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을 아득히 뛰어넘는 후속작, 로얄엔필드 히말라얀 450


모토 히말라야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히말라야로 돌아왔다. 완벽히 진화한 새로운 히말라얀 450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얄엔필드 히말라얀의 탄생 배경에는 로얄엔필드의 대표모델인 뷸렛 시리즈가 있다. 뷸렛은 해발 5,600미터를 넘나들며 아름다운 히말라야 산맥을 누비던 오리지널 히말라얀 어드벤처 바이크다. 의외일 수 있지만 당시 뷸렛350은 인도에서 생산되는 바이크 중 가장 고성능 바이크였고, 공기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도 충분한 출력을 내주었다. 덕분에 히말라야 지역에서 뷸렛은350은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수많은 인도의 젋은이들이 로얄엔필드를 타고 히말라야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2016년, 로얄엔필드는 이러한 뷸렛의 활약을 이어가기 위한 히말라야에 특화된 바이크를 만들었다. 히말라야 풍경과 어울리는 친숙한 디자인에 튼튼하고 손쉽게 정비할 수 있는 구조, 내구성 좋은 엔진, 험준한 도로를 주파하기 위한 21인치 프런트 휠 등은 철저히 목적을 위한 요소다. 그렇게 2016년 히말라얀 411이 탄생했다. 불릿시리즈를 중심으로 그 파생형만을 만들어오던 로얄엔필드의 실질적인 첫 신 모델이었다. 히말라얀 411의 디자인은 투박해 보이지만 두카티 999와 스포르트1000, MH900E등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피에르 테르블랑쉬’의 손길을 거친 디자인이다. 처음에는 인도 내수 전용 모델로 만들어졌고 성능의 아쉬움이나 초기 품질에 대한 문제도 많았다. 하지만 그 이름처럼 히말라야에서, 그리고 인도 전역에서 대히트를 기록한다. 수입 바이크들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험로 주행성능은 그들 못지않게 뛰어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쏟아지며 유럽 환경기준과 ABS를 탑재한 수출용 유럽사양이 만들어진다. 히말라얀411의 유럽 출시모델이 EICMA를 통해 공개된 2017년에 이미 히말라얀 450 개발이 시작되었다. 히말라얀 411은 수많은 히말라야 여행자들의 손을 거쳐가며 차량의 어디가 먼저 부서지고 고장 나는지,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또 필요 없는지, 수많은 히말라얀들을 통해 쌓인 실전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히말라얀 450의 개발에 반영되었다.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갈고 닦아진 것이다.



풀체인지

새로운 히말라얀 450은 정말 이름 빼고 다 바꿨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재탄생했다. 개인적으로는 신형의 디자인에서 기존의 각지고 레트로 분위기가 사라진 점은 아쉽다. 프레임으로 헤드라이트 스테이와 가드를 겸하는 독특한 구조는 신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날렵해진 프런트 펜더와 LED로 디테일을 살린 둥근 헤드라이트, 품질이 좋아진 시트까지 외장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다. 볼륨감 넘치는 연료탱크와 완성도가 높아진 스위치박스, 그리고 원형 TFT계기반까지, 시트위에 앉아서 보이는 디테일에 만족감이 상당히 크다. 크기도 확실히 커 보인다. 이전 히말라얀에 비해 길이도 길어지고 볼륨감이 생기면서 당당하게 느껴지는 풀사이즈 어드벤처 바이크의 느낌을 갖추었다.

테스트 시작

수많은 궁금증과 함께 클러치를 붙였다. 주행 첫 인상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그런데 토크와 출력이 스펙으로 미루어본 예상치보다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놀라지 말자. 이곳은 산소가 희박한 해발 3,000미터에서 출발해 4,000미터를 넘나드는 높은 고산지대이기 때문이다. 수치로 비교하자면 서울의 산소농도는 대략 20%정도인데 해발 3,000~4,000미터로 높아지면 산소농도가 17~16%수준으로 떨어진다. 단순 계산으로도 출력이 20%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모토히말라야에서 해발 5,600미터인 카르둥라를 넘을 때 히말라얀 411은 거의 125cc수준의 출력으로 떨어졌었다. 그래도 엔진의 회전수를 높이니 엔진 고유의 펀치력이 살아난다. 6,000~8,000rpm으로 돌려가며 엔진을 쥐어짜며 달리는 느낌이 상당히 좋다. 이런 고회전은 이전의 히말라얀에는 없던 영역이다. 전반적으로 온로드에서 성능은 무난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약 11초, 분명 출력 증대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속이다. 이번 테스트 중 계기반에서 확인한 최고속은 136km/h였다. 여전히 출력은 남아있었으니 도로만 허락한다면150km/h까지는 무난하게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80~120km/h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성능이지만 이정도면 히말라얀 오너들에게는 극적인 변화다.


도로에서의 주행은 편안하다. 엔진에서부터 진동이 효과적으로 억제되어 손발을 간질이는 잔 진동도 없다. 라이더와 바이크를 연결하는 포인트인 핸들바 클램프와 풋패그 마운트의 고무댐퍼가 진동을 한 번 더 걸러준다. 새롭게 추가된 에코모드는 1단부터 4단까지의 스로틀을 부드럽게 다듬어 효율을 높인다. 이전 히말라얀과 유사한 반응속도로 초심자에게도 유용한 모드다. 핸들링은 중립적이고 기울임 저항이 적어 연속적인 방향전환도 빠르다. 리어 타이어 폭이 120mm에서 140mm로 넓어지며 안정감이 추가되었다. 이전 모델보다 안정감이 늘어난 것만큼 속도를 붙이는 것도 빨라 전체적인 주행 페이스가 올라갔다. 스티어링 앵글도 커서 좁은 공간에서 바이크를 돌리거나 다루기도 좋다. 주행 보조장비는 ABS시스템뿐이다. 트랙션 컨트롤이나 퀵시프트, IMU 같은 최신 전자장비는 탑재하고 있지 않다. 전자식 스로틀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퀵시프트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에 추후 옵션으로라도 나와 주기를 기대해본다.


쉐르파 450

기존의 LS410엔진을 대체하는 쉐르파Sherpa 450 엔진은 배기량은 452cc로 소폭 증가했지만 수랭에 DOHC를 더하며 출력과 토크는 크게 향상되었다. 보어와 스트로크의 길이가 거의 비슷한 84mm x 81.5mm로 거의 스퀘어 엔진이 되었다. 최고출력은 28마력에서 40마력으로 토크는 32Nm에서 40Nm로 높아졌다. 단순히 수치만이 아니라 3,000rpm에서 이미 최대토크의 90%가 나오고 모든 회전 영역에서 기존 엔진의 최대토크보다 높은 토크를 낸다. 또한 7,000rpm에서 레브리미트가 걸렸던 이전 모델과 달리 이제 8,750rpm까지 회전을 높인다. 이러한 엔진의 변화는 차량 전반의 운동성능은 물론 활동 영역을 크게 넓힌다.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세미드라이섬프 방식 윤활을 사용한다.


오프로드 주행성능은 크게 발전했다. 또한 전작인 히말라얀은 섀시나 서스펜션에 비해 엔진의 힘이 약했기 때문에 스로틀을 아무리 크게 열어도 리어휠이 미끄러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히말라얀450은 확실히 출력에 여유가 있다. 특히 저속 업힐에서 출력부족으로 반클러치를 잡아야하는 일이 없이 툴툴거리며 올라간다. 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니그립이 잡히는 점이나 서있는 상태로 프런트에 하중을 주기에 훨씬 유리해진 연료탱크 형상만 봐도 오프로드에 진심임 것을 알 수 있다. 살짝 넓어진 핸들바 역시 바이크를 다루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주행 보조장비는 ABS뿐이라는 점이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더 편하게 다가왔다. 트랙션컨트롤을 끌 필요도 없고 리어ABS해지도 주행모드로 간편히 바꿀 수 있다. 더 이상 ABS해지 버튼과 씨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스펜션은 인상적이었다. 전후 쇼와제 서스펜션은 초기응답은 적당히 물러서 자잘한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도 강한 충격에서는 꽉 잡아주는 느낌이 좋다. 전후 작동 폭은 200mm로 클래스 최고수준이다. 댐핑 형성도 잘 되어서 꽤 빠른 페이스로 오프로드를 달릴 때도 서스펜션의 한계가 쉽게 오지 않는다. 히말라얀 411이 빠른 페이스로 달릴 때 부서질 것처럼 달리던 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차체 구성 중 또 인상적인 부분은 풋패그다. 이전 히말라얀은 강한 충격이나 지속적인 피로파괴로 인해 풋패그가 떨어져나가는 일이 종종 보고되었다. 이제는 고무댐퍼가 중간에 덧대어져 3점으로 차체에 연결된다. 라이더로 전달되는 진동을 막아줄 뿐 아니라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내구성 자체가 높아진다. 혹여나 문제가 생겨도 여분 부품만 있다면 통째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연결부위는 고무소재지만 워낙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주행에 있어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클래스 최고의 계기반

히말라얀은 끝내주는 컬러TFT계기반은 계기반을 갖추고 있다. 아래쪽이 살짝 잘려있지만 거의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어진 화면은 가장자리의 베젤이 얇아 더 크고 시원한 느낌이다. 이 클래스에 국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의 상위모델도 가지지 못한 세련된 디자인이라 놀라웠다. 클래식한 계기반에서 모드를 바꾸면 화면의 절반에 내비게이션이 나오게도 설정할 수 있다. 계기반 자체가 높게 장착된 덕분에 시선을 거의 내리지 않아도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기존의 턴바이턴 표시가 아닌 WIFI로 전체지도를 스트리밍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휴대폰의 배터리 소모가 큰 것이 단점이기 때문에 턴바이턴 방식도 사용할 수 있으며 USB타입C 충전포트를 이용해 주행하며 바로 충전도 가능하다. 그리고 구글지도 기반이라 국내에서는 그림에 떡인 기능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화면 전환 애니메이션을 짧게 바꿔 반응속도를 높여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히말라얀의 DNA

전반적인 주행 느낌은 놀라울 정도로 기존의 히말라얀과 비슷하다. 모토히말라야를 두 번이나 완주하며 히말라얀 411의 주행감각에 익숙해진 덕분에 비교하기 쉬웠다. 런칭 프레젠테이션에서 개발진이 이야기 한 “이전 세대 히말라얀의 DNA를 그대로 담고 있다.”라는 말이 미사여구가 아님을 주행테스트를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비슷한 감각을 바탕으로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엔진의 출력, 승차감, 서스펜션의 한계, 제동력, 그리고 시트에서 바라보는 바이크의 볼륨과 완성도까지, 모든 면에서 기존 모델보다 고르게 발전해있었다. 전세대의 아쉬움을 모조리 해결해버렸기에 만족감이 커서 불만이 끼어 들 틈이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떠한 후속모델보다 발전의 폭이 크면서 동시에 확실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이게 히말라얀450의 놀라운 점이다. 전체적인 성능 향상이 크다보니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후속 모델보다는 상위 모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기존의 히말라얀 411은 누가 타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부드러운 출력과 만만함이 인기 비결 중에 하나였다. 이번 히말라얀450은 그 만만함에서 조금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로얄엔필드가 준비한 답은 그동안 히말라얀 라이더들도 성장했고 그에 맞춰 히말라얀도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기존의 히말라얀 411을 타던 라이더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미들클래스 이하 모델의 후속을 만들 때는 기존 라이더는 메인타겟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원래 라이더가 성장하고 나면 윗 모델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얄엔필드는 현재 히말라얀 오너들을 떠나보낼 생각이 없나보다. 기존 오너들이 충분히 바꿔볼만한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 한 가지 추가요소가 남아있다. 바로 고도가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향상될 출력이다. 실제로 로얄엔필드 엔지니어들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기에 이 부분은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하루빨리 한국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다양한 옵션과 선택지

로얄엔필드가 이번 히말라얀 450을 선보이며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순정 옵션파츠다. 투어러와 랠리 두 가지 테마로 다양한 옵션을 선보인다. 그 파츠들 하나하나가 구색 맞추기가 아닌 상당히 고품질로 제작되었으며 용도와 목적에 따라 유용한 파츠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일체형 랠리시트와 전용 머드가드는 꽤 마음에 들었다. 또한 래빗과 협업으로 제작된 전용 어패럴도 품질과 디자인이 상당히 높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에서 히말라얀에 대한 로얄엔필드의 진심이 느껴진다.


경쟁자가 없다

기존의 250~500cc 정도의 배기량을 가진 어드벤처 바이크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그 중에 성능 면에서 꽤 괜찮은 모델도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서도 히말라얀 411은 제 밥그릇은 제대로 챙길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었다. 그런데 히말라얀 450을 타고 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는 완벽히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프로드 성능에는 진심이 담겨있고 스타일 성능 그리고 완성도까지 이 클래스의 어떠한 모델보다 한 발 앞서있다. 히말라얀450은 하위 클래스를 공략하기 위해, 적당한 상품성으로 포장한 모델이 아니라 로얄엔필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브랜드 최상급 어드벤처 모델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시장에 큰 자극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히말라얀450을 상대하려면 이제 적당히 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ROYAL ENFIELD HIMALAYAN 450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84 × 81.5(mm) 배기량 452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40.02PS / 8,000rpm 최대토크 40Nm / 5,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21 (R)140/80 R17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27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45×852×1,316(mm) 휠베이스 1,510mm 시트높이 825-845mm 건조중량 181kg 판매가격 가격미정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로얄엔필드코리아 royalenfie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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