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라고 안 쓰나요"…수면무호흡 양압기 보험 혜택 '무더기 환수' 논란

【 앵커멘트 】 일반인보다 각종 질병 사망률이 3배나 높은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무호흡을 방지하는 '양압기'를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사용하는데요. 그런데, 황당하게도 해외에서 사용하면 그 기간에는 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이런 법을 몇 년 전에 만들고서, 최근에야 무더기 환수 조치를 내려 환자들의 혼란이 적지 않습니다. 안병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20년 동안 항공 정비사로 일하며 낮밤이 바뀌는 날이 많자, 잠자리는 예민해졌습니다.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탓에 이를 방지하는 '양압기'는 필수품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정지열 / 항공 정비사 - "코 고는 게 쌓이니까 머리도 많이 아프고. 야간 근무 끝나면 낮에 졸기도 많이 졸고…."

하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양압기 보험 급여가 환수되면서 허탈한 마음이 큽니다.

▶ 인터뷰 : 정지열 / 항공 정비사 - "환수된다는 것 자체도 좀 억울했고. (해외) 가서 잘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해외 나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험 급여가 중지된다고 하니까…."

2020년 개정법에 따라 해외에서 양압기를 사용하면 그 기간 만큼의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외국인이나 국내에 잠시만 머문 뒤 출국하는 '얌체족'들을 막기 위한 건데, 애꿎은 국내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만 명에 육박하고, 보험 혜택을 받는 양압기 사용자도 10만 명이 넘습니다.

게다가 행정 전산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법을 만든 지 4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처분이 이뤄졌고, 올해만 2만 건의 무더기 환수 조치가 내려진 걸로 확인됐습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 제정과 부실 행정으로 환자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추가 환수 조치를 중단하고, 관련 고시 제정 등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안병수입니다.

[ ahn.byungsoo@mbn.co.kr] 영상취재 : 홍영민 VJ 영상편집 : 이범성 그래픽 : 고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