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충전소 전기차 ‘다닥다닥’… 화재 땐 속수무책 [로컬이슈]

김기현 기자 2023. 3. 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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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안전 이대로 좋은가
보조금 지원 줄어도 보급 늘어... 충전중 잇단 화재, 참사 우려
작년 도내서만 12건 사고 발생... 주차장 대부분 소방시설 미흡

탄소중립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전기차 구매 수요가 급증하자 원인 불명의 안전사고가 잇따른다. 화재가 대표적이다. 전기차는 ‘열폭주 현상(열로 생긴 발열반응으로 인해 반응률이 증가해 다시 열을 생산)’ 등으로 인해 불이 나면 순식간에 배터리 온도가 1천도까지 상승해 대형화재로 번진다. 그럼에도 관련 법규나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 무엇보다 지자체의 관심은 미흡하다. 로컬이슈팀은 전기차 ‘30만 시대’를 맞아 화재 위험성을 되짚고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하루평균 7만명이 방문하는 하남시 초대형 복합 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지난달 7일 오전 11시33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동의 한 건물 옆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쎄보-C 2인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2인승 소형 전기차의 불을 끄는데 출동한 소방인력은 소방대원 51명과 소방장비 24대에 달했다.

전기차 차주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을 옮기던 중 안면부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차량은 전소되고 인근 건물 일부까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12건(경기소방재난본부 집계)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시설 등 현장점검 결과 안전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후 4시께 찾은 하남시 신장동 초대형 복합쇼핑몰. 하루 평균 7만명이 방문한다는 이곳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구역마다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가 다닥다닥 붙은 채 충전을 하고 있다. 바로 옆 차량정비소에서는 타이어 교체, 엔진오일 교환 등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며 점검을 받는다.

화성시 병점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김기현기자

문제는 전기차가 기계 결함 등으로 충전 도중 화재가 발생하면 인접 차량으로 불길이 번져 건물 전체가 화마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정비소가 바로 인접해 있어 오일류 등 가연물로 인해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성 또한 높다. 

주차장 차량 화재는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해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소방시설은 이곳에서 2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 

화성시 병점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하 2층 아파트 출입구 바로 옆에 충전소가 있지만 스프링클러나 소화기 등의 소화시설은 전무했다. 소방시설이라곤 바닥에 놓여 있는 소화기 1대가 전부다. 소화기 1대로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소화 용수를 공급해주는 소화전은 이곳으로부터 10~20m 떨어져 있어 빠른 화재 진압에 무리가 있다. 여기에 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2.3m에 그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소방차(3m)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다.

입주민 김세진씨(38·화성시)는 “전기차가 매년 급증하는 데 비례해 화재 위험도 매년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충전시설 주변에 소화기를 적절히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이대현 기자 lida@kyeonggi.com
안치호 기자 clgh106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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