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is] 자사주 기반 밸류업, 주식수 축소 열쇠

/사진 제공=HMM

HMM이 연내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예고한 가운데 전환사채(CB)로 증가한 주식 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이 거론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미 배당으로 집행한 5000억원을 제외한 2조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경우 현재보다 발행 주식 수가 약 8%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조조정의 역설…투자 지표 왜곡

HMM은 2014년 한국산업은행과 기타 채권은행들과 자산 매각, 유상증자, 사업 구조조정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저금리 조건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대거 발행됐다. 이후 해당 메자닌을 인수한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HMM의 발행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메자닌은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HMM이 조기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HMM은 조기 상환을 검토했으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전환권이 우선적으로 행사되면서 불발됐다. 조기 상환된 사례는 2400억원 규모의 199회차 CB가 유일하다.

이런 방식으로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집중적으로 전환 청구가 이뤄졌다. 그 결과 HMM의 발행 주식 수는 2020년 말 3억2673만주에서 현재 10억2504만주로 급증했다.

발행 주식 수가 증가하면 일부 투자지표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HMM은 2017년까지만 해도 해외 해운사 보다 높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에는 동종 업계 평균 PBR이 0.8배에 머물렀지만 HMM은 7.7배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2020년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해운업 특유의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HMM의 PBR 흐름은 경쟁사들과 차이를 보였다. HMM의 자본이 늘어난 점이 주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자본의 증대는 CB 전환권 행사와 관련됐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이다. 또한 BPS는 산술적으로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상승하는 구조다. 만약 주가가 그대로인데 분모인 BPS만 커졌다면 PBR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HMM의 PBR이 경쟁사들보다 낮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1주당 얼마의 이익을 창출한지를 보여주는 주당순이익(EPS) 지표를 계산할 때도 HMM은 타사보다 불리하다.

2022년 HMM은 운임료 상승 효과로 연간 기준 9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은 10조1171억원에 달했다. 2022년 말 발행 주식수 4억8904만주를 대입해 계산한 주당 EPS는 2만621원에 달했다.

하지만 당시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은 CB와 BW가 남은 상황이어서 이를 감안하면 잠재적인 주식 수는 5억주 이상 더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잠재 주식 수를 포함한 EPS는 9899원으로 결과적으로 기존 주식 수 기준 수치 보다 1만원 가량 희석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HMM은 지난 5년간 잠재 주식 수로 인한 수치상 괴리를 겪어왔다.

/그래픽=김수정 기자

잠재 물량 리스크 일단락

4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제197회 전환사채(CB)에 대한 권리를 최종 행사하면서 HMM 주가에 오랜 기간 부담으로 작용해온 잠재 물량 리스크는 일단락됐다.

다만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보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주주환원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특히 시장 유통 물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주가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통 물량을 기반의 주가 부양책은 '액면분할' 과 '자사주 소각' 두 가지가 있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를 낮춰 주식 수를 늘림으로써 투자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희소성을 높이고 주당 가치를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HMM의 핵심 주주는 한국산업은행(36.02%),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국민연금공단(6.02%) 등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의 보유 지분을 합산하면 총 77.71%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보유분을 제외한 약 71%는 사실상 유통되지 않는 물량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약 30% 안팎의 지분이 소액주주와 기타 기관 등에 의해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유통 물량이 적은 경우 접근성 높이는 액면분할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HMM은 일반 기업과 달리 정부 성격의 대주주가 장기간 지분을 보유한 특수한 지배구조를 갖고있다. 유통 물량 부족과 지배구조 특수성을 모두 감안하면 오히려  자사주 소각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 등이 당장 지분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HMM은 궁극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대주주 지분을 확대한 후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이미 유통 물량이 적은 상태에서 유통 주식 수가 줄면 투자자는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인식해 매수에 나서기 쉬워진다. 이는 소위 '품절주 효과'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일수록 매도세보다 매수세의 주가 영향력이 커진다. 또한 자사주 소각은 HMM처럼 현금 흐름이 양호한 기업에게 적절한 선택지로 평가된다.

이미 HMM은 올초 밸류업 공시를 통해 연내 주주환원 규모를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예고했다. 중장기 정책에 따른 일상적인 주주환원 외에 특별 주주환원을 검토하고 있다. 연초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총 5000억원이 지급된 가운데 시장은 나머지 2조원은 배당이 아닌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HMM은 자사주가 없기 때문에 매입 후 소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 주가를 대입해 환산하면 예상 매입 수량은 약 8000만주 내외로 추산된다. 이를 모두 소각한다면 발행 주식 수는 9억주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대주주 수량이 변동이 없다는 가정 하에 실질적인 유통 주식 수 비중은 20%까지 내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HMM 관계자는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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