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배민…"그래서 배달비는 누가 내나요"

김아름 2024. 9.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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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쿠팡과 배민의 배달비 논쟁
핵심은 업체들의 '이중가격제'에 있어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또 붙었다

유통 업계에는 몇 곳의 '영혼의 라이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와 롯데가 있죠. 전체 그룹을 놓고 보면 체급이 다르지만, 유통업계에서만큼은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엔 오프라인 유통 자체가 사양산업이라 그런지 예전만큼 치열하지는 않은 분위기입니다. 

또다른 라이벌은 편의점업계에 있습니다. CU와 GS25입니다. 작년까진 점포 수는 CU가 근소하게 앞섰고 매출은 GS25가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그래서 CU는 '점포 수 기준 업계 1위', GS25는 '매출 기준 업계 1위'를 내세워 왔죠. 그런데 올해 2분기에는 CU가 매출마저 앞서버립니다. 하반기 성적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업력이 긴 만큼 여러 규제가 마련돼 있어 크게 부딪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최근 떠오른 두 기업이 있습니다. 사사건건 부딪히고 반박에 반박이 오고갑니다. "법적인 절차"까지 거론될 만큼 사이도 좋지 않습니다. 성장하는 산업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겁니다. 네, 바로 쿠팡과 배달의민족 이야기입니다. 

[주간유통]에서도 두 기업의 마찰 이야기를 여러 번 다뤘는데요. 이번 주에도 또 한 차례 양 사간 '고성'이 오고갔습니다. 이번엔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배달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받는 '이중가격제'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들이 배달비를 받겠다는데 왜 쿠팡과 배민이 맞붙은 걸까요.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중가격제

문제의 발단은 배달 주문 시 음식 가격을 더 받는 이중가격제의 확산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 한 그릇을 식당에 방문해 먹으면 7000원이지만 배달을 시킬 경우 9000원을 받는 식입니다. 무료배달제의 확산으로 배달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메뉴 가격에 배달비를 녹여낸 거죠. 주로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이런 방식을 택했습니다.

사실 이중가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에도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이 배달 상품 가격을 더 받으면서 이슈가 됐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본사가 공식 발표를 통해 알리지 않고 안내사항 등으로 작게 알리거나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는데요. 이번에는 본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이중가격제 도입을 알렸다는 점이 다릅니다.

쿠팡이 공개한 쿠팡이츠와 배민의 배달 서비스 비교/사진제공=쿠팡

롯데리아의 입장문을 한 번 볼까요. "외부 배달 플랫폼 무료 배달 정책에 따른 수수료 및 배달팁에 대한 가맹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어 매장가격과 배달 가격을 분리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배달 플랫폼이 무료 배달 정책을 펼쳐 가맹점들의 배달비 부담이 커졌다는 겁니다. 배달 플랫폼이 배달비를 식당에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중가격 논란이 확산하자 쿠팡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가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24일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에 따른 고객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며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여기서 '특정 배달 업체'는 배달의민족을 의미합니다.

그러자 배민도 곧바로 반격에 나섭니다. 배민은 "(쿠팡이) 당사가 제공하는 배민배달(배민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건)과 가게배달(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가게배달의 경우 고객배달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하고, 가게배달 업주가 무료배달을 선택할 경우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이번 이슈의 포인트는 배달 플랫폼의 '무료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달비를 점주(판매자)가 부담한다는 점입니다. 배민은 이달부터 유료 멤버십인 배민클럽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무료배달 서비스를 가게배달 매장에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배달비는 매장이 부담합니다. 

배민은 최대 4개월 동안 배달비 2000원을 지원하고, 배민클럽 가입은 점주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또 가게배달의 경우 수수료가 쿠팡이츠나 배민배달의 9.8%가 아닌 6.8%가 적용됩니다. 낮은 수수료율과 배달비를 고려한 뒤 무료배달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는 점주만 가입하면 된다는 거죠.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쿠팡이츠와의 배달 서비스 비교/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점주 입장은 다릅니다. '갑'인 플랫폼들이 무료 배달 경쟁을 펼치면서 그 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결국 프랜차이즈협회는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인상하고, 무료배달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와 소상공인입니다. 배달앱은 무료배달을 원하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라며 돈을 받아가고, 이중가격제로 사실상 배달비가 부과되는 건 업체의 정책이라며 나몰라라 합니다. 소비자는 이중으로 돈을 내는 셈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1년 내내 할인 쿠폰을 뿌리면서 뒤로는 은근슬쩍 가격을 올립니다. 그에 대한 비난은 모두 점주들이 떠안습니다.

소비자는 내는 돈이 늘었는데, 점주들은 버는 게 줄었습니다. 플랫폼만 부자가 됩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배달 플랫폼이 없어지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단순한 생각입니다. 업계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배달 플랫폼을 압박해 중개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능한 일일까요.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를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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