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민주당 공천…폭발적 쟁점 손 못 대고 수습책만

엄지원 기자 2024. 2. 25. 19: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5일 친이재명계 3선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출마한 서울 마포을 등 17곳의 공천을 확정하고, 비이재명계 재선인 송갑석 의원이 출마한 광주 서갑 등 4곳을 경선에 부치기로 했다. 공관위는 이날까지 모두 172곳의 공천 방식을 확정했지만,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수도권과 호남 등의 당내 쟁점 지역 심사 결과 발표는 미뤄둔 상태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공천 문제로 파열음이 나자, 공정성 시비가 인 여론조사 업체를 당내 경선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폭발성 높은 사안들이 줄줄이 기다리는 형국이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 경선 조사업체로 선정된 리서치디앤에이는 이번 경선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서치디앤에이는 최근 비명계 현역 의원들을 빼고 지역구의 후보 적합도 조사를 벌여 논란을 부른 업체로,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이 업체 배제를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업체 조사의 신뢰도 문제가 공식화된 만큼,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리서치디앤에이가 경선 여론조사를 수행한 지역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잇달아 재심 신청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21일 전북 익산갑 지역구 경선에서 패배한 김수흥 의원(초선) 쪽은 ‘부당한 사실이 경선 이후 드러난 만큼 그에 대해 어필하겠다’며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당헌·당규는 재심 신청을 ‘4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재심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책임론을 두고 친명계 내부의 분열 양상도 감지된다. 시비에스(CBS)는 이날 ‘핵심 관계자’를 자처한 친명계를 출처로 ‘이재명 대표가 조정식 사무총장에게 불출마를 권했다’고 보도했다. 조 사무총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 유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황당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표 쪽에서 조 사무총장을 내세워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공천 문제를 둘러싼 국지전이 지도부 내부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총선 앞 악재는 더 커질 수 있다. 당 지도부가 이날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모색한 것도 그런 까닭으로 풀이된다. 문제의 여론조사 업체 배제 등을 공개 주장한 홍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일부 언론에서 선정적인 제목으로, 우리 당의 공천에 마치 큰 갈등과 내분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와 저를 비롯한 우리 당 지도부는 모든 현안에 대해 원활하게 소통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노력이 더불어민주당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친명계와 비명계의 판단이 극적으로 갈리는 몇몇 쟁점에 지도부가 정치적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 한, ‘소통’과 ‘단결’은 구두선에 그칠 거라는 게 비주류의 전망이다. 비주류에선 서울 은평을 지역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곳엔 현직 강원도당위원장인 친명계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공천을 신청해 지도부가 ‘주의’ 조처를 내렸지만, 공관위는 현역인 강병원 의원(재선)과 경선을 치르라고 결정했다. 이에 강 의원은 재심을 신청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겨레에 “지도부가 김 전 구청장에게 출마 선언도 하지 못하게 주의를 줬는데 경선을 치른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략공천 지역인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문제도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친명계에선 임 전 실장을 중·성동갑에 공천하는 데 부정적이지만 비명계에선 ‘임 전 실장이 필승카드’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이해찬 상임고문마저 ‘임 전 실장 공천은 명문(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당의 표식’이라고 지도부에 의견을 전한 탓에,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임 전 실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경선에 부치자’는 해법도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최근 탈당한 이수진 의원(초선·서울 동작을) 지역구 출마도 검토됐으나, 지도부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장은 입장문을 내 “당에서 한달 반쯤 전 험지인 (경기) 분당갑 출마를 제안받았고, 고심 끝에 출마 의사를 전했다. 지금 저는 분당 판교의 운명을 바꾸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동작을엔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 의원(재선·서울 성북을)의 공천 역시 공천 관리의 가늠자다. 함께 기소된 친명계 이수진 의원(초선·비례)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초선·경기 성남중원)과의 경선이 결정됐다. 반면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4선·서울 마포갑)은 공천배제된 뒤 국회 당대표실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