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토는 슈퍼푸드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식재료다. 흔한 식탁 재료인 동시에, 특정 질환에 있어선 ‘예방’보다 한발 더 나아간 ‘치료 보조제’로까지 언급된다. 특히 일부 암 질환에 대해서는 실제 의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식단 조정 시 가장 먼저 언급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토마토는 단순한 과채류가 아니라, 체내 생리 작용에 깊이 관여하는 기능성 식품이다.
그 중심에는 ‘항암 작용’이 있다. 단순히 항산화 작용 때문만은 아니다. 토마토는 암세포의 성장 억제, 혈관 신생 차단, 세포 분화 조절, 면역 반응 강화 등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암이 발병하고 전이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다. 이 글에서는 의사들이 ‘토마토는 항암치료에 있어 가장 강력한 식재료 중 하나’라고 말하는 이유를, 네 가지 핵심 메커니즘으로 정리한다.

1. 리코펜 – DNA 손상을 억제하고 종양 억제 유전자 활성화
토마토의 대표적인 생리활성 성분인 리코펜(lycopene)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리코펜이 단순한 산화 억제를 넘어서, 세포 유전자의 발현 조절에까지 관여한다는 점이다. 특히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DNA 복구 과정에 직접 작용해 세포의 비정상적 분열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리코펜을 꾸준히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전립선암, 폐암, 위암의 발병률이 눈에 띄게 낮았으며,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서도 종양 성장 속도가 유의미하게 늦춰졌다는 결과가 있다. 이는 리코펜이 단순한 ‘예방’이 아니라, 암의 진행을 늦추는 보조치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 암세포의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작용
암이 성장하고 전이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혈관 신생’이라 부르며, 이는 암세포가 체내에서 자급자족하며 증식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토마토의 리코펜은 이 혈관 신생을 차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VEGF(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가 주변 환경에서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유방암과 대장암 등 혈관 의존성이 높은 고형암에서 이 메커니즘은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 이는 토마토가 암의 ‘성장 환경’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뜻이며, 화학적 항혈관 신생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장기적인 섭취에도 안전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포가 살 수 있는 기반을 붕괴시키는 방식이다.

3. 세포 분화 유도와 세포사멸 촉진
토마토 속 일부 성분은 암세포의 분화 과정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원래 특정 기능을 해야 하는 세포가 암화되어 기능을 잃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이 시작되는 전단계에서, 토마토 성분은 이 과정을 멈추게 하거나 다시 정상 세포로 유도하는 ‘리프로그래밍’ 작용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암세포에 대해서도 세포사멸(apoptosis)을 촉진하는 신호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토마틴(tomatin)과 루테인 같은 부성분들이 이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작용은 항암제처럼 독성으로 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세포 스스로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정상 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으면서, 선택적으로 암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전이다.

4. 면역 세포 활성화와 항암 면역 반응 증폭
암세포는 면역 시스템의 감시를 회피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이때 토마토의 항산화 성분과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은 면역 세포들의 감지력을 향상시키고, T세포, NK세포(자연살해세포), 대식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암세포가 체내에서 은폐하거나 회피하는 과정을 무력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토마토는 장내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은 전체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존재하는 면역의 중심인데, 토마토 섭취는 이들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대해 더 공격적인 반응을 하도록 자극한다. 특히 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와 같은 현대 항암 면역요법과 병행할 경우, 토마토 기반 식단은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조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