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정의 도전은 '진행형' "후배들에게 포기 안하면 꿈에 다가설 수 있다는 용기 주고 싶어요"[인터뷰]

중학교 때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우승이라는 첫 결실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장수정(27·대구시청)이 지난 7월초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열린 노디아오픈에서 생애 첫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다. 1995년생으로 올해 27세인 장수정의 조금 늦은 WTA 도전 첫 우승이다.
지난 1일 경기도 시흥 씽크론 아카데미에서 기자와 만난 장수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큰 대회에서 우승했구나’는 느낌을 받았다. 첫 WTA 타이틀이라 그간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디아오픈은 WTA 투어보다 한 등급 낮은 WTA 125K시리즈지만, 한국 여자 테니스에 무려 40년간 없었던 우승 경사였다. 장수정의 우승은 1982년 이덕희가 WTA 투어 포트마이어스 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가장 큰 성과다.
대기 명단 1번을 받고도 첫 윔블던 본선행 꿈을 이루지 못한게 장수정에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윔블던 불발로 뛰게 된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장수정은 “윔블던에서 훈련하면서 좋은 기분을 유지했다. 그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장수정은 한나래(30·부천시청)와 현재 한국여자테니스 간판이다. 주니어 시절 독보적인 유망주로 큰 관심을 받았고, 일찌감치 ‘테니스 명문’ 삼성증권의 지원을 받아 투어 도전을 시작했다. 벌써 투어 도전을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인내하며 도전한 결과는 올해에서야 두드러진다. 지난 1월엔 호주오픈 본선에 오르며 이덕희, 박성희, 조윤정, 한나래에 이어 역대 5번째 메이저대회 데뷔한 한국 여자 선수가 됐고, 이번에 대회 우승 소식까지 전했다.

사실 테니스 투어 선수 생활은 고되다. 톱클래스 선수가 아니라면 경제적 사정도 여유롭지 않다. 장수정도 지난 몇 년간 스폰서없이 자비로 투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승리보다 더 많은 좌절와 맞서야 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도 거리가 멀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장수정의 선택은 지금도 ‘도전’에 맞춰진다. “내 꿈이 있으니 마땅히 투자해야 한다. 한 번에 잘해서 뭔가 이루면 좋겠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조용히 내 갈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랜 외국 생활에 정체된 랭킹으로 힘든 시간에 마침 코로나19 대유행이 전환점이 됐다. 장수정은 “딱 투어 생활이 힘들다고 느껴진 때 국내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기분전환이 됐다”며 “테니스가 지금도 재미있다. (랭킹이)더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퇴를 할 때까지 후회없이 다 쏟아낼 것”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장수정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신의 개인 최고 랭킹(114위)을 새로 작성했다. 늘 어려웠던 100위권 이내 유럽 강자들도 하나씩 넘으면서 자신감도 더했다.
장수정은 3~4년 전부터 3살 위 친오빠인 장광익씨가 트레이너 겸 코치로 동행한다. 장수정에겐 심리적인 플러스 요소다. 장수정은 “오빠한테 기대는 편이라 더 좋다”고 했다. 장광익씨는 “우린 어릴 때도 싸운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늘 함께 다니면서 ‘현실 남매’일 때가 있다. 그래서 경기, 훈련 일정 외에는 서로 철저하게 개인 시간을 갖는다”며 웃었다.

장수정의 도전은 계속된다. 4일 미국 펜실베니아로 출국해 3주 뒤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제 대회인 US오픈 예선을 준비한다. 장수정은 “남은 시즌을 잘 치러 내년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본선에는 자력으로 뛸 수 있는 랭킹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테니스 선배로 품은 더 큰 목표도 있다. 장수정은 눈빛을 반짝이며 “앞으로 투어에 도전하는 어린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꼭 좋은 결과가 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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