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MBC 기상캐스터… 구조적 문제 해결됐나

2026. 3.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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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후 기상분석관 정규직으로 채용
구조적 문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 기대
한빛인권센터 "1명으로 인원 감축, 과도한 비용 절감 아닌지 의문"
MBC가 기상캐스터 전원 계약 종료 후 기상분석관을 채용했다. MBC 제공

지난 2024년 故 오요안나의 사망 이후 방송계 내부에 묵혀 있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 등 방송 인력의 노동 환경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고인의 1주기를 맞아 MBC는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다면 현재 제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MBC는 기존 기상캐스터 전원과 계약을 종료하고 남성 기상분석관 채용을 알렸다. 지난 3일부터 날씨 정보를 전달한 기상분석관 윤태구는 호주 모나쉬대학교 대기과학과를 졸업했으며, 기상예보사와 대한민국 공군 기상장교 등을 거친 기상 전문가이며 지난달 MBC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앞서 MBC는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가 세상을 떠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2024년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으며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고인이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계약 구조와 조직 내 괴롭힘 신고 체계의 부재, 그리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방송사 내부 시스템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던 터다.

故 오요안나의 사망 이후 가장 먼저 지적된 문제는 프리랜서였다. 방송사에서 매일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며 제작진의 지시를 따르지만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구조다. 이 같은 계약 방식은 방송계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관행이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고용 책임을 줄일 수 있고, 출연자 역시 방송 활동을 자유롭게 이어갈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지난해 9월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생전 모습. 오요안나 SNS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책임의 공백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프리랜서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 대우가 발생했을 때 이를 공식적으로 신고하거나 보호받을 제도가 마땅치 않다. 실제로 故 오요안나 사건이 공론화됐던 당시 내부 고충 처리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크게 공분을 샀다. 기상캐스터 뿐만 아니라 스포츠 아나운서, 리포터 등 상당수 방송 인력이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들이 조직 내부 보호망 밖에 놓여 있다는 점이 드러나며 변화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이후 방송사 내부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의 기상캐스터 제도 개편이다. MBC는 기존 기상캐스터 체계를 정리하며 관련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인력 운영 방식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문제다.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자체가 곧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특정 직군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문제가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타 방송사 역시 내부 지침을 점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단 MBC가 정규직으로 전문관을 채용하는 형태로 바뀐 것 자체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기상캐스터들이 일하시는 방식 등은 단순히 진행과 전달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외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성차별적인 환경, 사이버불링이나 성희롱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노출돼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불안정한 고용 상황 등 역시 노동 환경 개선에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규직 형태로 직무를 재설계한 것은 필요한 방향이라고 본다"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아쉬운 점은 기존 기상 캐스터 인력은 모두 이제 내보내고 새로 채용을 한 것이다. 새 직무 채용 과정에서 경력에 대해서 가점을 주거나 어떤 방식을 취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형식적으로는 기존 인력을 다 내보내고 교체가 됐다는 부분이 아쉽다. 기존에는 4명이 근무를 했으나 현재 1명이 일하는 형태가 됐다. 처우를 개선해야 되는 과정에서 인력을 확 감축한 거니까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 절감 조치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공교롭게도 새로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뽑은 인력이 하필이면 남성이다. 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방송 진행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여성 지원자가 있지 않았을까. 전문성에 대해서 사고하는 방식이 남성을 좀 더 우선에 두는 사고가 은연 중에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을 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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