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결혼하면 며느리가 시댁에 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명절이면 먼저 찾아가 음식을 준비하고 시부모의 생일과 경조사까지 챙기는 일이 좋은 며느리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했다고 배우자의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잘해야 하는 관계가 맞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시댁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며느리 한 사람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가족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1. 아무리 잘해도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며느리가 반찬을 가져가면 고맙다고 한다. 명절에 일찍 와서 음식을 돕고 시부모 생일까지 챙기면 "우리 며느리밖에 없다"고 칭찬한다. 그런데 몇 년 동안 반복되면 어느 순간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기 쉽다.
그러다 한 번 바빠서 못 챙기면 그동안 잘했던 일보다 이번에 하지 않은 일이 먼저 보인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의무가 되는 순간 며느리에게는 관계 자체가 부담으로 변할 수 있다.

2. 남편의 부모와 관계를 만드는 책임이 며느리에게만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생일을 며느리가 기억하고 명절 일정도 며느리가 조율하며 시아버지 병원 일정까지 며느리가 챙기는 집이 있다. 그런데 친정 부모의 일은 대부분 아내가 알아서 한다.
결국 한 사람이 자기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까지 모두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이 자기 부모에게 연락하고 필요한 일을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며느리는 그 관계에 함께할 수 있지만 남편 대신 효도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3. 잘하는 것보다 서로 선을 지키는 관계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시댁에 무조건 잘하려고 하면 처음에는 관계가 좋아 보일 수 있다. 싫은 부탁도 받아주고 힘들어도 명절마다 일찍 가며 서운한 말을 들어도 웃고 넘어간다. 문제는 사람이 계속 참기만 하면 어느 순간 마음이 먼저 멀어진다는 것이다. 시부모 역시 며느리가 처음부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
바쁜 날에는 못 간다고 말하고 부담스러운 부탁에는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명절에도 함께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다. 대신 만났을 때는 서로 예의를 지키고 도움을 받았다면 고마움을 표현하면 된다.
가족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희생했느냐가 아니다. 며느리도 시부모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시부모 역시 며느리를 아들의 배우자이자 독립된 성인으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좋은 며느리가 되려고 자신을 계속 희생하는 것보다 서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오래갈 수 있다.

"시댁에 잘할 필요 없다"는 말은 시부모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한쪽의 희생을 효도라고 부르는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같은 수준의 존중과 예의를 갖추자는 의미에 가깝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잘하는 만큼 남편도 장인과 장모에게 마음을 쓰고, 무엇보다 각자 자기 부모와의 관계는 자신이 먼저 책임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배우자가 도와주는 일이 의무가 아니라 고마운 마음으로 남는다. 좋은 가족은 며느리가 얼마나 많이 희생하느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며느리가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미움받지 않고, 시부모 역시 무언가를 해줘야만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않는 관계가 오히려 오래가는 가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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