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떨어진 쌀값…‘햅쌀’ 가격 전망 울상

하지혜 기자 2024. 10.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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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격리 방침에도 낙폭만 줄어
올해 첫 신곡값, 지난해 밑돌듯
농식품부 수확기 수급대책 변수
산지 “신속·과감한 시장격리를”
이미지투데이

올해 쌀 신곡 가격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산지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장에선 수확기(10∼12월) 가격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정부에 과감한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25일자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당 17만4592원으로 전 순기 대비 0.2%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산 20만t(이하 쌀 환산량 기준)을 매입한 데 이어 9월10일 사상 최초로 올해산 10만5000t을 사전 격리하기로 했지만 쌀값은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올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를 밑돌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당장 10월5일자 첫 신곡 가격부터 지난해(21만7552원)보다 낮게 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선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첫 신곡 가격은 통상적으로 전 순기 대비 8∼10% 높게 형성되지만 현재로선 크게 반등할 요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첫 신곡 가격이 20만원선을 넘으려면 9월25일자 쌀값(17만4592원) 대비 14.5% 뛰어야 한다.

이기우 전남 영암 신북농협 조합장은 “첫 신곡 가격이 높게 나온다 한들 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강원·경기 지역의 쌀값을 반영한 것이고, 10월 중순부터 아랫지방(중남부)에서 중만생종이 나오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느냐”며 “전남을 비롯해 충남·전북·경남 등에선 산지 쌀값이 지난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쌀값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량 역시 현재는 전년·평년 대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폭염·벼멸구·집중호우 등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8월까지만 해도 대풍을 예상했던 만큼 쌀값 상승을 불러올 정도로 생산량이 급감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최 전문연구원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올해산 쌀 단수는 농촌진흥청이 추정한 수치(10a당 525㎏)보다 낮고, 평년 단수(〃 518㎏)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까진 작황이 지난해(10a당 523㎏)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벼멸구 피해가 최종 집계된다면 이보다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은 최대 변수는 정부의 수확기 추가 대책이다. 농식품부는 ‘올해산 쌀 수확기 수급안정 대책’으로 사전 격리에 이어 10월7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올해산 쌀 예상 생산량과 농식품부가 추정한 쌀 수요량을 바탕으로 사전 격리 물량 이외의 초과 생산량을 격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월15일 통계청이 쌀 최종 생산량을 내놓은 후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추가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선 정부가 정확한 생산량·수요량 예측을 기반으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장격리를 시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보형 농협 벼전국협의회장(충남 홍성 광천농협 조합장)은 “정부는 지난해산 초과 생산량을 9만5000t으로 예측했지만 이후 민간 재고 20만t을 매입하고도 쌀값이 잡히지 않았다는 건 명확한 통계 오류”라며 “현실적으로 매우 낮은 쌀 소비량을 반영해 수급을 예측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11월에 걸쳐서 처리할 것이 아니라 10월에 과감한 물량을 한번에 격리해야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줘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도는 최근 “10월말 기준 지난해산 전국 쌀 재고가 15만t 이상으로 예상돼 쌀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구곡 15만t과 더불어 올해산 예상 초과 물량 40만t을 시장격리 하는 등 정부의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요구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9월30일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사전 격리와 초과 생산량 격리 발표만큼 과감한 대책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조치를 통해) 쌀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10월 추가 격리를 발표할 경우 변동 가능성이 있는 완충 물량이 아닌 확실한 시장격리 물량을 내놓겠단 입장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최근 사전격리 물량 10만5000t을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에 9만4000t·1만1000t씩 배분했다. 농협의 경우 지난해 벼 생산량 비중에 따라 충남(1만9184t)·전남(1만9102t)·전북(1만4720t)·경북(1만3304t) 등의 순으로 시·도별 물량을 가배정했다. 농식품부는 12월 수확기 평균 쌀값이 결정되면 지원금액과 물량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전 격리 물량은 내년에 7만t은 주정용, 3만5000t은 사료용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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