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직포 들어간 안산 맨발 산책로… 취지는 어디로, 세균은 여기로

안산천변, 일반 산책로처럼 정비공사중
주민들 “접지 불가능·세균증식 등 문제
2억 들여 맨발로 걷지 못하는 길 조성”
안산천 산책로 정비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직포가 깔려 있다. 2024.6.4 안산/황준성 기자 yayajoon@kyeongin.com

맨발로 걷기에 더 좋은 길을 조성하기 위해 주민참여 사업으로 시행된 안산천 산책로 정비공사가 오히려 그 취지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안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26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맨발 걷기’ 명소인 안산천변 1천70m(안산11교~15교 구간) 산책로를 정비한다. 투입되는 예산은 2억3천여 만원이다.

지난해 5월 주민들이 ‘맨발 걷기 좋은 호수 둘레길 사업’을 제안했고 시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확정, 지난 4월 공사에 착수했다. 시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걷기 좋은 산책로 제공의 효과를 기대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자 주민 반응은 오히려 정반대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인 만큼 그 취지와 목적에 맞게 맨발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해야 하는데 일반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등 맨발 걷기 옹호자들은 길을 조성할 때 부직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접지(일명 어싱, Earthing)에 의한 자연치유가 맨발 걷기의 가장 큰 목적인데 부직포와 같은 인공물이 중간에 삽입될 경우 접지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부직포가 있으면 세균 증식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산천 산책로 정비사업은 부직포를 넣어 마사토를 깔아 마감하며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이다. 토사 및 배수를 위해 부직포 설치가 필수고 또 토목 공사의 메뉴얼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정비 공사 전 안산천 산책로 모습. 2024.6.4 /독자 제공

이에 대해 한 주민은 “더 나은 맨발 걷기 둘레길 조성을 위해 사업을 제안했는데 일반 산책로로 조성되면 굳이 예산을 들여 공사를 벌일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며 “오히려 예산을 들여 맨발로 걷지 못하는 길을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안산천 산책로는 오래돼 돌뿌리 등으로 노면이 불량하다 보니 정비가 필요하긴 했다”면서 “주민 제안 사업이지만 공사 메뉴얼 상 부직포 설치는 필수고 이미 상당부분 공사가 진행된 터라 변경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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