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과 비트코인
요즘 비트코인이 연일 이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영향으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9만달러 선을 기준으로 변동성 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되면서 가상화폐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삼는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50만 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핫이슈이다 보니 ‘튤립버블’이 떠오른다. 바야흐로 꽃 한 송이 가격이 소 한 마리 값보다 비쌌던 그때, 바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버블’ 시절 이야기다.
스페인의 지배를 벗어나 독립하면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금융대국으로 거듭난 네덜란드는 풍부한 자본으로 황금기를 맞았다.
그러자 부자들은 부를 과시하고 싶었고, 마침 터키에서 네덜란드로 수입된 튤립이 그 과시욕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으로 떠오르며 튤립버블이 시작됐다.
튤립이 인기를 끌자 사람들은 꽃을 가격 상승에 대한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며 가격은 갈수록 급등했고 고급품종은 뿌리 하나가 8만7천유로(1억6천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식 거래소가 아닌 주로 술집 등에서 거래되면서 현금이나 현물인 튤립 구근 없이, 가축이나 가구 등 무엇이든 통용되었고 과열된 튤립 매매는 전형적인 투기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과잉공급 등으로 1637년 튤립 가격이 급락하며 어음부도 속출과 막대한 자금이 공중 분해됐다. 황금보다 비쌌던 튤립가격은 95%이상 폭락했고 튤립버블의 시대는 그렇게 허무한 끝을 맺는다.
튤립버블은 단순한 투자 손실에 그치지 않고 급격한 가격 하락은 물론 금융 시스템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상 자산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품고 투기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경제의 불안정성 또한 초래했다.
21세기에도 이 같은 거품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튤립버블 현상은 현대의 여러 경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자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때 과도한 낙관주의에 빠져 발생하는 위험을 경고하는 중요한 사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의 길을 열어 주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첫선을 보였을 때도 튤립열풍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근 더 늘어난 개인 주식투자와 비트코인 열풍 또한 언제 거품이 되어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버블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이다. 튤립버블 당시에도 대부분 투자는 서민들이 했다. 부자들에게 튤립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재 물리학자이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또한 18세기 영국 남해회사 버블로 전 재산을 탕진한 적이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인간의 광기까지 계산하는 AI가 개발된다면 어떨까 잠깐 생각해 보지만 부질없는 상상이다.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부지런히 찾는 정공법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저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가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 아무리 아름다워도 곧 시들어 버리는 꽃 한 송이에 삶을 걸었던 탐욕의 시기가 다시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 탐욕에 인생의 화양연화를 소비할 생각이 아니라면 멀리 내다보고 지속 가능한 선택에 집중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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