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슬랍스키 전집 완간…연기의 고전, 한국에 닿다

곽성일 기자 2025. 8. 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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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러시아어 원전 완역…2천여 편지로 본 배우 철학과 예술혼
‘삶의 태도’로서 연기 조명…예술교육 새 이정표 기대
스타니슬랍스키 전집
현대 배우 예술의 기초를 세운 인물,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의 방대한 이론과 삶을 담은 전집 8권이 국내 최초로 완역 완간됐다.

출판사 아카넷은 지난 5일 "스타니슬랍스키 전집 7권 『편지(18861917)』와 8권 『편지(19181938)』를 출간하며 전 8권 전집을 완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집은 1954~1961년 러시아에서 처음 출간된 원본 전집을 번역한 것으로, 러시아어 원문 기반의 전집 완역은 한국 최초다.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 '연기'의 혁명을 이끌다

스타니슬랍스키는 배우이자 연출가, 교육자로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이라 불리는 연기 이론을 정립한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훗날 미국의 리 스트라스버그, 스텔라 애들러 등의 손을 거쳐 '메소드 연기'로 발전, 알 파치노, 마를론 브란도, 메릴 스트립 등 세계적 배우들의 연기 철학으로 계승됐다.

"만약에 내가 진짜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동기의 흐름에 따라 무의식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라"와 같은 접근 방식은 감정 이입과 몰입을 강조하며, 오늘날 연기 훈련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배우의 철학, 편지 속에 담기다

전집 7·8권은 스타니슬랍스키가 생전 남긴 2천여 통의 편지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서간집이다. 예술적 고민부터 동료 배우·연출가와 나눈 연기 이론의 발전 과정까지 상세히 담겨 있다.

특히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공동 설립자였던 블라디미르 네미로비치-단첸코와의 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비평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스타니슬랍스키가 특정 배우에게 자신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적용해보는 과정과 결과, 성찰이 생생히 담겼다.

서신에는 가족과 친구, 작가, 무대 미술가, 연기 지도자 등과 주고받은 대화도 포함되어 있어 스타니슬랍스키의 인간적 면모와 연극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국내 예술계의 숙원 풀다… 연기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

이번 번역 작업은 박상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윤현숙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전집 출간은 2년여에 걸쳐 마무리됐으며, 교육·연극계에서는 "연기 이론의 정본이자 교과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 교수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론은 단지 기법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번 완간은 단순한 번역 출간을 넘어, 한국 연극 교육의 기반을 한층 두텁게 하는 성과"라고 밝혔다.

△기념 낭독극, 이어령 예술극장서 성료

전집 완간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렸다. 8월 5~6일 양일간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령 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출판기념식과 낭독극이 함께 진행됐다.

이번 낭독극은 스타니슬랍스키 전집에 담긴 무대 장면과 서신을 토대로 각색한 대본을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읽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연출은 박상하 교수가 맡았고, 5일 무대에는 박지일, 오만석, 강기둥, 6일에는 송영창, 김소진, 김신록 등 총 15인의 배우가 출연해 생생한 스타니슬랍스키식 무대 체험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