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분야’ 국토부 고위직 이력 분석…24년 전보다 ‘전문성’ 후퇴 우려

박상희 2025. 2. 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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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대응을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항공 분야 고위공직자들 대다수가 항공 업무 경험이 부족한 ‘비항공직’ 공무원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국토부 항공정책실 내 팀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이력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항공 분야 전문성이 인정된 간부는 총 4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항공직 간부는 그보다 3배 이상 많은 14명이었다. 24년 전 건설교통부 시절보다 정부의 항공 업무 능력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항공 분야 전문성을 높일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사 이후 정부의 ‘오락가락’ 해명…전문성 의문

항공 분야 특성상, 정부의 항공 업무 책임자들은 높은 수준의 기술적 전문성은 물론 국제 규범에 대처하는 국제성을 겸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대응 과정에서 국토부는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과 관련해 관리·감독의 허점을 드러낸 데다, 부정확한 해명으로 논란을 낳았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 콘크리트 둔덕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국토부는 참사 당일 브리핑에서 여객기가 충돌한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 둔덕인지 몰랐다. 참사 이튿날에는 로컬라이저를 떠받친 콘크리트 둔덕이 해외 공항에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참사 3일째에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부정확한 보도자료를 발표해 혼선을 초래했다. 결국 국토부는 참사 발생 일주일만인 지난달 7일에야 박상우 장관이 직접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연 국토부가 공항 시설의 안전 관리 등 항공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었다.

국토부 항공정책실 고위직 이력 분석… 행정고시 출신 등 ‘비항공직’ 편중

뉴스타파는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국토부 항공정책실 내 고위공직자(팀장급 이상) 18명의 이력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노동조합을 통해서도 일부 자료를 확보했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에 근무하는 고위공직자는 실장 1명과 국장 3명, 팀·과장 14명이다. 항공정책실장 아래 국장급으로 항공정책관과 항공안전정책관, 공항정책관 등 3명이 있다. △항공정책관은 항공정책과를 비롯한 4개 과를, △항공안전정책관은 항공자격국제협력팀 등 6개 팀을 △공항정책관은 공항건설팀 등 부서 4곳을 통솔한다.

뉴스타파가 국회 이연희 의원실 등을 통해 확인한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고위직 현황' 

지난달 24일 기준, 항공정책실에 소속된 고위공직자 18명 중 14명은 5급 공개 채용 출신이다. ‘비항공직’인 이들은 소위 행정고시 또는 기술고시를 통과해 공직에 입문했다.

나머지 4명은 항공직 공무원이다. 항공직 공무원은 조종과 정비, 관제 분야에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채용될 수 있다. 정부가 항공 분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선발한 공무원이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대응을 맡고 있는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대표적인 항공직 공무원이다. 그는 1995년 관제사로 임용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행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30년 이상 경력의 항공 전문가다.

반면 항공 업무 총책임자인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행시’ 출신으로, 공직에 있었던 27년 동안 항공 분야에서 일한 기간이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주종완 실장은 2017년 항공정책실 신공항과장으로 1년 8개월가량 일하다 건설정책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21년 다시 항공정책실로 돌아와 공항정책관으로 2년을 일했다. 

참사 다음 날 브리핑하는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주종완 실장은 지난해부터 도로국장을 하다 항공정책실장으로 임명됐고, 참사가 난 시점에는 겨우 6개월 차 수장이었다. 실제 참사 이후 브리핑에서 주 실장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설명하기보다 전문가들과 조사해 보겠다, 다시 점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를 승인한 공항정책국은, 팀장급 이상 5명이 모두 행정직 또는 시설직 공무원이었다. 행시 출신인 김홍락 공항정책관은 참사 3주 전인 지난해 12월 8일까지 항공 업무와 관련이 없는 행복청 도시계획국장이었다. 

국제 기준에서 요구하는 거는, 감독을 하는 사람은 (항공종사자와) 동등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이 있는 사람이 감독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공항 관련한 분야 보직은 토목 건축직 백 그라운드(back ground)보다도 항공에 대한 전문성이 매우 높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2008년도에 개항한 무안공항이 역시 공항 운영 증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항 운영 증명 당시 이 콘크리트 둔덕은 전혀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던…
- 이근영/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전 국토부 항공서기관)

△항공기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인증하는 항공기술과 △조종사와 정비사, 관제사 등 항공 분야 종사자에게 전문 자격을 부여하는 항공자격국제협력팀의 책임자도 행시와 기시 출신 공무원이다. 또 △국제항공과장 △항공산업과장 △항행위성정책과장도 ‘비항공직’ 공무원이다. 이들은 과장급 보임을 맡기 전까지 항공 분야 실무 경험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곳에 오래 못 머물게 하고 그리고 계속 순환 보직해야 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항공의 행정도 항공을 꾸준히 공부한 행정가들이 필요한 건데 항공을 모르는 행정가들이 계속 들어와서 투입되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고 잘 모르는 걸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하고…
-  이장욱/국토부 노조 항공특별위원장 (서울지방항공청 관제사)

‘항공안전 위험국’ 판정받은 24년 전보다 인력 구성 후퇴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2001년은 우리나라 항공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해로 기억된다. 2001년 8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의 항공안전 등급을 2등급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한국 비행기들은 타면 위험하다”는, 항공안전 위험국으로 판정한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감사를 벌였다. 항공안전 등급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위법·부당 사항 10건을 적발했다.

특히 감사원은 정부의 항공 분야 조직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당시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항공 업무를 총괄하는 항공국장은 충분한 실무 경험을 통한 고도의 전문성과 국제 감각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건설교통부가 1994년 12월부터 2001년 9월까지 항공 분야 근무 경험이 없거나 일시 근무 경험만 있는 일반 행정직 출신으로만 항공국장을 보임해 빈번하게 교체했다”고 비판했다. 또 “항공직을 임명할 수 있는 3급 이상 보직을 모두 일반 행정직으로만 보임해, 항공 분야 경험이 일천한 신규 승진자 등을 배치하고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2001년도 감사연보 중 일부. 건설교통부의 잦은 항공국장 교체에 대한 비판이 적혀 있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간사였던 설송웅 의원도 2001년 9월 우리 항공안전 등급 하향과 관련해 정책자료집을 냈다. 정책자료집 제목은 ‘미 연방항공청(FAA) 백서 : 항공안전위험국 2등급 판정의 원인과 대책’이다. 이 자료집에는 국내 항공 정책을 총괄했던 ‘건설교통부 항공국’의 인력 현황이 기술돼 있다. 2001년 기준, 건설교통부 항공국에는 함대영 항공국장을 비롯해 8명의 과장급 이상 책임자가 있었다. (과는 6개) 이중, 항공직 출신은 3명이었고, 비항공직은 5명이었다.

현재는 항공 수요가 늘면서 ‘항공국’이 ‘항공정책실’로 재편됐다. 조직 규모가 커져 3개 국 산하에 과와 팀이 14개나 만들어졌다. 24년 전보다 과장급 보직자도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항공직 출신은 총 4명으로 24년 전과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비항공직 출신은 13명으로 늘었다. 정부의 항공 분야 조직 구성과 전문성이 20여 년 전보다 사실상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01년 설송웅 의원실이 낸 정책자료집 일부. 당시 건설교통부 항공국 산하에는 항공직 출신 3명, 비항공직 출신 5명의 책임자가 있었다.

(건설교통부 항공국) 과장들이 항공 쪽 그리고 그 밑에 사무관들이 항공 쪽이 굉장히 많았었어요. 2001년도보다 사실상 제가 보기에는 더 후퇴한 거죠. 항공의 전문가들이 제대로 육성되어 왔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 이장욱/국토부 노조 항공특별위원장 (서울지방항공청 관제사)

조종사들 “둔덕 즉시 철거” 요구해도 국토부 “고경력 조종사 배치” 고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정부 항공 대책에 대한 항공 종사자들의 불신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는 ‘콘트리트 둔덕’으로 문제가 된 7개 공항에 대해 “시설 개선 전까지 ‘고경력 조종사’를 우선 배치하라”는 대책을 내놨다. 시설 개선은 올 연말에야 끝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콘크리트 둔덕과 유사한 문제점이 발견된 7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이라도 조류 충돌 등의 비상 상황이 생기면, 지난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조종사가 항공기를 활주로에 안착시켜도 탑승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종사 노조 연맹이 지난달 조합원들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즉각적인 로컬라이저 안테나 하우징(둔덕) 제거 및 평탄화”가 가장 시급한 개선 방안으로 꼽혔다. 설문에 참여한 조종사 1426명 중 950명, 전체 66.6%가 이렇게 답했다. 개선 방안 중 “순차적 재시공”을 선택한 조종사들은 157명(11%)에 그쳤다.

질적으로 안전을 위해서 우리가 조종사들이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60%, 거의 70%는 일단 저 저런 (콘크리트) 둔덕 같은 것들, 장애물이 있던 곳은 없애야겠다 싶었는데 그런 말씀은 아직 안 나오고 있으니까. 점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그러는데 점차적으로 언제까지 개선할 건지 또 나중에 만약에 기재부에서 예산 확보를 못 해서 그럼 취소된다고 하면…
- 신동훈 / 조종사 노조 연맹 수석부위원장 (에어프레미아 조종사)

결국, 항공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제 기준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공청’과 같은 독립된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OECD 소속 38개국 가운데 30개국이 독립된 항공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2008년 국토해양부 산하에 ‘항공안전본부’라는 준독립 기관을 만들었지만, 그다음 해에 업무 수행의 비효율 등을 이유로 1년 2개월 만에 폐지했다. 

그때 당시에 항공 안전이라든지 국제 표준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분들이 주요 국과장에 보직하고 있어서 그래서 우리가 대책으로 나온 것이 ‘항공안전본부’라는 전문적인 조직을 만들고 그다음에 항공안전감독관을 채용하고 그런 조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거는 그런 부분들이 다시 원위치 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항공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직을 가지고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 조직의 대부분의 보직자들은 항공에 대한 전문성 조종사나 관제사 백 그라운드(back ground)가 있는…
-  이근영/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전 국토부 항공서기관)

국토부 “관리자는 전문성 외 능력 필요, 조직 진단 검토”

뉴스타파는 과거 건설교통부 시절보다 정부의 항공 전문성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그동안 항공정책실이 전문성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국토교통부에 물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관리자는 전문성 외에 예산, 조직 관리 등의 능력이 필요해 직렬 구분 없이 임용된다”며 “항공직 공무원의 전문성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장기 근무를 유도하는 전문 직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조직 진단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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