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 넘어 글로벌 기록 만든 국장 … 지금 투자해도 돈 벌수 있을까? [홍길용의 화식열전]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가 어마어마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21세기 글로벌 증시의 역사를 새로 쓸 정도다. 어느 정도일까? 글로벌 시야에서 인정받는 두 곳, 미국과 일본 증시와 비교해봤다.
S&P500은 3000에서 4000까지 18개월, 다시 5000까지 37개월, 그리고 6000까지 14개월이 걸렸다. 3000에서 6000까지 두 배가 오르는데 69개월이 소요됐다.
니케이225는 3만에서 4만까지 10개월, 다시 5만까지 19개월이 걸렸다. 현재 5만7000선 아래로 아직 6만까지는 거리가 꽤 남았다.
코스피는 3000에서 4000까지는 무려 40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5000까지는 석 달 만에 도달했다. 만약 2월 중에 6000에 도달한다면 44개월 만에 두 배가 오른 게 된다. 선진국 증시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속도다. 차트를 참고 바란다.

수익률로는 어떨까? 2000년 1월 초 한·미·일 세 나라의 주요 주가지수다.
1028.33(KOSPI), 1469.25(S&P500), 18937.45(Nikkei225)
2026년 2월 20일(종가, 미국은 19일) 현재 수치는 이렇다.
5743.07, 6861.89, 56803
2000년 이후 수익률을 계산하면 압도적이다.
463.9%, 367%, 200.1%
나스닥(441.8%)과 비교해도 앞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확대해도 이 기간 수익률은 멕시코와 덴마크에 이어 3위다. 이제는 코스피가 미국까지 이기고 글로벌 증시 수익률 최 상단에 섰다고 말할 수 있다.
다들 궁금해하는 질문은 이거다. “코스피는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사실 최근에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혹시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미국이나 다른 증시 보다 덜 매력적이게 된 건 아닐까? 하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코스피는 9.4배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미국이 23.6배, 일본이 17.2배, 독일이 13.1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1.6배로 독일(1.5배) 보다는 높지만 미국(4.8배), 일본(1.9배) 보다는 낮다.
PBR와 PER은 가장 보편적인 가격지표이지만 국가별 비교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별 산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일수록 고정자산 비중이 높아 PBR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 매출 보다 이익률이 높은 산업이 많은 경제구조인 나라에서는 PER 값이 높아지기 쉽다.
국가간 비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인 버핏 지수, 국채 대비 주식의 투자매력도를 나타내는 주식위험프리미엄(ERP), 이익성장률 대비 PER의 정도를 나타내는 PEG가 나을 수 있다. 버핏 지수는 미국의 유명한 투자 대가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만든 투자 지표다.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 지표와 비교해 고평가, 또는 저평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들 한다.
우선 버핏 지수로 보면 코스피는 175%로 미국(221.6%) 보다는 낮지만 일본(178.4%)과 비슷한 수준이고 독일(62%), 영국(117%) 보다는 높아 저평가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ERP가 7%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고, PEG 값은 0.19로 가장 낮다. 버핏 지수만 보면 코스피는 ‘싼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ERP와 이익 모멘텀을 보면 ‘비싸서 못 사는 시장’도 아니다. 그러면 미국 증시는 우리와 비교해서 어떨까?
21세기 들어 미국 증시를 이끈 건 빅테크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메타)은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애플과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지만 직접 생산을 하지 않는다. 이른바 M(Magnificent) 7기업 가운데 진짜 공장 기업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은 독점적 성격이 강해서 고정비 부담은 낮고 이익률이 높다. 낮은 경쟁과 고정비 부담, 높은 이익률이 이들 종목에 높은 수준의 PER과 PBR이 정당화 됐던 이유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먼저 AI는 그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M7를 서로 경쟁하게 만들었다. AI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한다. AI 경쟁에서 지면 더 이상 그 동안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이를 위한 발전 기반이 필요하다.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다. 감가상각과 재투자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경쟁도 심해지는 데 고정비 부담까지 높아지면 이익률은 낮아진다. 특히 자체 현금흐름으로 투자 자금이 부족해 빚까지 내야할 상황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합하면 그 동안 미국 M7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했던 명분들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초대형투자자(hyper-scaler)들의 승부가 날 때까지는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기 주저된다.
여기서 다시 코스피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인프라 개선에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를 가장 많이, 잘 만드는 게 한국 기업들이다. 메모리 반도체, 로봇, 발전설비, 방산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한국 기업이 잘 만드는 제품들은 공급이 달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산 메모리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라마게돈(RAMagedon)’이란 말까지 해외 미디어에서 만들어졌을까? 다른 나라의 비용 부담이 한국 기업에게는 돈 벌 기회인 셈이다. 미국이 ‘AI의 두뇌’를 팔던 시대에서, 이제는 ‘AI의 몸(전력·칩·설비·무기·로봇)’을 파는 시대다. 그 몸을 가장 싸고 빠르게 찍어내는 시장이 한국이다. 확실히 미장 보다는 국장이 대세다.
수급을 살펴보자. 한 동안 외국인이 사야 코스피가 오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3000을 회복하고 4000을 넘어 5000선까지 안착하는 과정에서는 국내 자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국내 자금의 증시 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증권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최근 1년새 고객예탁금은 50조원에서 100조원 대로 늘었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예금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초반 펀드 열풍 때에 나타났던 예금 증가율 둔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증권사 보다 글로벌 증권사들이 코스피를 더 낙관할 정도다. 불과 한 달여 새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을 150조원 대에서 240조원대로 높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K-자본시장으로의 ‘자금 대이동(money move)’을 기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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