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는 사람이 많다. 검사 항목이 많을수록 안심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학계에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건강검진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검진 항목을 정리해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돈과 시간을 들여 받은 검사가 알고 보니 쓸모없는 건강검진이었다면 어떨까. 진짜 받아야 할 것과 안 받아도 되는 것은 분명히 나뉜다.

연말이 다가오면 검진 패키지 광고가 쏟아진다. 프리미엄 종합검진이라는 이름에 이것저것 항목이 빼곡하다. 직장에서 단체로 받는 검진에도 추가 항목을 덧붙이는 사람이 많다. 돈을 더 내면 더 정밀하게 봐줄 것 같으니까. 검진 결과지를 받으면 빨간 글씨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하나라도 이상 수치가 나오면 덜컥 겁이 난다. 사실 이런 불안 심리를 노린 과잉검진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실제로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건강검진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종양표지자 혈액검사다. 피 한 방울로 암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건다. 그런데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이 건강검진 수진자 31,389명을 분석한 결과, 종양표지자 검사의 양성예측치는 대부분 5% 미만이었다. 쉽게 말해 수치가 높게 나와도 실제 암일 확률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국립암센터 조사에서도 종양표지자 검사를 받은 사람의 20% 이상이 단순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받았다고 응답했다.
두 번째는 암 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다. 헬스경향 보도에 따르면 1986년과 비교해 갑상선암 발병률이 30년 만에 30배 가까이 늘었지만, 5년 생존율은 100%를 넘는다.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갑상선암 환자의 생존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미국과 한국의 진료 가이드라인 모두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세 번째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 검사다. 미국핵의학회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이 PET-CT로 암을 발견할 확률은 1% 미만이다. 그런데 한 번 촬영에 받는 방사선 피폭량은 연간 자연 방사선의 3배에서 8배에 달한다. 암을 찾으려다 오히려 방사선 때문에 암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왜 이런 검사들이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는지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다. 종양표지자는 암세포만 만들어내는 물질이 아니다. 염증이 있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수치가 높다고 암인 것도 아니고, 낮다고 암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갑상선 초음파는 워낙 작은 것까지 다 잡아내다 보니 치료가 필요 없는 아주 작은 결절까지 발견해서 불필요한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PET-CT는 암 환자의 전이 여부를 확인할 때는 매우 유용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비용 대비 효과가 턱없이 낮다.

그래도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안 받는 것보다는 받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의료 서비스에 권고 등급을 매기는데, 검진 추가 항목 대부분이 효과가 없거나 이득보다 위해가 큰 D등급이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I등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도 불필요한 검진이 20년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사를 많이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검사를 제때 받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검진 전에 나의 병력을 잘 아는 동네 의사와 어떤 항목을 받을지 상의하는 것이다.
둘째, 국가건강검진과 국가암검진에서 제공하는 6대 암 검사를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다.
셋째, 검진 패키지에 포함된 추가 항목은 근거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무조건 다 받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검진은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똑똑하게 받는 것이 답이다. 비싼 패키지에 돈을 쓰기 전에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한 번만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판단 하나가 불필요한 비용과 불안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다.
본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건강 정보 전달 목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적합한 방법은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건강 문제가 있으신 분은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