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3월 매출 40% 붕괴…"두바이 노선 막혀 한국 공급까지 차질"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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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중동 전쟁·환율 직격탄…주가 12% 급락

1분기 매출 41억 유로로 전년比 1.4% 감소…중동 지역 3월 매출은 무려 40% 곤두박질
사진 : Hermes Facebook

프랑스 명품 그룹 에르메스(Hermès)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강세 유로화의 이중고에 발목이 잡혔다.

15일(현지시간) 파리 증권거래소 개장과 동시에 에르메스 주가는 12% 넘게 폭락하며 1,568.50유로에 거래됐다. 이날 CAC 40 지수가 0.55% 하락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이례적으로 컸다.

에르메스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41억 유로를 기록했다. 다만 환율 효과를 제거한 불변환율 기준으로는 6% 성장했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의 상당 부분은 유로화 강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달러·위안화·원화 대비 유로화 강세로 인한 환율 손실만 2억 9,000만 유로에 달했다.

악셀 뒤마(Axel Dumas) 에르메스 회장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환경 속에서도 에르메스는 방향을 잃지 않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동발 충격, 예상보다 컸다

핵심 변수는 중동이었다. 에르메스 재무 총괄 에릭 뒤 알구에(Éric du Halgouët)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1월과 2월에는 두 자릿수의 훌륭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3월에 급제동이 걸렸다. 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매출이 40% 후퇴했다"라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중동 지역에서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지역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다.

프랑스 경제 매체 캐피탈(Capital)에 따르면, 중동 사태의 파장은 직접적인 매장 영업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에르메스 재무 총괄은 "두바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남아시아 시장을 잇는 중요한 허브인데, 항공편 차질로 납품 물류에도 차질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항 내 부티크 매출도 여행객 감소와 함께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중동 고객 비중이 높은 영국·스위스·프랑스 내 매장도 연쇄 타격을 받았다. 프랑스 내 매출은 2.8% 감소한 3억 4,700만 유로에 머물렀다.

"경쟁사보다는 낫다"…선방론도 상존

씨티(Citi) 은행의 토마 쇼베(Thomas Chauvet)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에르메스는 여전히 명품 섹터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LVMH와 케링(Kering)은 같은 기간 매출이 6%씩 줄었다.

뒤 알구에 재무 총괄은 수익성 타격과 관련해서는 "중동 상황이 한두 달 이내에 마무리된다면 충분히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으며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했다.

미주·유럽·일본은 선전

지역별 명암은 엇갈렸다. 미주 지역은 "모든 사업 부문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룬 예외적인 1분기"를 보내며 매출이 6.4% 늘어난 7억 3,900만 유로를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남미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프랑스 제외 유럽 지역 매출은 현지 수요에 힘입어 7.6% 늘어난 5억 3,800만 유로를 달성했다. 일본은 명목 기준 3.9% 감소한 4억 400만 유로를 기록했지만, 불변환율 기준으로는 9.6% 성장했다. 일본 현지 고객층의 구매력이 엔저 속에서도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매출은 4.6% 줄어든 18억 8,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홍콩·대만·마카오를 포함한 '그레이터 차이나'는 완만하지만 소폭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불변환율 기준 아시아 매출은 2.2% 증가로 환율 효과를 걷어내면 선방한 셈이다.

에르메스는 비크로아제(carrés de soie·실크 스카프)와 버킨백 등으로 대표되는 초고가 명품 브랜드로, 경기 변동에 비교적 둔감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실적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변수 앞에서 명품 업계도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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