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9개월 방치한 이끼, 놀라운 결과

우주 공간에 무려 9개월 노출된 이끼 포자의 생명력에 관심이 쏠렸다. 오랜 시간 우주에 머물고도 80% 이상 발아가 확인돼 우주개발 분야의 활용 여부에 기대가 모였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후지타 토모미치 교수 연구팀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의 성과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 최신호에도 실렸다.

이끼는 원래 지구상의 극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연구팀은 식물계의 곰벌레라고 불리는 이끼의 경이로운 생명력이 우주에서도 유지되는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활용한 실험에 나섰다.

ISS 외부 우주 공간에 약 9개월 노출된 이끼 포자채 <사진=후지타 토모미치>

연구팀은 이끼속의 일종인 피스코미트렐라 패튼스(Physcomitrella patens)의 포자를 2022년 3월 ISS의 일본 실험동 키보우에 보냈다. 이곳에 머무는 우주비행사들이 이끼의 포자체를 초소형 실험 장치에 넣어 ISS 외부에 9개월 노출한 뒤 지구로 되돌려 보냈는데, 무려 80% 이상이 이상 없이 발아했다.

후지타 교수는 “이번 실험은 대표적인 육상식물인 이끼가 우주 환경에서 장기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실증 사례”라며 “거의 진공상태인 우주는 온도가 –100~100℃로 격변하고 강력한 자외선과 우주방사선이 쏟아져 일반 생물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끼는 히말라야 정상에서 남극, 사막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곳곳에서 자라는 생명력 강한 식물”이라며 “2023년 1월 지구로 보내진 이끼의 포자체는 대부분 사멸했으리라는 우리 예상을 깨고 9개월이나 살아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구로 돌아온 뒤 정상 발아한 이끼 포자들 <사진=후지타 토모미치>

실험에 동원된 이끼 포자체는 거의 완벽하게 보호됐다. 특히 놀라운 것은 소리와 열, 빛, 전자파, 우주선 등의 영향을 차단하는 어떠한 장치 없이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86%가 발아한 점이다. 연구팀은 만약 자외선을 차단했다면 발아율이 95%는 될 것으로 추측했다.

후지타 교수는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엽록소를 비롯, 이끼의 구성 요소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였다”며 “약 5억 년 전 육상 진출 당시 이끼가 획득한 방어 시스템이 우주에서도 힘을 발휘한 듯하다”고 언급했다.

ISS 외부에 이끼 포자체를 노출하기 위해 만든 장치 <사진=후지타 토모미치>

교수는 “포자를 지키는 딱딱한 껍질은 마치 우주복처럼 기능했을 것”이라며 “이끼의 조상은 약 5억 년 전 식물 최초로 수중에서 육상으로 진출한 초기 그룹으로, 당시 지구는 지금처럼 오존층이 형성되지 않아 우주 공간처럼 해로운 자외선이 쏟아지는 위험한 곳이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인류 천체 이주 프로젝트의 자양분이 되리라 기대했다. 달이나 화성의 토양은 바위와 모래뿐이고 영양분이 없어 그대로는 채소와 작물을 키울 수 없다. 바위에 피었다 시들어 분해됨으로써 최초의 흙을 만드는 이끼를 활용하면 척박한 화성이 푸르게 변할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예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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