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카운트] ‘KS MVP의 귀환’ 김현수, 세 번째 FA에서 마지막 선택을 고민하다

야구는 끝내 타이밍의 예술이다. 그리고 2025년 가을, 김현수는 그 예술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다시 새겼다.
육성선수로 출발해 메이저리그를 거쳐 돌아와 KBO 최고 연봉자 반열까지 올랐던 사나이.
그가 어느덧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약 옵션을 충족하지 못해 FA 시장에 나오게 된 ‘실패의 순간’은,
정작 2025 한국시리즈 MVP라는 최고 훈장을 단 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기막힌 반전’으로 이어졌다.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김현수가 남긴 기록은 숫자로도 숨이 찬다.
타율 0.529, 1홈런, 8타점. 특히 결정적 장면마다 스윙 하나로 시리즈의 흐름을 뒤집으며 그를 따라붙던 “가을엔 약하다”는 조롱 섞인 꼬리표를 스스로 뜯어냈다.
LG가 2년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제패에 성공한 배경에는 김현수의 ‘가을의 재발견’이 있었다.
LG는 이미 잔류 의지를 공식화했다. 차명석 단장은 “옵션 미충족분 2년 25억은 기본”이라며 사실상 최저선을 제시했다.
여기에 정규시즌 타율 0.298, 90타점, OPS 0.806, WAR 3.19, 그리고 KS MVP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진다면 계약 총액은 자연스럽게 두 자릿수 억대를 넘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계약에서 총액 95억 이상이 찍힌다면, 김현수는 2018년(4년 115억), 2022년(4년 90억)에 이어 KBO 최초의 ‘FA 누적 300억 시대’를 여는 두 번째 선수로 올라선다.
현재 그 대기록을 보유한 인물은 단 한 명, 최정뿐이다. 300억의 금자탑이 김현수 앞에 어렴풋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김현수의 진짜 가치는 돈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LG의 내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그가 입단한 2018년이다.
훈련장에선 그는 ‘잔소리꾼’을 자처했다. 경기장에서는 ‘가장 먼저 나가고, 가장 늦게 들어오는’ 베테랑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그를 보며 배웠고, LG는 조금씩 강해졌다.
김현수가 있었기에 LG는 한때 ‘가을의 약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두 번의 우승을 손에 넣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FA는 언제나 한 구단의 의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2025년 두산은 과거와 다르다. 모기업의 재정 안정, 외야 보강 필요, 보상선수 없는 C등급 FA라는 매력까지.
‘친정팀 컴백’이라는 스토리는 야구가 가장 사랑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두산이 그의 이름을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다.
김현수는 FA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FA는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든 구단이 나를 이미 알고 있다.”
이어 그는 “우승 반지 5개가 목표”라며 굳건한 신념을 드러냈다.
연봉보다 중요한 건 동기부여, 그리고 우승의 길이라는 메시지였다.

LG가 그의 8년 동행에 어떤 예우를 내릴지, 두산이 ‘홈커밍’의 꿈을 꿀지, 혹은 또 다른 구단이 가세해 판을 흔들지?
2025년 겨울, 김현수는 다시 한 번 FA 시장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이번 겨울의 결말이, 그의 긴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 퍼즐이 될지도 모른다.
글/구성: 민상현 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