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총선 패배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원인"
이종섭·황상무 이슈…'대파 논란'도 영향
"한동훈 문자 '읽씹' 화 키워…리더십 의문"
"당 없고 용산만 보여…'정권 심판론' 못 막아"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름의 총선 백서를 공개했다. 22대 총선이 치러진 지 201일 만이다. 267쪽 분량의 백서 첫 장에서는 '불안정한 당정관계로 인한 국민적 신뢰 추락'이 총선 패인으로 담겼다. 특히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당정의 대응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당 총선백서특위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 백서 최종본을 보고한 뒤, 백서 전체를 언론 공개했다. 백서에서는 총선 패배 7가지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승부수 전략 부재 △효과적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부재 △기능 못한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등을 꼽았다.
특위는 '불안정한 당정 관계'를 언급하며, 한동훈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 한 페이지를 할애해 별도 거론했다. 당정관계소위원회는 131페이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여부 및 대응은 지난 총선에서 매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백서에 담긴 설문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 내 실린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 이슈(8.51점, 10점 만점)는 이종섭·황상무 이슈(8.90점), 대파 논란(8.75점)에 이어 총선 패배에 큰 영향을 준 세 번째 이슈로 적시됐다.
특위는 "총선 패배 두 달 뒤인 6월 중순부터 차기 대표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른바 '영부인 문자 논란'이 터졌다"며 김 여사가 총선 기간인 지난 1월 '한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를 직접 다섯 차례에 걸쳐 보냈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대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김 여사 사과를 끌어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했다"며 "구체적으로 한 후보의 사태 수습 실패가 리더십 문제를 드러냈으며, 사과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 그의 지도력과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특위는 "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김 여사가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며 "김 여사의 사과 같은 공적 이슈를 사적 채널로 소통하는 것은 당무 개입과 국정 농단으로 비판받을 수 있어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등 적극적으로 반박했다"라며 한 대표의 반박도 백서에 실었다.
그러면서 "결과론적으로 볼 때 본 이슈에 대해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으며, 총선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관계가 주요한 패배의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해 줬다"고 평가했다.
또 해당 내용을 백서에 실을지 여부를 두고 당내 친한(친한동훈)계의 반발이 나온 것을 고려한 듯 "본 이슈를 백서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 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며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문자 논란을 백서에 수록해야 한다는 주장과, 선거 당시 아무도 몰랐고 결과적으로 선거에 미치지 못한 논란을 왜 수록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대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문자 공방 내용 경과까지 정리한 뒤 이를 백서에 언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용산 책임론'도 지적했다. 특위는 "김기현 대표 당선 및 사퇴,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준석 대표 퇴장 등 당의 대표 선·퇴임 과정에서 당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용산의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일련의 상황으로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은 보이지 않고 용산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다 보니, 총선 역시 정당과 후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용산에 대한 중간평가, 정권심판론으로 치러진 것이 총선 참패의 한 이유라는 것을 부인하긴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외 다른 패배 요인으로 꼽힌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 부재'에서는 한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밀고 나갔던 '이조심판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특위는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심판론으로 선회, 이후에는 개헌저지선 확보와 같은 읍소 전략으로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시스템 공천 미완성'과 관련해서도 "공관위의 비례대표 후보 면접 최종 심사결과 자료가 국민의미래 지도부 및 사무처 실무진과 공유되지 않았고 현재도 남아있지 않다"며 "이는 심각한 절차적 하자로 '시스템 공천'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백서특위 위원장을 맡은 조정훈 의원은 이날 최고위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이 백서는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 쓴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백서를 당의 통합을 위한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도 당정관계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말엔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적 공동 운명체인 정부에 큰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라며 "남은 기간 집권 여당으로서 당정관계를 어떻게 운용해야 국민 지지를 받을지는 총선 경험이 매우 큰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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