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안다. 고양이가 닫힌 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고양이는 문이 닫혀 있으면 마치 열어달라고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문을 열어주면, 막상 나가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1. 선택(Choice), 통제(Control), 변화(Change), 고양이가 싫어하는 3C를 모두 갖춤
수의사이자 세계적인 고양이 행동 전문가인 제인 에이릭 박사는 닫힌 문은 고양이가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말한다. 이를 ‘3C’라고 하는데, △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Choice),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Control), 환경 변화(Change)가 그것이다.

닫힌 문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 문 너머로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몰라, 소외당하는 게 싫음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수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수의행동학 자격을 취득한 카렌 스에다 박사 또한 유사한 답변을 내놓는다.

카렌 박사는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고 ‘자기만 소외되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까 봐 느끼는 불안)’가 있다”라며 “닫힌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고, 혹시 자신이 모르는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하러 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생긴다”고 설명한다.
3. 즉, 닫힌 문=자고 쉬고 밥도 먹던 곳이 사라져 버렸다
고양이는 원래 호기심이 매우 강한 비인간 동물이다. 집 안을 포함해 자신이 영역으로 인식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포식자인 동시에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피식자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해야 하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 요소는 없는지 안전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닫힌 문이 불안의 요인이 되는 것.

국제 동물행동 컨설턴트 협회 인증 고양이 행동 컨설턴트(CCBC)인 잉그리드 존슨은 “결국, 고양이가 자주 들락거리고, 안전하다고 느끼며, 자고 쉬고 밥도 먹던 장소가 문이 닫혔다는 이유로 ‘사라져 버렸다’고 오해하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4. 문을 닫아둔 곳이라면 계속 닫아 둬라, 일관성이 중요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다니는 공간의 규칙은 일관되게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전기나 가스레인지가 있는 주방에 고양이를 들이지 않을 생각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못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닌 처음부터 금지하는 편이 낫다. 고양이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끼므로, 처음부터 규칙이 일관되면 심리적 경계가 명확해져 문을 긁거나 우는 등 불안감에서 오는 문제 행동을 없애고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