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랑 일하기 싫대".. 가스라이팅 하는 상사 대처법

조회수 2022. 7.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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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 모두 김 대리를 보면 답답하대
김 대리가 팀을 옮기고 얼마 안 돼 직속 상사인 박 과장에게 들은 말이다. 뭐든 꼼꼼하게 더블체크하고 새벽 출근,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일하는 방식,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느리다’ ‘고지식하다’는 말을 6개월 가량 듣다 보니 자책하는 날이 늘어났다. 팀 전체가 김 대리를 싫어한다는 말에 마치 왕따를 경험하는 것 같은 고립감도 느껴졌다. 정말 일을 못하는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묻고 싶어도 물을 곳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팀 전체 회식 중 팀장이 “김 대리는 어쩜 그렇게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해?”라고 칭찬했다. 얼마 후 다른 팀에서 일하는 동기로부터 우리 팀장님이 “젊은 사람 중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친구는 처음 봤다”며 극찬하고 다니는 걸 봤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혹시 박 과장 혼자만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거짓말 한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박 과장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김 대리에게 와서 회사 내에 몇 명 없는 대학 동문이라 더 챙겨주고 싶어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리는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후 박 과장이 비슷한 피드백을 던지면 싫은 티도 몇 번 냈지만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말을 잘 들은 덕에 팀장님한테도 인정받은 것”이라며 점점 더욱 많은 일, 더 빠른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박 과장만 나를 안 좋게 보는 걸까.’ 요즘 김 대리는 반쯤 포기한 상태입니다. 김 대리는 이대로 참고 견디며 일할 수밖에 없을까? DBR 340호에 실린 기사는 김 대리에게 도움이 될 메시지를 전한다.
💌김 대리에게 보내는 편지

팀원들이 모두 김 대리님을 답답하다고 평가한다는 말에 얼마나 속상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심지어 김 대리님은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일을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죠. 사회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많은 직장인은 관계 속에서 성취를 찾습니다. 회사 내에서 칭찬을 받는 게 곧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죠. 그렇기에 모두가 나를 답답해한다는 피드백은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먼저 상사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를 살펴보세요. 자신에게 엄격해지기 이전에 내가 기분이 상했다는 걸 완전히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런 피드백에 화가 나고 상처받았으며 너무 억울하다고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리고 결과를 떠나 회사를 위해 그동안 최대한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고요. 사람들은 몰라줘도 적어도 나는 ‘네가 잘했다는 걸 안다고, 고생했다’고 자신에게 말해주세요.

이제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내려놓고 피드백으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세요. 우선 모두가 당신을 답답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당신의 일부 모습만 보고 꺼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말합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모두에게 좋은 말을 들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칭찬이든 걱정이든, 긍정적인 피드백이든 부정적인 피드백이든 모든 말은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연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본인이 일을 더 꼼꼼하게 하는 게 맞는 해결책인지 더 생각해보세요. 답답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방법은 처음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도 점점 지치며 기쁨을 얻기 힘들어집니다. 김 대리님은 한마디의 피드백에 매달려서 내가 더 잘하고, 내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이 있진 않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니까요.

어느 날 팀 내 회식에서 김 대리님은 그동안 들었던 직속 상사의 피드백과 전혀 다른 말을 듣게 됩니다. 일을 너무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말까지도 듣죠. 당신은 그동안 직속 상사의 말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직감했고 상사는 제 발을 저리듯이 부자연스럽게 응수하게 됩니다.

이는 가스라이팅의 한 종류로 보입니다. 가스라이팅이라 하면 보통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강도 높은 통제를 가함으로써 범죄 수준의 만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회사 상황에서도 나를 믿지 못하고 타인의 지시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가스라이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상사는 지속적인 거짓말로 어떤 이득을 위해 당신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출처 : 영화 <가스등>

가스라이팅의 유래를 살펴볼까요. 가스라이팅은 1944년 개봉한 미국의 스릴러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로 가해자가 모든 상황을 조작하고 상대를 흔들며 자신의 영향력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다루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 영화 가스등에서는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이 멀쩡한 아내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며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죠. 남편은 가스등을 일부러 희미하게 한 뒤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면 “당신이 잘못 봤다”고 화를 냅니다. 아내는 점점 자책하게 되죠.

가스라이팅의 진단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대의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입니다. 김 대리님 역시 상사의 요구대로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수행했습니다.

둘째, 오히려 내가 가스라이팅 가해자에게 잘못한 일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김 대리님도 상사의 의견에 일단 자신부터 탓하며 일에 열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죠. 실제 가스라이팅 상황에서는 가해자의 의견에 동조하기 쉽습니다. 즉, 상사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기 전에 그 생각에 동조해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방식으로 가스라이팅이 된 셈입니다.

출처 : DBR

셋째, 상대에게 본인의 탓으로 느끼게 만드는 말을 듣는 경우입니다. 상사는 “동문이라 챙겨주려고 했던 것이다”라는 말로 김 대리님이 스스로를 더 자책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문제는 소속감과 친밀감 속에서 교묘하게 가해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가스라이팅은 특히 친밀한 관계라도 둘이 동등하지 않고 한쪽이 지배적인 입장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회사 내에 ‘상사-부하 직원’의 권력 관계에서도 일어나기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선 상사의 압박과 가스라이팅은 곧 당신이 그만큼 유능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입니다.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이미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또한 스스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수동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보세요.

팀 회식 이후로 상사에게 싫은 티를 냈다고 하셨지만 이제 좀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아마 상사도 당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모범생’ 성향의 당신이 결국은 자신의 말을 따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속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김 대리님이 좀 더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취해야 할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당신이 이 상황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상사는 김 대리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팀원 전체의 의견이라는 식으로 당신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 끙끙 앓기보다 주변인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타인의 객관적인 의견을 꼭 들어보며 이런 평판을 직접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회사 내에서 같은 편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들어 두세요. ‘진실’을 마주하기 힘들어 소심하게 혼자 어려움을 감내하는 태도를 견지했기에 폭발 직전의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김 대리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팀장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팀 내 인간관계를 조율하는 것 역시 팀장이 해야 할 일입니다.

출처 : DBR

하지만 처음부터 폭로하듯 지금까지의 마음고생을 밝히면 오히려 직속 상사를 음해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커피 타임이나 정기 미팅 등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됐다면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1대1 미팅을 요청해보십시오. 이때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이런 점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기보다는 ‘이런 점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 이 문제가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의미 있는 문제 제기임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유발하는 활동을 할 경우 가해자가 징계 등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시대인 만큼 회사를 통해 공식적인 항의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메일이나 메신저처럼 기록이 남아 증거가 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노력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회사를 옮기는 것도 감내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 회사에서 자기 의견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계속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게 행복한 일일까요. 부서를 옮기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운 회사라면 팀을 옮기는 것도 방법이겠죠. 입을 닫고 어려움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고통을 무한 반복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40호
필자 박철우, 이규열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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