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폭발 임계점 거의 도달"…탈북 외교관이 직접 전한 말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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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대한민국 외교·안보를 꿰뚫다, '벙커버스터'.
 

잘 나가던 북한 외교관들이 탈북했습니다. 북한에 남아있었어도 출세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에) 돌아가면 국장이 됐을 수도 있고 한 2-3년 있으면 또 부상(차관)이 됐을 수도 있었죠. 나름 잘 나가는 인생을 산 건 맞습니다.
태영호ㅣ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오랫동안 덴마크, 스웨덴, 영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잘 나가던 북한 엘리트들은 왜 탈북의 길을 선택했을까요. 이렇게 엘리트층이 떠나는 북한 체제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늘 벙커버스터에서는 지난해 말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와의 심층 대담을 통해 북한 체제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 체제 불만 높다는데?

20대의 젊은 나이에 최고지도자의 위치에 오른 김정은. 북한 주민들도 처음에는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대해서 기대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에 대해서) 초기에는 상당히 많은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 그리고 외국 유학도 했겠다, 또 군 복무도 해서 사람이 뭔가 고생도 했으니까 '뭔가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겠냐'라는 기대감이 많았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갔습니다. 김정은이 주민들의 민생을 챙기기보다는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감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일반적인 북한 주민들 같은 경우에 김정은 체제에 좀 불만이 많습니까?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끊임없는 핵, 미사일 시험, 그다음에 장성택 처형과 더불어 이어진 공포 정치, 2중 3중의 감시 통제하니까 주민들이 거기서 이제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역시 저 사람도 다를 바가 없구나'라는... 기대감이 허물어진 동시에 환멸이 같이 들어왔고, 주민들의 삶이 지금 집권해서 한 12년 됐는데 12년 동안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차라리 그냥 '너희들끼리 알아서 잘 살아라', '나는 일체 상관 안 할게' 하면 더 좀 낫겠는데, 사사건건이 '이것도 못 한다 저것도 못 한다' 하면서 제한을 하니까 그게 상당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그 불만이 반감으로 연결이 되는 거죠.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폭압적인 통치로 불만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수많은 사람들을 공개 처형을 하면서 사람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다 보니까, 사람들이 불만이나 반감은 가져도 일어날 수 없는 겁니다. 일어날 수 없으니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불만을 표출을 못 하고 그냥 끙끙 속으로 앓고 있죠.

불만의 임계점, 북한 주민들 폭발할까?

누적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정권을 향해 폭발할 수 있을까?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고 있지만, 리일규 전 참사는 임계점이 가까워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원래 속담에도 아침이 오기 전에 제일 어둡고 밧줄도 지나치게 잡아당기면 끊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지금 얼마나 주민들이 억압받고 눌리며 살고 있습니까. 그게 한계가 다 있는 법이고, 지금 제가 볼 때는 임계점까지 거의 도달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역사를 돌이켜봐도 어느 역사의 어느 갈피에도 독재자가 영원했던 사례는 없습니다.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임계점 말씀하셨지만 북한과 같은 체제는 내부에서 반발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잖아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그렇죠. 그런데 그 반발하지 않는다는 것도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죠. 그게 어느 정도(까지) 임계점이 가는가 하는 거지. 이제 말하자면 지금 현재 북한에서 내부가 터지지 못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말씀드렸지만, 2중 3중의 감시 통제, 내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상대방이 나를 믿지 못하고, 내가 하는 생각을 상대방하고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혼자 들고일어나봤자 나 하나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그런 공포나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일어나지 못하는 거죠.

그러나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때, '저 사람들도 나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저 사람들도 나처럼 이 정권에 반감을 가지고 언제든 들고 일어나서 싸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할 때, 그건 곧 붕괴의 시작으로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쉽게 말해서 그러면 주민들이 들고일어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당연히 가능하죠.

충성파는 어느 정도?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과 기득권을 나눠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체제의 유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겁니다.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북한 내부에 아직 충성파도 있지 않습니까?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충성파 당연히 있습니다. 충성파라고 하면 제가 볼 때는 현재 세습 정치, 세습 제도를 유지하는 데 손에 피를 많이 흘린 상위 1%도 안 될 겁니다.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일꾼들이나 국가보위성이라든가, 보안성도 그렇게까지 충성파라고 보기는 좀 그렇지만, 실제로 김정은 체제와 함께 몰락해야 되는 운명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 한 1%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1%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김정은을 보고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상화 교육 탓이겠지만, 이런 사람들도 충성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리일규 전 참사는 그건 단편적인 인식이라고 했습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그게 뭐냐 하면 조건반사라는 게 있어요. 사람이 너무 신격화 교육을 많이 받고 우상화 (교육)을 많이 받으면 저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이 있습니다. 나는 그걸 체험한 사람이거든요.

어제까지는 정말 '저 사람 때문에 우리가 못 산다. 저 사람이 끝나고 좀 다른 세대가 와서 이제 정권을 잡아가지고 변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자기네가 신으로 생각하면서 신격화 (교육) 받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면 저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오거든요. 그럼 눈물이 납니다. 근데 그 눈물은 그 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 지나면 허무해지는 거죠.

그래서 그 눈물을 충성심의 발현이다, 충성심의 표현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단면적이거든요. 나도 김정은 그 사람 앞에 여러 번 섰다고 그랬잖아요. 처음에 섰을 때는 말도 제대로 못 했어요.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말이 잘 안 나온다는 게 두려움의 표현인가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아니죠. 흥분이죠. 신 앞에 섰다는 어떤 흥분이죠. 그런데 그게 첫 번째랑 두 번째랑 판이하게 달라지거든요.

김정은 체제를 흔들고 있는 것은?

일부 충성파의 지지 위에 폭압적 통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해 가고 있는 김정은. 이런 김정은 정권이 가장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한마디로 답변드릴게요. 북한이 두려워하는 건 미국보다 한류가 한 2배, 3배, 한 10배 더 북한은 한류를 두려워할 겁니다.

한류의 영향이 어느 정도냐 하면,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사상을 배우면서 자랐잖아요. 한류가 그 사회주의 사상을 다 뽑았어요. 세뇌 교육을 받았잖아요. 그 세뇌 교육으로 자리 잡은 우상화 충성심 이걸 한류가 다 뽑았어요.


북한은 이런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3대 악법으로 불리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이 그것입니다.

남한 드라마 보고 노래 부르고 남한 말투를 쓰기만 해도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고, 조직적으로 유포하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엄청난 법입니다.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이런 무지막지한 법까지 마련됐다면, 한류가 실제로 위축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한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위축이 안 됩니다. 북한에서 한류를 봤다고 해서 사형시키고 처형하고 이게 법이 나오기 이전에도 그랬어요. 시범 케이스라고 해서 지방에도 추방하고 사형도 하고 이랬던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요. 그러나 한류는 단 한 번도 위축된 적이 없고, 실제 한류를 단속하는 사람들 당 일꾼들이나 보위 일꾼들, 사법검찰 단속하는 사람들 자체가 한류를 제일 많이 보고 그 사람들 자체가 한류를 유포시키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한류를 보고 그러면 단속할 사람들이 많아지고 단속할 사람들이 많아져야 뇌물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어쨌든 목숨에 대한 위협이라는 게 본질적인 위협인데?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그게 실질적으로 그렇게 해서 잡혀가는 분들은 뇌물을 못 주는 사람들이 잡혀가죠. 약한 사람들이 잡혀가거든요. 그냥 단속돼서 뇌물을 좀 주고 돈을 좀 주면 그걸로 또 풀려나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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