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치이고 새마을금고에 차이고…저축은행, 예금 좌불안석

(사진=저축은행중앙회 홍보 영상 갈무리)

시중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마저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저축은행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1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단리, 12개월 만기) 상품은 총 8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개 상품의 최고금리(우대금리 포함)는 4%를 웃돈다.

금리가 가장 높은 예금 상품은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등이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금리는 4.05%에 달한다.

외국계 은행까지 포함하면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금리가 4.35%로 가장 높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상향 조정은 고금리로 인한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상황을 만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42조2907억원으로 한 달 전 844조9671억원에서 2조6764억원 감소했다.

상호금융기관에 속한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예금 상품을 내놓는 곳 중 하나다.

새마을금고 예금 금리는 지점마다 다르다. 일부 지점은 6~8%대 고금리 특판 예금을 판매하기도 한다.

새마을금고 예금 금리가 높아진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판매한 고금리 특판 상품 만기 도래에 따른 고객 재유치다. 새마을금고는 작년 8월께 연 7%의 고금리 예금 상품으로 한 달간 2조694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은 바 있다.

이 밖에 새마을금고가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놓은 실질적인 배경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인한 대규모 자금 이탈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부터 뱅크런 조짐이 불거지자 수신 확보를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기관이 예금 금리를 대폭 높이면서 불똥은 저측은행으로 돌아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를 앞세워 수신잔액을 키워야 하는데 시중은행과 새마을금고가 고객 유치 각축전을 벌이면서 금리 경쟁력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보면 전국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4.24%다.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CK저축은행 '정기예금(인터넷, 모바일, 비대면)'으로 단리 기준 4.60%다. 5대 시중은행 예금 최고금리와는 0.55%P,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과는 0.25%P 차이다. 새마을금고 고금리 특판 상품과 비교하면 오히려 열세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만 놓고 보면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를 높일 명분은 충분하다.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결정한 뒤 채권시장 경색과 이에 따른 수신금리 상승 및 예대마진 축소를 막고자 내놓은 고금리 예금 상품 만기가 도래하는 영향이다. 만기와 함께 빠져나갈 예금 금액만큼 새로운 자금을 수혈하려면 고금리 예금 상품을 통한 유인이 필요한 셈이다.

다만 올 상반기 이자비용과 충당금 적립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 상품 출시도 장담하긴 어렵다.

저축은행업권 형편도 예금 금리를 높이기엔 역부족이다. 올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는 962억원으로 전년 동기 순이익 8956억원에서 9918억원이나 깎였다.

현장에선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에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에서 예금 금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생각할 수 있는 돌파구는 예금 금리 상향 조정"이라면서도 "개별 저축은행의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 무턱대고 금리를 높이기엔 9년 만에 순이익이 적자로 바뀔 만큼 악화한 상황이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