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 회장, 실적 반토막에도 ‘사상 최대 연봉’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역대급 연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한진그룹의 실적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나홀로 연봉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상속세 재원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확보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칼(61억7600만원)·대한항공(57억500만원)·진에어(17억1000만원)·아시아나항공(9억8718만원) 등 4개 계열사로부터 총 145억7818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전년(102억1300만원) 대비 42.7% 증가한 액수로, 한진그룹 창립 이래 개인이 받은 최대 보수다.
조 회장의 보수는 매년 상승했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2019년 18억9400만원에서 2020년 30억9800만원, 2021년 34억3000만원, 2022년 51억8400만원, 2023년 81억5700만원, 2024년 102억1300만원으로 늘었다. 항공업계 전반이 위기를 겪던 코로나19 시기에도 조 회장의 보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문제는 조 회장의 '연봉 잔치'가 그룹의 경영 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1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7.2%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53.2% 줄어든 6473억원에 그쳤다. 같은 해 한진칼은 매출이 29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지만, 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진그룹은 책임경영 강화와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 등 사업 규모 확장에 따른 정당한 성과 보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겹치며 항공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고액 연봉이 '개인적 사정'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우선 상속세가 거론된다. 조 회장은 2019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별세 이후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약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조 회장은 2024년 10월까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매년 400억~500억원대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조 회장이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만 연간 수십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으로선 주식 담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기 위한 현금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다.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도 필요한 상황이다. 호반건설은 2022년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수하며 조 회장을 압박해왔다.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은 2024년 말 17.90%에서 지난해 말 18.78%까지 상승했다. 이로써 조 회장(5.78%) 등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20.56%)과의 격차는 1.7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조 회장으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유 주식의 상당 부분이 금융권 담보로 잡혀 있는 조 회장과 달리 호반건설은 자금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지분율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초 호반건설이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측 이사 보수 한도 증액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경영 참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주식담보대출을 빨리 상환해 담보로 묶인 지분의 의결권을 완전히 보호하고,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도 축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적 악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액 연봉을 고집하는 것은 그만큼 경영권 방어가 절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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