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 시켜놓고 감시까지 하냐?"... 청장 탄핵 얘기까지 나온 '흉흉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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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간부가 자기 실명을 걸고 '경찰청장 탄핵을 요청한다'는 청원 글을 올리자, 치안 일선 업무를 담당하던 경찰관들이 동요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 지시에 대한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2일 올라왔다.
그는 "최근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청장은 오히려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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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경찰관들 못 해먹겠다 퇴직 준비"
현직 경찰 간부가 자기 실명을 걸고 '경찰청장 탄핵을 요청한다'는 청원 글을 올리자, 치안 일선 업무를 담당하던 경찰관들이 동요하고 있다. 기동순찰대 등 새 조직이 생기며 사람이 빠져나간 틈을 기존 인력이 빠듯하게 메우는 상황에서, 경찰 지휘부가 업무 통제로 고삐를 죄며 사기를 깎아 먹고 있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0321430002928)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 지시에 대한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2일 올라왔다. 작성자는 27년 차 현직 경찰인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 그는 "최근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청장은 오히려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탄핵 청원까지 나오게 된 건 경찰청이 지난달 26일부터 시행한 '지역관서 근무 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경남 하동군에서 40대 여성이 순찰차에 탄 후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되자 대책을 내놨다. 2시간마다 순찰차 위치와 정차 사유를 기록하고 무전으로 위치와 업무 상태를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본보가 4일 만난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도 비슷한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파출소 A경감은 "야간에 다른 일이 있어 순찰차가 멈추면 왜 차가 안 움직였는지에 대한 사유를 써내야 한다"며 "우린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위에선 놀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구대 B경감은 "범죄예방과가 생긴 뒤 탄력순찰할 곳이 달에 세 군데 정도씩 늘어 지금 100곳이 넘는데 문책당할까 순찰만 돌고 필요한 신고 현장을 못 챙길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관들은 인력 부족이 나날이 심해지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경기도 지구대에서 일하는 C경장은 "우리 팀 인원이 10명도 안 되는데 관할 인구가 4만 명이 넘어 처리해야 할 신고가 수십 건"이라며 "지구대·파출소경찰관들은 밥도 30분 이상 못 먹고 정해진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잠깐 쉬는 시간마저 순찰 돌라고 감시하겠다고 하니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경감은 "기동순찰대 차출로 112 신고 대응할 인력이 줄었는데 업무는 더 많아졌다"고 한탄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2810320005741)
업무 과중으로 인한 자살·순직 사건이 계속 이어지자, 경찰 내부에선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지구대 팀장이 근무 일지를 짜면 지구대장이 검토하고 끝났지만, 지금은 지구대장이 범죄예방과장한테 보고하고, 또 서장한테, 지방청에 보고하는 상황"이라며 "사건 볼 시간에 감시를 하고 있으니 모두에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그는 "4, 5년 차 젊은 경찰관들이 '못 해먹겠다'며 퇴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경찰관의 일과 다르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일방적 지시 하달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지구대 D경위는 "유통기한 1, 2년짜리 높은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새 대책을 마련하면서 없애지는 않는다"며 "실험용 쥐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민 전 위원장은 "지난달 경찰청이 발표한 과로사 대책에도 직협과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청장은 일방통행식으로 대책을 만들고 현장 의견 수렴은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이건희 기자 thisi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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