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7형 실전배치하나…대기권 재진입·다탄두 입증 남아
"김정은 언급 'ICBM 부대' 실체는 ICBM 배치 여부로 판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단 분리와 정상비행에 성공했지만, 실전 배치는 몇 가지 기술의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8일 발사한 '화성-17형'에 대해 "시험 발사는 무기체계의 신뢰성과 운용믿음성을 검열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였다"고 19일 밝혔다.
무기체계 운용 과정에서 '검열'이란 이미 만들어놓은 무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을 말하는데 북한이 이번 발사를 '검열'이라고 지칭한 것은 '양산' 과시 의미도 담은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20일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성-17형이 단 분리와 비행 등에서 성공하면서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뤘지만,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가 6천~7천도 가량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 기술 등의 검증이 있어야만 양산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미사일 ICBM 탄두부에 장착하는 여러 개의 핵탄두(다탄두) 기술도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ICBM을 다탄두로 개발하는 것은 여러 지역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고, 요격도 회피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를 위해 ICBM을 추가 시험발사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에 이를 실전 배치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ICBM 화성-17형은 최고 고도 약 6천100㎞까지 솟구쳐 최고 속도 마하 22(음속 22배)로 비행했다.
미사일을 정상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한 것으로, 정상 발사 시 최대 1만5천㎞까지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화성-17형은 지난 3일 발사 때 2단 분리까지 성공했고, 이번에 높은 각이나마 사거리까지 입증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로써 화성-17형이 단 분리와 정상 비행에 사실상 성공했으며 비행 성능을 더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졌다고 분석했다.
고각 발사로는 대기권 재진입 검증 어려워
화성-17형이 단순한 발사체가 아닌 ICBM으로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 남은 관문은 대기권 재진입(Atmospheric Re-entry) 기술이다.
지구 대기권을 넘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발사체가 다시 대기권으로 정상 진입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재진입 시 고도 100㎞에서 발생하는 6천∼7천도에 이르는 고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화학적 삭마 관련 기술, 대기권의 항력과 기류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탄두 정밀 제어 유도 기술 등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지상 타격이 목표인 ICBM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비행거리가 얼마나 되든 위협 수준은 낮아진다.
북한이 5년 전인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나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을 때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후 5년이 지나 화성-17형의 사거리 1만5천㎞ 수준 비행을 자랑한 이상 북한의 다음 행보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 및 과시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대기권 재진입을 확인하려면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멀리 날려 보내야 하며 고각 발사로는 검증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북한 지리적 특성상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할 만한 공간은 태평양 해상 등이다.
고각 발사한 탄두는 재진입 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정상각도로 발사된 탄두는 대기권으로 비스듬하게 진입하면서 장시간 비행하고 훨씬 많은 열량을 받기 때문에 애초에 조건이 달라 고각 발사에 의한 대기권 재진입 검증은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탄착지에서 탄두를 회수해 얼마나 하중을 견뎠고 열을 받았으며 탄두 첨단부가 균일하게 마모됐는지 등을 검사해야 대기권 재진입 검증이 완료되는데 북한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탄두를 회수할 방법은 없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번 발사에서 대기권 재진입 검증은 없었다"며 "재진입할 때의 속도와 각도가 중요한데 거의 수직으로 들어온 이번 발사에서는 재진입을 검사할 부분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이번에는 고각 발사였으므로 재진입 상황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여러 번 발사해서 신뢰성을 확보한 다음에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가 발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탄두 시 사거리 감소 딜레마…ICBM 부대는 '미사일 배치 여부'로 판단해야
대기권 재진입 이후에는 무기로서 ICBM이 가지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탄두 탑재가 과제로 남는다.
다탄두 ICBM은 이론상 북한에서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다탄두 ICBM 개발에는 상단 로켓 또는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 기술 확보가 필수다.
ICBM은 발사 후 우주 공간에서 최종적으로 탄두가 들어 있는 PBV를 분리하는데 이때 PBV에 달린 로켓이 점화되며 탄두를 목표지점 상공까지 제어하면서 운반한다.
과거 화성-17형 탄두부에서 PBV가 식별된 적은 있지만, 이 역시 북한 지리적 문제로 제대로 검증된 적은 없다. 장거리를 비행한 뒤 개별 탄두가 PBV에 의해 어떻게 투하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비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PBV를 실으면 탄두 무게가 많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사거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장영근 교수는 "미국 ICBM 미니트맨-Ⅲ의 PBV가 1t을 넘는다"며 "이를 화성-17형에 탑재한다고 가정하면 탄두까지 총 2t을 넘어가고, 이 경우 사거리 1만5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화성-17형 등 북한 ICBM이 전력화됐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ICBM 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언급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가 이를 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하여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런 부대들은 북한 '전략군' 예하에 편성돼 북중 국경지대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편제상 존재 여부를 떠나 실질적으로 기능하는지는 결국 ICBM이 실전 배치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ICBM은 북한이 유사시 전술적으로 사용할 목적에서 다수 제작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두려고 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달리 최대 20기 정도가 제작 및 보유 수량의 한계치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많지 않은 수량의 ICBM을 각기 부대나 기지에 나눠서 운용하면서 발사 대기 상태를 유지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평양 순안에서만 진행하는 것은 순안 인근의 ICBM 조립 시설에서 먼 곳으로 ICBM을 이동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이에 따라 다른 부대로 ICBM을 배치하기는 아직 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단순히 부대가 있느냐, 발사 기반을 마련해뒀느냐를 넘어서 ICBM이 실제 배치가 됐는지가 관건"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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