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제로’ 더는 못버텨”…광주·전남 여행업계 ‘곡소리’

문체부, 지역 여행업계와 간담회
정국 불안정에 제주항공 사고까지
경영난에 직원 떠나고 운영 비상
지자체 통한 국내 여행 지원
국제·대규모 행사 전남 유치 등
정부, 호남권 업계 ‘핀셋 지원’을
11일 광주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광주 전남 지역 여행업계 간담회’에서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여행업계 지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12·3 비상계엄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이어져 광주·전남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광주·전남지역 여행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광주·전남 여행업계 대표들은 매출이 ‘제로’가 돼 경영난에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국제회의실에서 ‘광주·전남 지역 여행업계 간담회’를 열고 지역 여행업계의 고충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관기관 및 광주·전남 9개 여행사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광주·전남 여행업체 대표들은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상품이 거의 전멸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외국인 여행 수요가 비상계엄 이후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이어져 ‘제로’가 됐다는 것이다.

무안 공항을 통한 광주·전남 인바운드 여행객은 매년 6000~7000명에 달했지만, 올해 초 한명도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여행업협회 부회장이자 광주에서 여행업을 26년 째 하고 있는 함수일 여행지기 대표는 “제주항공 참사 이후 호남권 여행사 대표들은 말 그대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함 대표는 “서울이든 부산이든 인바운드 여행객의 5%정도라도 광주·전남 여행으로 유도해 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안국제공항 운영이 중단됨에 따른 국내여행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홍 지구촌 여행사 대표는 “강진의 경우 ‘반값여행’이 큰 호응을 얻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공항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라도 국내여행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반값여행 등 국내여행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지자체에 예산을 내려주시면 한시적으로 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500여개에 달하는 광주지역 여행사의 1~2월 매출이 300억, 8월~10월 매출이 1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월급 등을 제대로 줄 수 없을만큼 지역 여행업체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영신 전남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전남지역 680여개 여행업체를 조사해보니 월 200만원, 전남 전체적으로 13억원 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업체당 많게는 5명까지 직원을 두고 여행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재 버티지 못하고 직원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어 정상화 되더라도 일할 사람이 없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한 상황인만큼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일성 전남관광협회 회장은 “예약 취소 등 피해를 입은 여행사를 대상으로 현금성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전남도에서 300만원 상당의 홍보 물품을 제공했는데, 손님이 없는데 홍보 물품이 전부 무슨 소용이냐”고 되물었다.

홍 회장은 “중앙에서 실시하는 국제·대규모 행사를 전남에 유치해 지역관광활성화를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광주지역 여행사 대표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무안공항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광주지역 여행업계는 되려 소외받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광주공항을 한시적으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선석현 광주관광협회장은 “제주항공 참사로 가라앉은 분위기에 광주지역 여행업계에는 현재 예약도 문의도 없다. 광주공항이 2007년까지 국제선 기능을 해왔던만큼 하늘길을 열어준다면 관광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체부는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취항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면서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구상해 보겠다”고 답했다.

문체부는 광주·전남 여행업계에 대한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 지원, 직접 피해 여행사에 대한 배상책임보험 가입 및 보험료 지원, 광주·전남지역 여행 독려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지역 특별 프로그램 운영, 외래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전남도는 이날 간담회에서 전남 여행업계에 손실보전금과 지역 관광수요 회복을 위한 지원을 건의했다.

전남도는 지역 여행업체의 실제 피해를 보상할 손실보전금과 숙박 세일 페스타 등 지역 여행에 대한 특별프로모션과 국내외 관광 박람회 홍보 지원, 국제회담 등 대규모 행사의 지역 개최 등을 통해 지역 관광수요 회복을 위해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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