마련을 해야 되는데 사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 앞두고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실에서 이런 지적을 했어요. 농식품부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대책이 심각하게 미흡하다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요. 농식품부에 최근 5년간 농작물 기후 변화 관련해서 연구용역 발주 현황 자료를 요청을 했는데 5년간 달랑 1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 홍종호> 이게 지금 여당 의원이 지적한 거죠.
◇ 최서윤> 맞습니다. 그 1건도 기후 변화가 농업용수에 미치는 영향 관련해서 배수 개선 시설 개보수 같은 사업이고요. 식량 안보와 관련된 것들 먹거리 지키고 먹거리 확보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 미흡하다는 지적이에요. 다른 부처랑 비교를 해봐도 환경부는 아무래도 가장 영향이 있으니까 12건, 기상청 8건, 행정안전부 7건 했는데 정작 우리 식량 안보가 지금 기후변화로 흔들리고 있는데 여기 일선에 서야 될 농식품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이런 지적이 나왔어요.
◆ 홍종호>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네요.
◇ 최서윤>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잖아요. 그에 맞는 품종 개발에 좀 나서야 되고 지속 가능한 식량 공급을 위해서 농업 생산 시스템을 구축을 해야 된다. 좀 근본적인 데 좀 나서야 된다 이렇게 독려한 거죠. 그래서 우리 기후변화 영향 좀 이렇게 미리 관측을 해서 예를 들어서 금사과 파동이 나기 전에 올해 사과가 좀 부족할 것 같으면 대체 과일을 좀 심을 수도 있고요.
배추도 사실은 이번에 여름 배추 파동이 나기 전에 그러니까 씨를 먼저 뿌리잖아요. 근데 지금 가을 배추를 8월에 씨를 뿌렸나 봐요. 근데 그게 작년에 한 양보다 수확량보다 좀 적게 뿌렸대요. 그래서 지금 김장 대란이 날까 봐 농식품부가 지금 김장 대란만은 막으려고 수확량을 좀 늘리려고 어떻게든 경작을 확대하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긴 해요.
근데 이걸 좀 더 미리 예측할 수도 하면 좋지 않았을까. 농산물은 그런 연구를 좀 선행해서 해야 되지 않을까. 앞으로 더 심해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가격도 가격이고 일단 우리의 먹거리를 좀 유지를 하는 측면에서 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
◆ 홍종호> 서천호 의원의 지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저도 생각을 하는 것이 이 농산물은 미리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올해 수확량이 특정 품목이 적었으면 내년 되면 이게 값이 오르겠구나 이게 사실은 사과 같은 경우 대표적으로 작년에 이미 출하량 자체가 30% 감소했기 때문에 맞아 올해 들어서 올라갈 것이라는 것은 농수산부의 관계자라면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거였어요.
근데 사실 여기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거여서 말씀하신 대로 이 가을 배추는 특히 전남 해남이 집산지로 제가 알고 있는데 여기도 지금 벌써 좀 문제가 생산량에 문제가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선제적인 대응이 꼭 필요하겠죠.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 최서윤> 찾아보다가 벨기에 사례가 좀 재미가 있어서 소개를 드릴게요. 2040년의 기후에 맞춰서 그때 변화의 기후 환경에 맞춰서 배를 재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대요. 우리는 서양배라고 하죠. 벨기에 배 수확량이 좀 줄고 있대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전년 대비 27%까지 줄었기 때문에 이런 연구를 좀 시급하다고 생각해서 시작을 했나 봐요.
◇ 최서윤> 벨기에 핫셀대학교에 에코트론(ecotron)이라는 게 설치됐어요. 여기 보면 약간 첨단 온실처럼 생겼죠. 환경 조건을 제어해서 인공 생태계를 이 안에 조성을 한 거예요. 돔 모양의 에코트론 안에 예측되는 2040년의 기후 조건을 재현해서 이 안에서 서양배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는 거죠.
◆ 홍종호> 완전한 실험을 하는 거군요.
◇ 최서윤> 예. 그래서 20년 뒤면은 지금보다 폭염, 가뭄, 홍수 더 잦을 거잖아요. 그리고 온도도 좀 더 높게 구현을 했다고 하고요. 그다음에 공기 중 탄소 양까지 예측해서 구현해서 봤더니요. 안타깝게도 20년 뒤 2040년이 되면 서양 배는 이 배는 더 높은 온도에 노출이 돼서 지금보다 설탕은 더 많이 함유하는데 단단하지 못하고 무른 걸로 나타났대요. 그러면 장거리 유통 판매 수출 이런 것들이 좀 어려울 수가 있어요.
◆ 홍종호> 배는 무르면 맛이 없잖아요. 배가 아삭해야 되는데.
◇ 최서윤> 맞습니다. 그리고 또 가뭄이 심해질 거기 때문에 관계 시설에도 좀 신경을 써야 된다 이런 결론이 나왔대요. 생산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겠죠. 비교적 그래도 배는 다른 작물에 비해서는 기후변화 영향이 좀 덜할 거라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결론이 나왔는데 3년 동안 좀 더 지속해서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구 온난화로 배 수확량이 어떻게 바뀌는지, 또 농업 생태계 변화의 전반을 이 실험을 통해서 관찰한다 그런 계획입니다.
◆ 홍종호> 사실은 배는 우리나라 배가 서양 배보다 훨씬 맛이 있는데 혹시 이러다가 우리나라 배는 서양에서 자라고 또 서양배는 우리나라에 자라고 막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
◇ 최서윤> 그런 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먹던 게 바뀌고 망고 파인애플 우리가 수출하게 되는 거 아닌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거랑 좀 비슷한 예측을 하나 가져왔어요. 우리 배추가 한국이랑 중국에서 주로 먹는다고 해서 영어권에서 차이니스 케비지라고 부르는데 이런 기사가 있어요.
방글라데시에서 이 차이니스 케비지 배추 품종을 재배를 해서 올해 1월에 중국으로 첫 수출을 했대요. 2만 3천kg 정도를 처음으로 수출했는데 방글라데시 현지에서는 앞으로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좀 수요가 있을 걸로 보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겠다 이런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방글라데시가 우리가 먹는 배추를 전략 작물로 생각하는 세상이 되는 건가요? (웃음)
◇ 최서윤> 방글라데시 기후에서는 주로 한겨울에 수확량이 제일 많대요. 그러면 우리 지금 김장 대란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게 조금 어려울 때 한겨울쯤에 방글라데시에서 우리가 수입해다 먹게 되는 그런 수도 있겠죠.
◆ 홍종호> 사실은 제가 평생 기후 환경 분야의 경제학을 연구하고 해왔습니다만 최근에 이런 변화는 너무나 속도가 빨라서 저 자신조차도 참 적응하기가 힘든 굉장히 참 굉장히 변화무쌍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럴수록 정말 정부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최소한 우리 국민의 먹거리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정말 단기 대책, 중장기 대책을 다 꼼꼼히 따져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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