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로 최대 실적 쓴 크래프톤…AI·자율주행서 새 성장동력 찾는다

크래프톤 서울 역삼 오피스. /사진 제공=크래프톤

크래프톤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며 ‘포스트 펍지(PUBG)’ 성장 전략의 윤곽을 제시했다. PUBG 지식재산권(IP) 프랜차이즈가 분기 매출 1조원을 처음 넘어선 가운데 인조이(inZOI)와 서브노티카2 등 신작 파이프라인도 가시화됐다. 여기에 AI와 자율주행으로 이어지는 신사업 구상까지 더해지며 성장 축을 넓히는 모습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3714억원과 영업이익 56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9%와 22.8% 증가한 수치다.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의 53%를 달성했다. 전분기인 2025년 4분기 영업이익이 24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한 분기 만에 234배 증가했다.

사업부문별 매출은 모바일 7027억원과 PC 3639억원, 기타 2910억원과 콘솔 138억원 순이다. 모바일은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했다. PC와 모바일을 합산한 PUBG IP 핵심 플랫폼 매출은 전체의 78%에 달했다. 기타 매출은 광고 계열사 ADK그룹 실적 연결 편입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859억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141억원을 기록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외환 관련 이익 증가로 영업외손익에서 1575억원을 거둔 점도 순이익 방어에 힘을 보탰다.

/사진=크래프톤 1분기 실적발표 갈무리

PUBG IP,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

실적을 이끈 핵심은 펍지 IP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PC에서는 배틀그라운드 9주년을 맞아 2023년 처음 선보였던 애스턴마틴 콜라보레이션 차량을 재판매 이벤트로 재구성했다. 해당 이벤트는 최초 판매 당시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인기 콜라보레이션 콘텐츠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모바일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독일 하이퍼카 브랜드 아폴로 오토모빌과의 협업은 핵심 과금 이용자 수요를 끌어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는 서버 확장 투자를 바탕으로 결제 이용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BGIS 2026 리그는 역대 최대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인도 시장 내 입지를 재확인했다.

콘텐츠 다각화 효과도 확인됐다. 4월 출시한 배틀로얄 외 신규 모드 ‘제노포인트’는 기존 배틀로얄 이용자 트래픽을 잠식하지 않고 순증 효과를 냈다. 전체 배틀그라운드 이용자의 3분의 1 이상이 제노포인트를 플레이했다. 펍지 IP가 단일 장르 게임을 넘어 다양한 플레이 경험이 축적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 웰메이드 모드의 첫 사례로 제노포인트(Xeno Point)를 선보였으며 5월13일에는 서구권에서 높은 인기를 가진 페이데이(PAYDAY) IP 기반 모드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연내 추가 모드와 이용자 창작 콘텐츠(UGC)를 지속 확대해 펍지(PUBG) IP 프랜차이즈의 유저 기반을 더욱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크래프톤 1분기 실적 발표 갈무리

인조이·서브노티카2, 포스트 펍지 검증대로

신작 라인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초기 출시를 통해 장르 수요를 확인했다. 관건은 이를 장기 이용자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크래프톤은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고도화하고 콘솔 포팅을 통해 접근성을 넓힐 계획이다.

인조이의 핵심 방향은 이용자 창작 중심의 플랫폼형 IP다. 크래프톤은 AI 스크립트 모딩툴을 제공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여기에 멀티플레이 기능을 더해 이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고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멀티플레이 도입을 통해 유저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고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아트와 모딩 그리고 멀티플레이와 AI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유저 창작 중심의 플랫폼형 IP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월드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2도 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서브노티카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1850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서브노티카2는 스팀 위시리스트에서 7개월 연속 1위를 유지하며 출시 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개발사 언노운월즈와의 잡음이 불거졌지만 출시 계획은 변동 없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스튜디오와의 협력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최대한 빠르게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협동 플레이(Co-op) 모드 등 신규 콘텐츠를 추가해 기존 팬과 신규 이용자를 동시에 공략하고 정식 출시 전까지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콘텐츠 보강을 이어갈 방침이다.

/사진=크래프톤 1분기 실적발표 갈무리

AI·자율주행으로 외연 확장…주주환원도 강화

크래프톤은 쏘카와의 자율주행 합작법인도 설립한다.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니라 신설 법인에서 독자적인 AI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구조다. 크래프톤의 AI 전략이 게임 내부 효율화와 콘텐츠 고도화를 넘어 게임 밖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쏘카는 오프라인에서 자동차와 운전자 관련 데이터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플레이어”라며 “크래프톤의 AI 역량과 결합하면 자율주행 사업은 물론 피지컬 AI 데이터 확보에도 의미 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화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며 가시화되는 시점에 추가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내 AI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4월 자체 멀티모달 AI 모델 ‘라온(Raon)’ 4종을 공개했다. 이를 게임별 특성에 맞게 파인튜닝해 적용하고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을 활용한 AI 동료 ‘PUBG 얼라이’를 올해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에서 베타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주주환원 기조도 강화했다. 크래프톤은 1분기 자사주 2000억원 취득과 996억원 배당을 완료했다. 3362억원 규모 자사주도 소각했다. 2분기에도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 취득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6년 상반기 주주환원 총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3996억원에 달한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115% 증가한 4362억원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가 저평가 여부에 대해 “1분기 영업이익 규모를 현재 주가 수준과 비교하면 명백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시장 상황과 주가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사주 추가 취득을 지속 검토하고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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