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금융그룹이 되려면 증권 또는 보험 계열사를 필수로 보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가운데 2개 이상을 운영하는 금융그룹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역시 10년간 증권사 인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저축은행으로 시작해 증권사까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한양증권의 대주주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한양증권의 새 주인이 됐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는 무엇보다도 OK금융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KCGI가 한양증권 지분 29.59%(376만6973주)를 매입하기 위해 쓴 금액은 2167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OK금융은 선순위 인수금융 500억원과 함께 펀드 출자액 1700억원의 60%인 1050억원을 책임졌다. 전체 인수금액의 70%가량이 OK금융에서 나온 셈이다. 즉 인수 당시 KCGI가 직접 지출한 금액은 150억원뿐이다.
다만 OK금융의 투자 규모에 대해 일각에서는 PEF를 활용한 '우회 지분참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위에서 재매각방지책에 관한 논의가 공전하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KCGI가 OK금융의 우선매수권을 없애고 최소 5년 동안 한양증권을 책임지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서야 심사는 종결했다.

최 회장이 한양증권의 경영권을 취득하려면 최소 5년 후에야 KCGI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10년간 종합금융사 도약이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력한 후보로는 한양증권이 거론된다.
OK금융은 2018년 원캐싱, 2019년 미즈사랑, 2023년 러시앤캐시 등을 잇따라 정리하며 대부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 말에는 동생이 소유한 업체인 H&H파이낸셜대부, 옐로우캐피탈대부의 사업 목록에서 '대부업'을 삭제하기도 했다.
H&H파이낸셜대부는 사명을 H&H로 고치고 여신금융업, 금융지원서비스업, 자산유동화 업무 등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옐로우캐피탈대부도 이름을 프로이데아홀딩스로 바꾸고 사업목적을 금융컨설팅업, 부동산임대업, 소프트웨어개발업으로 변경했다.
최 회장은 2014년 OK저축은행을 출범시키며 제2금융권에 진출한 뒤 이듬해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7년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 인수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를 둘러싼 우려로 기회를 놓쳤다.
금융위는 앞서 OK금융에 대부업을 정리하라는 요건충족명령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OK금융은 제2금융권에 진출하는 대신 2019년까지 대부업 자산의 40%를 감축하고 2024년에는 완전히 대부업을 정리하기로 약속했지만, 진척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았다.
매각주관사였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본계약 체결 이후 인수합병(M&A) 무산의 귀책사유가 OK금융에 있다면서 300억원가량의 계약금을 몰취하겠다는 조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OK금융과 매각자인 G&A PEF가 세부 내용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OK금융 관계자는 "중장기적 전략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한양증권 인수에는 단순히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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