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위한 키 플레이어, '임팩트 플레이어'를 찾아라!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갖춘 야수는 팀에 매우 소중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KBO는 10개 구단 체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야수라고 부르는 8개(포수, 1B,2B,3B, SS, LF, CF, RF)의 포지션에는 각각 팀의 주전 선수들이 있을 테고요. 그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마치 팀순위처럼 1위부터 10위까지 포지션별 순위가 정해지게 될 겁니다.
1~10위에서 평균이란 5.5위가 될 텐데 이 5.5를 기준으로 1-5위를 상위권, 6~10위를 하위권으로 나눤다고 가정해 보죠. 그렇다면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 야수들이 얼마나 평균 이상의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확정 결과가 나와있는 지난 시즌의 성적으로 예를 들겠습니다. 선수의 성적은 스탯티즈의 WAR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겠습니다. 모두 순위 순서대로 표기했습니다. 각 팀의 주전급 한 명을 기준으로 했는데 유일한 예외는 포수에서 기아의 경우입니다. 김태군과 한준수가 거의 1:1의 비중으로 한 시즌을 나눠 출장했고 WAR 역시 나눌 수 없게 나타나서 이 경우만 둘의 WAR을 합쳤습니다.

포수
상위권 LG, 삼성, KT, 두산, KIA
하위권 한화, SSG, NC, 키움, 롯데

1루수
상위권 LG, NC, 롯데, 두산, KT
하위권 KIA, SSG, 한화, 삼성, 키움

2루수
상위권 키움, NC, 두산, 롯데, LG
하위권 KIA, SSG, 한화, KT, 삼성

3루수
상위권 기아, 키움, SSG, LG, 두산
하위권 한화, 삼성, 롯데, NC, KT

유격수
상위권 NC, SSG, 삼성, LG, KIA
하위권 KT, 롯데, 한화, 두산, 키움

좌익수
상위권 삼성, SSG, NC, KIA, 키움
하위권 LG, KT, 한화, 두산, 롯데

중견수
상위권 삼성, 롯데, 두산, KIA, LG
하위권 SSG, 키움, KT, 한화, NC

우익수
상위권 KT, LG, 롯데, NC, 키움
하위권 KIA, 두산, 삼성, 한화, SSG

KBO 공인구 <사진 OSEN>

그럼 이 결과를 놓고 상위권 하위권 분류를 해보겠습니다. 2024년 순위표에 각 팀의 상위권, 하위권 선수들의 수를 표시했습니다.
1. KIA 상 5, 하 3
2. 삼성 상 4, 하 4
3. LG 상 7, 하 1
4. 두산 상 5, 하 3
5. KT 상 3, 하 5
6. SSG 상 3, 하 5
7. 롯데 상 4, 하 4
8. 한화 상 0, 하 8
9. NC 상 5, 하 3
10. 키움 상 4, 하 4

순위와 분류 결과에 강력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기서는 포지션에 따른 가중치도 주어져 있지 않고, 지난 시즌 어지간한 상위권 주전 2~3명의 역할을 했던 김도영(8.32), 로하스(6.5) 등도 똑같은 1명으로 계산이 됐으니까요.

포효하는 김도영 <사진 OSEN>

KIA, NC, 키움의 경우는 별도 설명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기아는 하위권 3명도 모두 6위로 그래도 리그 평균 수준(5.5)에 해당하는 승리 기여도를 보여줬습니다. 다섯 명이 상위권에 있었고 나머지 포지션도 평균 수준은 됐던 겁니다. 여기에 탈 KBO적인 활약을 했던 김도영까지 더하면 충분히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야수진의 활약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NC, 키움의 경우,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들이 각각 5명과 4명이었는데 상위권에 든 선수들 가운데서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선수가 각각 한 명이었고 다른 하위권 선수들은 대부분 마이너스의 WAR을 기록했습니다. 상위권이 번 것을 나머지 야수들이 깎아 먹었다는 말입니다.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메이저리그의 저주 파괴자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의 전 사장은 세이버 매트릭스의 시대가 돼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스카우팅의 기준이 대동소이해진 이후 컵스의 우승을 위해 이 게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려 합니다.

‘야구 = 투수놀음’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려 한 것이죠.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데에는 메이저리그에 찾아온 구속 혁명도 큰 이유였습니다. 투수들의 구속이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부상자들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하는 투수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거든요. 그는 그래서 강팀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투수진 위주의 팀을 꾸리는 것보다 매 경기 출전할 수 있는 야수 위주로 팀을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팀의 방향성과 기틀을 잡을 4명의 젊은 선수를 직접 선발합니다. 이것이 톰 버두치의 책 CUBS WAY에 등장하는 ‘4 IMPACT Players’입니다.

톰 버두치의 컵스 웨이, 하드커버 표지 <사진 - 본인>

그가 내세운 기준은 평균 이상의 기량을 기본으로 해서 향후 팀의 기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젊음이 기본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는 명분은 다르지만 FA가 되기 전까지 최대한 적은 돈으로 구단에 묶어두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머니볼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엡스타인은 임팩트 플레이어들과 계약을 하면서 계약금을 아끼지는 않았습니다.)그리고 그들은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과 함께, 그 열망을 주변 선수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선수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점찍은 4명의 임팩트 플레이어들은 2016년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풀면서 우승을 차지할 때 월드 시리즈에서 엡스타인이 기대했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동화 같은 이야기죠.
너무나 이상적이고 심지어 그 과정과 결과가 완벽하기까지 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겠습니다.)

사실 여기서 제가 궁금했던 것은’왜 4명이었을까?’였습니다. 이에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짐작하는 바로는 당시 내셔널 리그에는 지명 타자 제도가 없었고, 타자 라인업에서 투수를 제외한 포지션 플레이어 8명의 절반이상이 임팩트 플레이어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이를 현재의 야구에 대입한다면 지명 타자를 포함해서 향후 몇 년 동안 우승권을 바라보는 팀이 되려면 야수진 중 임팩트 플레이어는 4~5명가량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한 번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이 응원하고 있는 팀의 야수들 중
1. 젊고 (20대 초중반)
2. 주전으로 리그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갖췄으며
3. 강한 승부욕과 함께
4. 이를 동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영향력

잠실야구장 <사진 OSEN>

이를 모두 갖춘 '임팩트 플레이어'가 몇 명이 있는지를요. 만약에 3명 이상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신다면 그 팀은 향후 3~4년 동안은 우리 리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 한 팀의 경기 당 평균 득점은 5.4점이었습니다.
반면 올 시즌 현재까지 한 팀의 경기 당 평균 득점은 4.6점으로 비교하면 올 시즌은 투고타저의 시즌입니다.

이외에도 모든 개별 기록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투수력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야수들의 능력이 순위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올시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향후 오랜 기간 동안 포스트시즌을 노릴 수 있는 팀을 꾸리는 데에 있어서는 야수진 위주의 재편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여러분도 느끼시다시피 이제 KBO에도 구속혁명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힙니다. 이제 어느덧 우리도 155를 넘어서 자연스럽게 160을 이야기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부상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또 타고투저의 득점홍수 속에서도 특급투수들은 존재했던 것처럼 투고타저의 K 퍼레이드 속에서도 야구의 꽃인 홈런은 터져 나오는 법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KBO리그의 경기 당 득점이 오히려 메이저리그의 정규 시즌 한 팀의 경기 당 평균 득점과 유사해진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겠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올 시즌 KBO의 현재까지의 경기 당 한 팀의 평균 득점은 4.6점인데 메이저리그의 현재까지의 경기 당 한 팀의 평균 득점은 4.3점입니다. 심지어 시카고 컵스가 우승했던 2016년의 경기 당 한 팀의 평균 득점은 4.5점으로 지금의 KBO의 환경과 더 유사했습니다. 지금의 KBO리그는 과거의 과장됐던 타고투저의 시대가 끝나고 그 과장이 빠지면서 정상적인 리그 투타 밸런스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투고타저를 붙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으로 야수들의 활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물론 폰세 같은 투수를 매일 만난다면 야수들은 힘을 못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하죠. <사진 OSEN>

자, 여기까지 재밌으셨나요?
그럼 앞에 말씀드렸던 우승 후 10년, 엡스타인의 선택이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았다는 그 이야기.
위에서 이야기한 4명의 임팩트 플레이어가 누군지를 말씀드리면 아마 금방 제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 겁니다.

엡스타인이 직접 뽑아서 계약한 임팩트 플레이어 4명은 앤서니 리조, 크리스 브라이언트, 카일 슈와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디슨 러셀입니다.
이들은 각각 월드 시리즈에서 리조는 1루수, 브라이언트는 3루수, 러셀은 유격수 또 정규시즌 부상으로 단 두 경기를 뛰었던 슈와버는 극적으로 돌아와서 지명타자로 맹활약하게 됩니다.

여기 등장하는 애디슨 러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러셀이 맞습니다. 맥이 빠지시나요? 특히 키움팬들은 그러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망감도 그만큼 컸을 테니까요.
저는 기업 경영서로서도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는 '컵스 웨이'라는 책이 국내에 아직도 번역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저 4명의 '임팩트 플레이어' 중 이후 KBO리그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러셀의 존재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엡스타인과 컵스웨이 또 임팩트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는 누군가가 슈퍼스타로 성장하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우승'을 꿈꿨고, 그 한 번의 우승을 철저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서 만들어냈던 거죠.

명성과는 달랐던 애디슨 러셀 <사진 OSEN>

우리 리그에도 최근 3~4년 동안 엘지, 삼성, 기아가 각각 직접 선발해서 키운 젊은 야수들이 라인업을 채우면서 야수진의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그중 엘지와 기아는 각각 우승까지 차지했죠. 우리 리그는 이렇게 이미 컵스 웨이를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임팩트 플레이어를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켜서 팀의 새로운 우승을 만들어낼 다음 팀은 과연 어느 팀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