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방송에 매출 12억원 내던 홈쇼핑 스타 PD, 퇴직 후 시작한 뜻밖의 일

스타 홈쇼핑PD의 변신

“여러분, 꼭 돈 많이 버셔야 합니다!”

박수진 비즈나이츠 대표의 말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박수진 비즈나이츠 대표가 격려사를 하는 모습. /더비비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에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은 언뜻 어색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말에는 깊은 뜻이 있었다. 좋은 의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 보이길 바란다는 덕담이었다. LG소셜펠로우 14기 발대식 현장에서 한국형 소셜 벤처의 미래 기업들을 만났다.

◇“벼농사도 탄소 발자국이 있는 줄 모르셨죠”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는 홈쇼핑 전문 방송국 PD 출신이다. /더비비드

LG소셜펠로우 14기는 사업 아이템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배경을 갖고 있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는 홈쇼핑 전문 방송국 PD 출신이다.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를 기획해 첫 방송부터 12억원의 매출을 냈다. 그는 “매출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는 동안 마음 한편에는 ‘소비주의에 대한 반성’이 자리 잡았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김 대표는 2021년 10월 땡스카본을 창업했다. 카본(탄소)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자는 뜻이다. 가장 잘하는 일부터 했다. 전국의 농부를 찾아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재배 농법을 알게 됐고,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김 대표는 “태양광 설치, 전기차처럼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사와 탄소는 생각보다 끈끈하게 연결된 단어다. 논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은 전 세계 인위적인 메탄 배출량의 8.7%를 차지한다. 논바닥에 물을 채워 벼를 재배하다 보니 메탄 생성 세균의 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농법 연구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LG소셜펠로우 활동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더비비드

땡스카본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솔루션이다. 김 대표는 “자연 기반 농법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정량적 측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자연을 명확히 관측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면 메탄 발생량을 40% 줄이고 물 사용량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절약한 탄소 배출량을 B2B(기업간거래) 탄소배출권 거래에 활용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LG소셜펠로우 활동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LG화학과 함께 여수에서 블루카본(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프로젝트를 한 경험도 있다”며 “앞으로도 LG전자·화학의 영향력이 미치는 아시아 농업 국가와 협력해 벼농사 메탄 감소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작은 공이 만드는 식물 생태계

한때 식물생태학 교수를 꿈꿨다는 신원협 인베랩 대표. /더비비드

신원협 인베랩 대표는 한때 식물생태학 교수를 꿈꿨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물생태학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생태계 교란 식물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와 관리 방안에 흥미를 붙였다. 신 대표는 “한여름에 그늘도 없는 갯벌에서 현장 조사를 하다가 원격 탐사 기법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인베랩은 자연 속 ‘침략(Invasion)’을 연구하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생물다양성 분석을 통해 외래종 문제를 해결하는 ‘생태 복원’에 초점을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드론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시드볼(seed-ball)이다. 신 대표는 “식물 간 경쟁을 유도해 침입종을 퇴치하는 전략”이라며 “자생종 종자의 발아 및 생존에 최적화된 영양성분을 포함한 토양들을 배합해 동그란 공 형태로 만들고, 공중에서 뿌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가 인베랩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더비비드

신 대표는 LG화학의 ‘생물 다양성 알리기’ 캠페인 활동을 보며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LG화학에서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에 오픈이노베이션 진입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LG화학을 하나의 고객사로 상정하고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불 피해가 큰 호주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지역이 생물 다양성 문제도 함께 겪고 있다”며 “LG소셜펠로우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해외진출 전략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땡스카본·인베랩 등 8개 기업은 LG소셜펠로우 14기로 선정돼 앞으로 LG소셜캠퍼스의 금융·공간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가령 가장 가까운 일정으로는 리더쉽 특화 교육이 있다. 창업 대표자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타개해 더 오래 더 먼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쉼을 제공하는 1박 2일 힐링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에는 LG소셜펠로우 13기 대표들도 전원 참석해 교류의 장이 열릴 예정이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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