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재고 있나요"…한강 책 찾아 서점 오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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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점에 오픈런하는 건 볼 수가 없던 광경인데어제 지인들로부터 '채식주의자'를 따로 줄 수 있냐는 연락이 쇄도하더라구요."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의 교보문고에서 일하는 50대 김은옥씨는 책을 사러 오픈런을 하는 광경은 근래 들어 처음이라며 "키오스크로 재고 검색을 해도 수량이 없다고 나오니까 직원들에게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가 진짜 없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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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한강 소설 사러 이어지는 오픈런
소설가 "한국서 수상한다면 다들 한강 예상"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김윤아 인턴기자 = "이렇게 서점에 오픈런하는 건 볼 수가 없던 광경인데…어제 지인들로부터 '채식주의자'를 따로 줄 수 있냐는 연락이 쇄도하더라구요."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의 교보문고에서 일하는 50대 김은옥씨는 책을 사러 오픈런을 하는 광경은 근래 들어 처음이라며 "키오스크로 재고 검색을 해도 수량이 없다고 나오니까 직원들에게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가 진짜 없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1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날(10일)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서울 양천구 일대 서점에는 오전부터 한강의 책을 사기 위한 오픈런이 이어졌다. 이날 김씨는 재고가 남은 게 있는지 묻는 이들의 끝없는 질문 세례를 받고 있었다.
지난 2022년 포켓몬빵 대란 때처럼, 한 직원은 가로 42㎝, 세로 33㎝의 박스에 '소년이 온다' 책 4권을 슬그머니 꺼내며 "남은 재고가 이것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9일에 '소년이 온다' 발주를 4개만 넣었는데 이제는 얼마나 더 시켜야할지 모르겠다"며 "2020년대부터 사람들이 책을 덜 읽어 노벨문학상 판매량이 저조했는데 올해까지는 많이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책을 주문했으나 받으려면 한 달 정도 걸린다는 반응도 있었다. 평소에 지인에게 책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50대 박순덕씨도 "뉴스를 보자마자 빠른 배송으로 '채식주의자' 5권을 주문했는데 11월1일에나 온다더라"며 "소장용 사려고 아침부터 서점을 두 군데나 돌았는데 재고가 다 없다고 하더라"고 아쉬워했다.
평소 책을 읽지 않던 이들도 오픈런 대열에 합세했다. 최다희(36)씨는 "원래 한강 소설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해서 잘 안 읽어봤는데 이번에 책을 좀 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왔다"며 "책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중고 서적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보였다. 류경은(23)씨는 "중고서적이라도 있을지 보러 왔는데 오픈할 때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앞에 온 사람들이 이미 다 사간 것 같았다"고 했다.
류씨는 "국어국문학과를 나와서 평소에 한강 소설들도 좋아하고 추천도 많이 해줄 정도여서 뉴스를 보자마자 너무 기뻤다"며 "이번에 소설을 받을 줄 알았다"고 웃어보였다.
예상치는 못했던 반응이지만 문단 내부에서도 이번 수상을 크게 축하하는 분위기다.
A 문예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한 소설가는 "아마 다들 노벨문학상이 한국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만약 받게 된다면 다들 한강 선생님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되짚어보고 문학의 역할과 사회적 기능을 상기하게 될 만한 '터닝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강은 지난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frie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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