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올린 MBK…고려아연, 대항공개매수? 주총서 표 대결 준비?

노자운 기자 2024. 9.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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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백기사, 11~12%는 사야 안정적
80만원까지 올리면 2조원대 자금 필요
자금 생각하면 쉽지 않은 대항 공개매수
5%만 사서 MBK 흔드는 전략도 가능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은 전면 중단
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4년 9월 26일 15시 4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 중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매수 단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번에 14% 가까이 올린 것으로, 투입되는 돈도 1조9998억원에서 2조2721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금액이다.

이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일 남았다. 30일까지는 자금을 마련해야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외부에서 돈을 끌어와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저지에 나설지, 아니면 공개매수가 끝난 뒤 주주총회에서 승부를 볼 지 관심이 쏠린다.

◇ 66만→75만원으로… 물량 공세에 가격까지 올려 ‘벽’ 높였다

26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공개매수 정정 신고서를 내고 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두 회사 모두 지난 12일 공개매수를 발표한 뒤 주가가 우상향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승부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MBK 관계자는 “기존 기관 투자자들이 고려아연 주식을 샀던 가격대와 이익 실현 가능성 및 상대방(최 회장 측) 대응 시나리오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이번 공개매수가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 상향 조정에 앞서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빌렸다. 이미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 1조4900억원을 빌리기로 한 만큼 NH로부터 차입을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6호 블라인드펀드에서 한 번에 끌어올 수 있는 자금도 한계가 있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6호 펀드에는 현재까지 약 8조원이 모인 상태지만 한 펀드에서 특정 포트폴리오에 자금을 무한정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MBK는 영풍에서 빌린 3000억원은 공개매수가 끝나자마자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최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최 회장 측에서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가 중요해졌다. 대항 공개매수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가격을 애매하게 올려서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최소 80만원은 제시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BK가 공개매수 기간을 열흘 더 연장하지 않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시한이 오늘까지였기 때문에 75만원이 최종가가 될 공산이 크지만, 만약 최 회장 쪽에서 80만원을 제시해 승부수를 띄운다면 MBK도 단가를 한 번 더 높여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 백기사로 누가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주주인 현대차·한화·LG화학이 가장 먼저 백기사 후보로 언급됐고, 최 회장이 일본에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프트뱅크·스미토모 같은 일본 기업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베인캐피탈이 등판할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한투는 즉각 부인했다.

백기사가 MBK-영풍 연합을 꺾고 대항 공개매수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안정적으로 지분을 11~12%는 확보해야 한다. 만약 대항 공개매수가를 80만원으로 제시한다면 2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기존 주주인 대기업들이 그 정도 돈을 투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백기사가 MBK의 공개매수에 실패하도록 만들 목적으로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5% 정도만 사는 시나리오도 언급한다. 다만 이 경우 최 회장과 백기사는 청약 물량을 다 받아줄 수 없다. MBK와 영풍이 사기로 한 물량(6.98~14.61%)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실제로 대항 공개매수가 나온다면 기관들은 열심히 전략을 짜고 대응하지 않겠느냐”면서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참여해 75만원에 팔아 일부는 확실히 수익을 실현하고, 나머지 주식을 대항 공개매수에도 일부 참여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뉴스1

◇ CP로 4000억 조달, ‘차입금 상환’ 때문이라지만…

이런 상황에 고려아연이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이례적으로 기업어음(CP) 4000억원어치를 발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24일 2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27일 추가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또 조달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 공식 입장은 ‘차입금 상환’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 차입금 중 일부 금액의 이자율이 5~6%인데, CP를 발행하면 금리를 3%대로 낮출 수 있다”면서 “이자 절감 때문에 결정한 것이며, 한 달 전부터 발행을 준비해왔던 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자금의 용처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상황이 워낙 시급한 만큼 당장 차입금 상환에 쓰지 않고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이 자금이 대항 공개매수 자금으로 활용되려면 고려아연이 최 회장 개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이는 불법은 아니지만, 회사가 차입한 돈을 특정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빌려줬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또 CP는 단기자금이어서 공개매수 자금으로 활용하기엔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 시나리오도 꾸준히 거론된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8월 초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한국투자증권과 체결한 바 있다. 자사주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 지분율이 다같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으니 최 회장뿐 아니라 MBK-영풍 연합군에도 이득이 된다. 만약 자사주를 활용한다면 단순히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3자에게 매각해 ‘우호 지분’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부터 자사주 매입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 측에서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27일 첫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MBK와 영풍은 법무법인 세종과 KL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리한다.

자본시장법 140조에 따라 공개매수 기간 동안 공개매수자(영풍)의 특별관계자는 자사주 취득 등 별도의 주식 매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매수 계약을 공개매수 공고 전 체결한 경우’엔 별도의 주식 매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대통령령이 있기 때문에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8월 초에 신청한 고려아연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일단 가처분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또 법인이 증권사와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맺은 경우 취득 자금은 신탁 계약일에 미리 입금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4000억원 CP 발행의 목적이 자사주 매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향후 임시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실탄을 장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협력사 같은 우호 세력에게 자금을 대여해 줘 주식을 사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개매수 판에 뛰어들어 출혈 경쟁을 하는 대신 주총에서의 장기전을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MBK는 이번 공개매수에서 목표 물량을 전부 사는 데 성공하면 지분 52%를 갖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바로 박탈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최 회장 측 이사진을 전부 해임하고 자기 사람들로 바꾸려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 임시주총부터가 진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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