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아우디(Audi)라는 브랜드는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우디는 전신인 아우토우니온(AutoUnion) 시절만 해도, 그야말로 레이스를 위해 차를 만들었던, 알아주는 스피드광 집단이었다. 물론 아우토우니온 자체는 반더러(Wanderer), 호르히(Horch), 아우디(Audi), 데카베(DKW) 등 군소 제조사들이 생존을 위해 결성한 기업연합으로 출발했지만 1930년대 '실버 애로우'로 대표되는 그들의 전설적인 레이스 무대에서의 업적은 지금도 오늘날 아우디 브랜드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휴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우토우니온은 전쟁 이후 해체되었으나, 여러 우여곡절을 끝에 지금의 '아우디'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게 된다.

그러던 중 1990년대 들어, 폭스바겐 그룹 차원에서의 새로운 목표를 발표한다. 그것은 바로 '3리터 카(three-liter car)'였다. 이는 "3리터의 연료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차"를 의미했다. 이는 단순히 연비 수치만 3l/100km(약 33.33km/l)를 달성하는 것이 아닌, 당시 유럽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환경 규제 강화, 연료 효율 개선 요구에 대한 야심찬 기술적 도전이었다. 지금이야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로 여겨질 수 있지만, 1990년대의 기술로는 이를 문자 그대로 양산차 레벨에서 실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리고 아우디는 그룹 차원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하나의 소형차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아우디 A2다.

극한의 연비 달성을 위한 스피드광의 해법
1990년대의 기술로 이 극단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우디는 대중차 브랜드가 취할 수 있는 해법이 아닌, 지극히 레이서 다운 접근법을 취했다. 그 중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네카줄름(Neckarsulm)에 위치한 알루미늄 센터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었다. 네카줄름의 알루미늄 센터는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 A8의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를 개발한 그곳이다. 아우디 A2의 개발팀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3l/100km의 연비를 달성하기 위해 '무게를 줄이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A8에 사용했던 ASF를 더욱 단순화한 구조의 차체구조가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공기역학적으로 극도로 효율적인 외관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이 차의 외관 디자인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가 맡았으며, 훗날 디자인 수장이 되는 게르하르트 페퍼를레(Gerhard Pfefferle)도 함께했다. 이들은 A2를 위해 공기역학적 특성이 우수하면서도, 내부 공간은 최대한으로 도출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를 찾는 데 고심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하랄트 베스터(Harald Wester)에 따르면, "그 당시 우리는 공기역학적 최적화를 위해 우리는 말 그대로 풍동실험장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아우디는 1995년에 완성한 링고(Ringo)라는 이름의 디자인 스터디 모델을 거쳐,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선보인 Al2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컨셉트 Al2에는 양산형 아우디 A2를 이루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구현되어 있었다. 아우디는 이를 '굴러다니는 새장(Rolling Cage)'로 표현한다. 이러한 형상을 취한 것은 오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비례로 인해 한 편으로는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비춰지기도 했다. 유럽 일대의 매체에서는 아우디 A2의 외형을 두고 '뉘인 달걀(Lying egg)', 혹은 '바퀴 달린 달걀(Egg on wheels)'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극단적으로 연비만을 우선시한 설계사상을 조롱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특유의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외형은 ASF와 더불어 아우디 A2의 엄청난 연비를 실현하는 데 혁혁하게 기여한 요소다.

최고 수준의 연비를 달성한 '초호화' 소형차
1999년 9월 IAA에서 양산형 아우디 A2가 세계에 공개됐다. 현대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차체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컴팩트카였다. 도어와 테일게이트까지 포함한 차체 무게는 약 153kg으로, 같은 크기의 철제 차체 대비 약 40% 가볍다. 차체 길이 3.83m, 너비 1.67m, 높이 1.55m의 소형차였지만, 실내 공간은 넉넉하게 설계되었다. 생산은 네카줄름 공장에서 이뤄졌으며, 1999년 11월 15일 준공식과 함께 A2 1.2 TDI가 공개되었다. 이는 세계 최초의 4도어 3리터 카였다.

아우디 A2는 생산 기간 동안 가솔린 2종, 디젤 3종 등 총 5종의 엔진이 제공됐다. 가솔린 모델은 직렬 4기통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했으며, 복합 연비는 100km당 5.9ℓ였다. 디젤 모델은 모두 펌프-노즐 직분사 방식의 3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2000년 6월 출시 초기에는 최고출력 75마력의 가솔린과 디젤 TDI가 제공됐다.

특히 1999년 말 공개된 A2 1.2 TDI는 최고출력 61마력, 연비는 디젤 기준 100km당 2.99ℓ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엔진은 풀알루미늄제 직분사 터보 디젤이었으며, 5단 자동화 수동변속기에는 전자유압식 클러치 시스템이 적용됐다.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 부품을 활용하고 경량 단조 휠과 경량화된 뒷좌석을 채택해 기본형보다 135kg 줄어든 공차중량 855kg을 달성했다. 공기역학 향상을 위해 전면 냉각 공기 흡입구를 부분적으로 막고, 타이어는 협폭 설계와 사이드월 그루브 처리로 유동 저항을 최소화했다. 휠 아치 트림, 휠 커버, 언더바디 패널링을 통해 난류를 억제한 결과, 기본형의 0.28 Cd 대비 공기저항계수 0.25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우디 A2에는 크나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격'이었다. 최상의 연비를 달성하기 위해 스포츠카나 레이스카에나 사용할 법한 접근법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던 탓에, 분에 넘치게 호화스러운 차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우디 A2는 오늘날의 스포츠카에도 흔치 않은 풀 알루미늄 프레임과 바디로 제작되어 있으며, 이는 아우디 A2의 단가를 폭등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아우디 A2는 당대의 소형차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수많은 풍동실험을 거쳤고, 연비 달성을 위해 대부분이 비표준의 전용 부품을 사용했다. 엔진 마운트부터 시트 프레임, 심지어 휠도 전용의 경량 단조 휠을 사용하는 등, 소형차로서는 비정상적으로 전용 부품의 비중이 높았으며, 이는 단가 상승과 직결되었다. 여기에 디젤 직분사 기구 등, 여러 선진 기술들이 대거 투입되었다는 점도 A2의 단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 때문에 아우디는 A2를 '프리미엄 소형차'로 홍보하며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소한 개념인 것은 둘째 치고, 기껏해야 폭스바겐 폴로 수준의 체급인 주제에 가격은 중형세단인 A4에 맞먹는 A2를 선뜻 선택할 만한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아우디 A2는 단종을 맞은 2005년 7월까지 총 176,377대가 생산되었다. 프리미엄 컴팩트로서 기대만큼의 시장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공간 활용성과 기술적 혁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A2는 연비, 신뢰성, 디자인 매력으로 사랑받으며, '작지만 기적 같은 차'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