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층 노동자들의 인내와 희생도 필요하다” [사람IN]

이종태 기자 2024. 10. 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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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노동자의 여건을 상향시켜야 한다. 이에 필요하다면, 상층 노동자도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과 자본은 물론 여러 사회 집단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율해낼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도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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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성공회대 산학협력단 부단장으로 취임한 이상호씨. ⓒ시사IN 조남진

“취약계층 노동자의 여건을 상향시켜야 한다. 이에 필요하다면, 상층 노동자도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달 성공회대 산학협력단 부단장으로 취임한 이상호씨(57)가 ‘노동’을 평생 연구의 화두로 삼으려 결심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저임금은 물론 상급 관리자의 강압과 폭력에 시달리며 조합 결성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노동자의 현실을 경험하며 갖게 된 결기였다. 그 젊은이가 세월과 더불어 “상층 노동자의 인내와 희생”에 대해 말하는 장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취약 노동자의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은 결국 소속 회사의 ‘자본’에 있는 게 아닐까. 더욱이 노동 연구자라면 상층 노동자가 꽤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더라도 ‘더 상향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해야 옳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부단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1‧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 및 기업의 이해관계가 원·하청이나 협력 관계 등으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자원은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욱이 인구문제, 기후위기, 디지털화 등 “거대한 제약 조건”의 파고가 노동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덮치는 중이다. 세계 최저의 출생률(인구문제)은 앞으로 새로운 노동력의 공급을 크게 줄이며 한국 사회와 경제의 여러 부문을 타격할 것이다. 탈탄소화 및 디지털화는 산업구조를 급속히 변동시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능을 갖추도록 추동할 터이다. 이미 일부 업종에서는 필수 기능이 잉여 기능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전개 중이다. 그렇다면 재교육과 전직(轉職)에 필요한 노동‧복지 제도의 확충이 절실한데, 이 또한 턱없이 미흡하다.

그는 지금의 노동‧복지 제도로는 출산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산업 전환기를 제대로 돌파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데 순기능적이었던 기존 제도가 지금의 산업 전환기엔 질곡이 되었다.” 더욱이 지금은 1980년대와 달리 ‘한 줌의 기득권’만 타도하면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노동과 자본은 물론 여러 사회 집단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율해낼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도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 부단장은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거쳤다.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연구위원으로 일했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고용노동부 장관실 등에서 노동·일자리·산업 정책의 입안에 참여하며 성공과 실패를 맛봤다. 한국폴리텍2대학 학장 시절엔 전문 기술 인력의 양성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할 수 있었다.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에서는 이 학교 특유의 학풍을 좋은 일자리로 연계시키는, 좀 더 미시적인 작업을 시도해볼 작정이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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