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전력으로 시즌을 치르는 팀은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코리안시리즈 같은 큰 경기는 더 하죠. 시즌을 치르는 동안 부상자들이 속출하게 되니까요.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끝난 2023 코리안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우승을 했던 LG 트윈스도 불펜에서 좋은 역할을 했던 신인 박명근이 빠졌고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던 마무리 고우석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KT는 시리즈 직전 중심타자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만나볼 이 선수는 이미 5월부터 팀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그는 2020 신인왕 소형준 선수입니다.

지난 11월 22일 오후 2시,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소형준 선수를 만났습니다. 오전 운동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소형준 선수는 이전에 비해 얼굴은 작아지고, 몸집은 커져 있었습니다. 몸무게 차이는 5kg 정도라고 했습니다. 얼굴이 작아졌다는 것은 운동을 통한 벌크-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코리안 시리즈뿐 아니라 아시안 게임 또 인터뷰일 바로 며칠 전에 끝났던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등등 큰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는지를 물었는데 아주 담담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만약에 제가 병원에서 조금이라도 인대가 붙어있다는 판정을 받았다면 올해 어떻게든 재활을 하면서 경기를 뛰었을 거예요. 그런데 병원 한 군데도 아니고 가는 병원마다 완전 파열로 진단을 했어요. 한 곳에서라도 조금이라도 붙어있다고 했으면 아마 미련이라도 남았을텐데 전부 완전 파열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련이나 아쉬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현재의 몸 상태는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얼마 전 SNS를 통해서 재활 롱 토스를 공개했었거든요.
" 지금 15m를 던지고 있습니다. 1월 중순에 재활 캠프가 예정되어 있어요. 그 시기까지 25m까지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서 밖에서 운동을 할 수가 없으니까 실내에서 던질 수 있는 거리가 최대 25m 정도예요. 1월 중순까지 25m를 던지고 이후에 재활 캠프에서 거리를 늘려서 30m, 35m 던지면서 점검을 할 예정이고요. 거기서 팔 상태를 체크해서 크게 이상이 없으면 스프링 캠프에 2월 중순에 합류를 하게 될 듯 합니다."
시즌 막판에 이강철 감독에게 빨라야 내년 6월 복귀가 가능하다고 들었던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스프링캠프 합류가 좀 의외였습니다.
"스프링캠프 합류의 의미가 개막전부터 합류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독님과 코치님이 직접 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순조롭게 재활이 진행이 되면 내년 6월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통증이 없습니다."

재활을 굉장히 고되고 지루한 과정입니다. 위에 언급했던 롱 토스를 5m 단위로 거리를 단계별로 차츰차츰 늘려가게 되는데 늘려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통증이 생기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개개인 별로 재활 기간에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거고요.
“제가 게임을 안 해요.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면서 시간을 보내는 여가생활이 골프였는데 팔꿈치 수술이라 그것마저도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하죠. 그래도 이 기간 운동 열심히 하면서 버텨내고 있습니다.”
보통 본인이 혼자 떨어져 있는 기간 동안 팀의 야구를 잘 챙겨보지 않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반면 소형준 선수는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챙겨봤더라고요.
“저는 봤습니다. 동료들이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에서 던지는 게 너무 부러웠고요. 매년 찾아오는 기회가 아닌데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한국시리즈에 등판했을 때는 코로나 시기라 관중분들이 마스크 쓰시고 응원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시기라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던졌으면 정말 재밌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소형준 선수는 빅 게임 피처의 이미지가 상당히 큽니다. 고교 시절에는 U-18 대표팀에서 한일전에 등판을 했고, 프로에 와서도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했을 때 두 차례나 1차전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았습니다.
“일단, 큰 경기에서 잘 던져본 경험이 있어서요. 게다가 그런 큰 경기에서 던졌을 때 제게 오는 주목도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제 외향적인 성격도 한몫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경기에서 더 힘이 나고 신이 납니다. 물론 못했을 때 돌아오는 비난도 알고 있지만 잘 던졌을 때 돌아오는 찬사가 배가 되니까요. 그래서 평상시에도 큰 경기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잘 던지는 상상을 많이 합니다.”

마치 운명처럼 생일마저도 같은 고영표 선수의 포스트 시즌 피칭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제가 영표형을 3년을 봤는데 볼 때마다 대단한 투수라는 생각을 합니다. 상대가 이미 뭘 던질지를 알고 있는 거잖아요. 체인지업과 투심, 그중에 체인지업에 비중이 더 높은데 도대체 체인지업이 얼마나 좋으면 타자들이 쳤을 때 저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생각을 하거든요. 사실 한국시리즈 들어가서는 이미 플레이오프 3차전에 전력투구를 하고 나서 여서 그런지 영표형의 베스트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영표형도 1차전 끝나고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계속 던지면서 수정을 했다고 했는데 저도 보면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소형준 선수 또한 고영표 선수의 체인지업 같은 필살기를 장착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도 영표형의 체인지업 같은 구종이 하나가 있으면 훨씬 좋은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인데요. 커브의 브레이킹이 조금 더 빠르게 걸리도록 던지는 것과 체인지업의 터널링을 제 투심과 비슷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작년에 제가 17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도 체인지업이 마음에 든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만약에 체인지업이 조금 더 완성도를 갖게 되면 지금보다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2023 시즌은 투수들에게 터널링에 대한 이야기를 유독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 국내 투수 최다승을 기록한 LG 임찬규 선수도 올 시즌 좋은 성적의 비결로 터널링을 언급했던 바가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터널링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 공은 커브였습니다. 신인 시절에 커브를 던지는데 공이 많이 떴다가 가라앉거든요. 그래서 뜨지 않고 제가 던지는 투심 궤적과 비슷하게 가다가 떨어지도록 던지는데 평소 캐치볼을 할 때부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체인지업도 그나마 괜찮을 때는 바깥쪽 빠른 공을 던진다는 느낌으로 던질 때 빠른 공과 가장 유사하게 가다가 가라앉았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잘 안되더라고요.”

좌타자를 상대로 즐겨 쓰는 커터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던지고 있을까요?
“커터는 터널링보다는 좌타자의 몸 쪽으로 높게 던지고 있습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조금 더 높게 던지고 있습니다. 이건 성우형의 이야기인데요. 커터의 회전이 횡 회전이라 타자들이 공을 처음 보는 순간은 빠른 공이 아닌 변화구로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변화구 타이밍을 잡고 치려고 하면 늦게 되어 있다고요. 그냥 치기에도 쉽지 않고, 친다고 해도 인플레이 타구 만들어내기에는 쉽지가 않다는 거죠. 그래서 그 로케이션으로 설정을 하고 던지는데 그동안 결과도 계속 좋았어요. 헛스윙도 많이 나오고, 파울도 많이 나오니까 볼카운트 싸움을 하기에도 좋고요.”
소형준 선수는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출전한 아시안 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도 모두 봤다고 했습니다.
"우리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처럼 모든 공을 집중하면서 본 것은 아니지만 TV를 틀어놓고 보기는 했습니다. 갔다면 재밌게 던졌을 것 같습니다. 동료들도 모두 좋은 선수들이었으니까요. 보면서 ‘이번에는 금메달을 딸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시청을 했던 아시안 게임이나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보다 직접 겪었던 WBC가 소형준 선수에게는 훨씬 더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일본에 졌을 때는 정말 야구 그만 하고 싶었습니다. 멘탈이 산산조각이 났어요. ‘일본에 가서 다시 야구를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을 정도니까요. 지금까지 생각해온 야구와 너무 다르다 보니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제 과거를 되돌아봤습니다. ‘저들은 저렇게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왜 이렇지?’ 이렇게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을까요?
"가장 크게 생각했던 부분은 같은 동양인인데 몸을 쓰는 동작이라든지, 몸을 편하게 쓰는 와중에도 골반의 움직임이나 꼬임이 너무 좋아 보여서 대체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배워야 저런 동작이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뭘 배운 거지?' 이런 생각도 하고요.
그런데 고교 시절에는 오히려 소형준 선수가 일본 선수들을 앞섰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그랬을 수도 있죠. 고교 시절 만났을 때는 저도 저런 식의 생각을 하질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프로에서 만나니까 다르긴 하더라고요. 사사키도 몸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다시 보니까 엄청나게 커졌고요. 대체 프로에 와서 어떤 운동을 하길래 저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일본 팀 가서 밑바닥부터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소형준 선수는 그 차이가 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을까요?
“제가 봤을 때는 ‘골반’이 중요했고 정말 잘 썼어요. 골반이 유연하니까 하체는 돌고 있는데 상체를 잡아놓고 꼬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가동성 운동이라지 그런 부분에 지금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요. 공을 던지지 않을 때도 야구장에 거의 매일 나와서 투수 코치랑 하체를 그런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술 훈련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추후에 공을 좀 더 강하게 던질 시기가 되면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가 저도 궁금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시즌 중에 원태인 선수가 한 적도 있습니다. 눈에 띄게 다른 동작이 있어서 따라하려고 했는데 시즌 초반에는 잘 안돼서 올해는 다시 본인의 동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다른 점이 과연 어떤 점이었을까요?
“ 저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동작이랑 너무 많이 달라요. 오른쪽 무릎을 쓰는 방법이 다릅니다. 톱클래스에 올라와 있는 일본의 투수들은 완전히 달랐어요. 사사키 같은 경우는 힘을 모으는 동작이 두 번이나 있는데요. 그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동작이었고요. 그래도 오른쪽 무릎 만이라도 따라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표형과 태인이형과 마이애미에서 같이 운동을 했는데 그 당시에 채프먼(아롤디스 채프먼)의 메커니즘 코치와 함께 운동을 했거든요. 그 코치도 당시에 이런 내용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는 ‘이게 맞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WBC에서 보니까 우리 빼고 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던지고 있더라고요. 이런 메커니즘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재활 기간이 소형준 선수에게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기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수는 있겠는데 저도 제 방식으로 10년 넘게 야구를 해왔다 보니까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설명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을 하는 ‘축이 되는 다리’, 저는 오른손잡이니까 오른 다리가 되겠지요. 이 오른 다리의 역할이 말 그대로 ‘축’,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버텨주는 거요. 그리고 나가면서 던지는 거죠. 그런데 지금 일본과 미국의 투수들의 동작을 보면요. 왼쪽 다리를 들고나갈 때 오른쪽 다리가 전진을 하기 시작해요. 그러니까 예전이라면 오른 다리는 버티다가 굽혀서 펴지는 힘을 보태는 거였다면 지금은 오른쪽 무릎 자체를 출발을 시켜 놓으니까 펴질 때 그렇게 전진을 하는 힘까지 보태서 쓸 수가 있는 거예요.”
만약에 이 동작이 소형준 선수의 몸에 완전히 적응이 된다면 소형준 선수는 어떤 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이게 쉬운 동작이 아니라서 앉아서 설명을 할 때는 동작이 취해지는데 일어서서 해보면 잘 안됩니다. 제가 해왔던 힘을 쓰는 패턴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하거든요. 이런 패턴을 몸에 새롭게 기억하게 만들려고 하면 메디 볼로 대체해서 계속 훈련을 해야죠. 공을 던지면서 기억을 시키려면 너무 많이 던져야 할 테니까요. 그래도 저는 긍정적인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그런 동작들을 완전히 몸에 붙인다면 상상하는 바로는 투심이 최고 155km. 상시 148, 9km로 150km 가까운 공을 계속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돼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미국과 일본의 좋은 투수들을 보면서 제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던지다 보면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소형준 선수의 프로 첫 경기를 중계방송했습니다.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등판했던 루키 소형준은 최고 시속 151km의 투심 패스트볼로 당시 최강팀이었던 두산 베어스를 상대하면서 승리투수가 된 바 있습니다. 그가 꿈꾸는 최고 시속 155km는 루키 시즌에 비교해서 시속 4km의 증가를 뜻합니다. 과연 언제쯤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당장에 복귀하자마자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죠. 팔이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가고 2024 혹은 2025시즌 정도면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상상하고 있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새롭게 안 사실은 소형준이라는 선수는 상상을 즐긴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자연스레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연결이 되어왔겠죠? 어린 시절부터 국가와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도 풍부한 상상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소형준 선수는 상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건강하게 돌아와서 시속 155km의 투심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과 팀 KT의 두 번째 우승, 또 대한민국의 마운드를 굳건하게 지키는 상상을 말이죠.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