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용돈 관리·금융 교육 앱 '퍼핀' 개발한 레몬트리 이민희 대표

주식 시장 활황 속에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20대 미만 주식 소유자는 2019년 9만8612명에서 2024년 77만3414명으로 약 7배 증가했다. 부모가 대신 계좌를 만들어주던 과거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용돈을 모아 직접 투자 종목을 고르고 매매를 요청한다. 이른바 ‘알파 세대’의 새로운 금융 풍속도다.
자녀 용돈 관리·금융 교육 앱 ‘퍼핀’을 운영하는 레몬트리 이민희(39) 대표는 최근 이런 흐름에 발맞춰 자녀 주식 투자 기능을 내놨다. 부모와 아이가 용돈 계약을 맺고 카드를 쓰게 하던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1000원 단위로 미국 주식을 사고팔며 ‘돈 굴리는 법’을 배우게 한 것이다. 이 대표를 만나 가족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퍼핀의 청사진을 들었다.
◇과외 선생님에서 연쇄 창업가로

2005년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재학 시절 부유층 자녀를 과외하며 돈에 대한 인식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설 연휴가 지나고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더니 한 아이는 하림 주식을 사겠다 하고, 다른 아이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겠다고 하더군요.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게임 머니 등 소비에만 치중된 답변을 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돈을 대하는 방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죠.”
이를 계기로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육 봉사 단체를 꾸렸다. “정부, 기업, 가계 역할을 부여하는 놀이 형식으로 교육을 진행했어요. 아이들은 각 경제 주체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자연스레 습득했습니다. 이 교육이 입소문을 타면서 카드사나 신문사에서 캠프 의뢰가 쏟아졌어요. 수익이 커져 세무 처리를 위해 법무사무소에 50만원을 내고 법인을 세웠습니다. 월 매출 2억원을 넘긴 제 첫 창업이었습니다.”

교육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중 동생의 수학 질문에서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 “고향에 있는 동생이 스마트폰으로 수학 문제를 찍어 보내면 제가 풀이 과정을 찍어 보내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동생 친구들까지 질문을 보내기 시작했죠. 스마트폰 보급으로 아이들의 공부 문화가 바뀔 것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여기에서 착안해 모르는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답을 해주는 비대면 수학 문제 풀이 앱 ‘바로풀기(바풀)’를 출시했습니다.”
바풀은 수만명의 이용자를 모으며 교육 시장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질문 내용을 인식해 기존 답변을 내놓는 자동화 시스템인 ‘AI 티처’를 개발했습니다. 그러자 뜻밖에 6개 회사에서 인수 제안이 오더군요. 결국 2017년 라인플러스에 바풀을 매각했습니다. 이후 단독 신사업 팀을 꾸리고 인공지능 스피커 기획, 디지털 카드 교환 서비스 등을 주도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익혔습니다.”
◇용돈 관리 넘어 자녀 주식 투자까지

2021년 7월 세 번째 스타트업 ‘레몬트리’를 세웠다. 한국형 자녀 용돈 관리·금융 교육 앱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용돈 관련 앱 그린라이트, 조고, 비지 키드 등을 참고하며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으며 다듬었다. “가령 비지 키드의 주요 기능인 ‘심부름 기능’은 배제했어요. 아들에게 ‘빨래 개는 걸 도와주면 동전 5개 줄게’라고 해봤는데, 언젠가부터 동전을 안 주면 아무것도 안 할 거라며 떼를 쓰더군요. 경험적으로 부작용이 따를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그로부터 약 2년 뒤 앱 ‘퍼핀(First Fintech for family)’을 출시했다. 아이 명의의 계좌가 없어도 전자 지갑을 만들 수 있도록 선불전자지급수단 자격을 취득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이란 교통카드처럼 미리 충전해 쓸 수 있는 결제방법을 말한다. “부모와 아이는 ‘용돈 계약’을 맺습니다. 매주 무슨 요일, 매월 며칠에 용돈을 받을지 정하죠. 아이가 용돈을 쓸 때마다 부모·아이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알림이 갑니다. 1만원 이상 결제하거나, 청소년이 가면 안 되는 곳에서 결제하는 등의 경우에도 메시지로 알려줘요.”

최근 금융 트렌드 변화에 맞춰 2026년 2월 주식 투자 기능을 도입했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어떻게 아낄까’에 집중했는데요. 이제는 아이들도 자산을 불리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000원부터 소수점 단위로 미국 주식을 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설 연휴가 있던 2026년 2월 한 달 동안에만 1000개가 넘는 자녀 주식 계좌가 새로 생겼죠.”
단순히 부모가 대신 주식을 사주는 방식이 아니다. “아이들이 매수하고 싶을 땐 ‘어떤 주식을 왜 사고 싶은지, 리스크는 무엇인지’ 투자 일기를 써서 전송해야 합니다. 부모가 이를 확인하고 앱 안에서 바로 대리 매수해 주는 방식이죠. 아이들이 이름도 생소한 금광 채굴 기업 같은 보석주를 발굴해 내는 걸 보며 부모님들도 신기해해요.”

투자에 대한 아이들의 진지한 태도는 모의투자 대회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퍼핀은 2023년부터 수서 시립청소년센터와 전국 청소년 모의투자 대회를 열고 있다. “수익률만으로 1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처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왜 이 회사에 투자했는지’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투자 보고회가 핵심이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초심자도 쉽게 투자의 본질을 배울 수 있는 ‘주니어 애널리스트’ 교육 과정도 만들었습니다.”
주식 투자 기능이 자리 잡으면서 ‘증여’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 “자녀가 용돈으로 투자한 금액도 원칙적으로 보면 증여가 맞습니다. 투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았어요. 사실 이미 이를 예상하고 후속 콘텐츠를 준비해 둔 상태였습니다. 가족 멤버십 기반의 통합 금융 서비스 ‘부자 패스’를 통해서 복잡한 증여세 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홈택스 셀프 신고 가이드 등 금융 전략을 세울 수 있어요.”
◇위험을 감수하는 아이가 리더로 큰다

레몬트리는 2025년 기준 연 매출 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누적 충전금은 1400억원을 넘겼다. “회원 수 늘리기보다 매출에 기여하는 진성 유저를 모으는 데 집중했어요. 가장 유의미한 수치는 고객 이탈률 0.2%입니다. 한 번 유입된 사용자는 쉽사리 탈퇴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지난 1년간 마케팅에 쓴 비용은 0원에 가까워요.”
사업을 뚝심 있게 이끄는 원동력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진 단단한 교육 철학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실패와 위험(Risk)을 온전히 겪으며 자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제된 안정적인 환경만 주어지면 아이는 수동적인 어른이 됩니다. 퍼핀을 통해 1만원을 투자했다가 9000원으로 떨어지는 상실감도 겪어보고, 때로는 스스로 리스크를 통제하며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해요.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분석해 보는 아이들이 결국 세상의 리더로 클 수 있으니까요.”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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