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엔 흔하지만 몰래 먹던 상추… 이유 알고 나면 놀란다

여름에는 입맛을 살리는 생채소를 자주 찾는다. 무더위에 끼니를 챙기기 버거울 때, 상추 한 장에 밥과 반찬을 싸 먹는 것만으로도 한 끼가 된다. 불을 쓰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어 여름 밥상에 빠지지 않는 채소다.
쌈채소 가운데서도 상추는 가장 기본이다. 상추쌈은 입 안을 시원하게 덮으며,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살린다. 여름철에는 장을 찍어 상추만으로도 밥을 비운다.
상추는 예부터 사랑받아 온 생채소

상추는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채소다. 기원전 4500년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상추 재배 장면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부터 상추쌈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에서는 샐러드의 기본 재료로 자주 쓰인다. 미국에서는 상추가 대륙을 가로지르는 트럭에 가장 많이 실리는 채소다.
생으로 먹는 채소 가운데서 상추처럼 널리 쓰이고 자주 소비되는 채소는 드물다. 식감이 부드럽고 수분이 풍부해 날것 그대로 먹기 좋다.
가을 상추는 단맛이 깊어진다
상추는 본래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을 상추는 문 걸어놓고 먹는다’는 말도 전해진다. 단맛이 깊어지고 육질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름 상추가 뒤처지는 건 아니다. 수분이 많아 입 안을 시원하게 해 주고, 채소 특유의 쓴맛 속에 단맛이 숨어 있어 오히려 여름철 생채소로 더 잘 어울린다.
여름에는 더위로 인해 조리 음식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상추는 손질이 간단하고 바로 먹을 수 있어 더욱 자주 찾게 된다.
상추는 약으로도 썼다

입 안에 염증이 생기거나 목이 부었을 때, 상추잎을 태운 재를 치료에 썼다. 한방에서는 이 재를 ‘와거(瓦擧)’라고 부른다.
모유가 부족한 산모에겐 상추즙을 권했다. 찧은 상추를 물에 타 마시게 하거나, 타박상이나 담 결린 부위에 직접 바르기도 했다.
잎과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치약처럼 쓰기도 했다. 실제로 치아 미백에도 도움을 준다는 기록이 있다.
락튜카리움, 상추에 들어 있는 수면 유도 성분

상추는 먹으면 졸리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근거 없는 속설이 아니다. 상추의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흰 즙에는 락튜카리움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진정, 수면, 최면 작용을 일으킨다. 예로부터 '상추 먹고 졸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험생은 저녁에 상추쌈을 피하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비롯됐다.
여름밤 더위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상추쌈 한 끼는 자연스러운 수면 유도 식사가 되기도 한다.
상추는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다. 칼로리는 낮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은 의외로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며 항산화 작용을 한다. 비타민 C는 면역 유지와 피부 건강에 중요하다.
‘로얄채’ 같은 포기상추 품종은 베타카로틴이 100g당 4864㎍, 비타민 C는 76㎎까지 들어 있다. 딸기, 레몬과 비슷한 수치다.
칼륨, 칼슘, 철분 등도 고르게 들어 있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며 빠져나가는 미네랄을 상추 한 접시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아 더운 날씨에 느려진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치마상추와 포기상추, 적상추의 차이
상추는 형태에 따라 나뉜다. 치마상추는 불결구종으로, 한 잎씩 따서 먹는 방식이다. 식당에서 자주 보이며, 물기가 많고 맛이 시원하다.
포기상추는 속이 차 있고, 맛도 풍부하며 저장성이 좋다. 집에서 오래 두고 먹기에 적합하다.
색깔로는 청상추와 적상추가 있다. 적상추는 꽃상추라고도 부르며 단맛이 강하고 쓴맛은 덜하다.
양상추는 서양식 샐러드에 적합하다. 잎이 단단하고 결구돼 있으나, 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쉽게 부서지고 식감이 건조하기 때문이다.
여름 상추 고르는 법과 보관법

잎 색이 짙고 윤기가 나며, 크기가 너무 크지 않은 것이 좋다. 어린이 손바닥만 한 크기가 적당하며, 잎에 힘이 있고 조직이 거칠지 않아야 한다.
잎상추는 수확 후 빠르게 시들기 때문에 바로 섭취하는 게 좋다. 포기상추는 냉장고에 다습하게 보관하면 20일까지도 신선하게 유지된다.
차가운 성질의 상추, 따뜻한 계지와 함께 먹었다
상추는 성질이 차다. 예로부터 상추를 먹은 뒤 계지차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계수나무 가지로 만든 계지차는 따뜻한 성질로, 상추의 찬 기운을 보완해 줬다.
여름철에 차가운 채소만 계속 먹다 보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식후에 따뜻한 차를 곁들이는 조합이 생겼다. 상추와 계지는 그렇게 궁합을 맞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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