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지배력 강화하는 한컴그룹…김연수 체제도 '견고' [넘버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한글과컴퓨터 사옥 /사진=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 2대주주인 HCIH가 보유하고 있던 한컴 주식을 일부 매각했다. 올해만 두 번째다.

김연수 한컴 대표 산하의 HCIH가 한컴 주식을 매각하면서 한컴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한컴위드가 한컴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지배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컴위드는 내년 1월6일부터 2월4일까지 한 달 동안 한컴 주식 62만6304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취득단가는 주당 2만3950원, 거래규모는 총 150억원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한컴위드의 한컴 지분은 21.52%에서 24.11%로 늘어나게 된다.

한컴위드는 한컴의 최대주주로 한컴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일가는 한컴위드를 통해 한컴을 지배하고 있다. 한컴위드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으로 지난 9월 말 기준 지분 15.77%를 보유하고 있다. 아내인 김정실 이사는 3.84%, 김 대표는 9.07%를 가지고 있다.

한컴위드가 한컴 지분을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것은 사명이 한컴시큐어였던 2018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2만2607주(지분 0.09%)를 사들여 지분율을 13.54%에서 13.63%로 늘렸다. 이후 한컴위드는 2020년 한컴지엠디를 흡수해 한컴지엠디가 보유하던 한컴 지분 3.64%를 확보했고, 2021년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린드먼아시아가 가지고 있던 한컴 주식에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지분율을 21.52%까지 늘렸다.

이번 한컴위드의 한컴 주식 매입은 한컴의 2대주주인 HCIH의 매각에 따른 지배력 강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HCIH는 '다토즈'와 '에이치엡실론사모투자합자회사'가 각각 40%, 60%의 지분 비율로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 중 다토즈는 지난해 말 기준 김 대표가 지분 77.75%를 소유한 곳이다. 사실상 김 대표는 '김연수→다토즈→HCIH→한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해 한컴 지분 일부를 간접 지배하는 셈이다.

HCIH는 지난달 29일, 이달 2일 총 2거래일에 걸쳐 보유하던 한컴 주식 65만3606주를 매각했다. 40만8163주는 주당 2만5374원에, 24만5443주는 2만5158원에 장내 매도했다. 총매각대금은 165억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HCIH의 한컴 지분은 9.36%에서 6.66%로 하락했지만 한컴의 2대주주 지위는 유지했다.

HCIH는 올 5월에도 한컴 주식 22만9400주를 팔았다. 처분단가는 3만원을 웃돌았으며, 총거래대금은 73억원 수준이다. 이는 투자에 참여했던 일부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금 회수를 요청해 진행됐다. 지난해 말 기준 HCIH는 한컴 지분 10.31%를 보유했지만 1년 사이 4%가량 팔아 치운 셈이다.

한컴 관계자는 HCIH의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차익실현 차원"이라며 "FI의 투자금 회수 요청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2021년 HCIH는 주당 1만9958원에 한컴 주식 249만2500주(지분율 10.06%)를 사들였다. 올해의 두 차례 매각 모두 당시 매입가보다 높았다. 따라서 한컴위드의 한컴 주식 매입은 그룹 차원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대표는 올 8월 한컴위드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또 김 대표는 한컴위드 지분 9.07%를 가지고 한컴을 간접 지배하는 한편 HCIH를 통해 6.66%, 1.57%는 직접를 보유하면서 한컴에 대해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위드가 한컴 지분을 매입한 것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 및 그룹 지배력 강화, 장기적 성장전략 등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유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