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상승세 눈에 띄게 줄었다…“한국도 금리인하 여건 갖춰져”
한은에서도 인정하듯 물가는 이미 뚜렷한 안정 기조를 보이고 있어 이제 남은 변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과연 얼마나 진정되느냐에 달렸다.
이달들어 일단 가계대출은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주담대 잔액은 이달들어 13일까지 2조 7600억원 늘어났다. 영업일당 2760억원 늘어난 셈인데, 이는 8월에는 4500억원 넘게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확연히 둔화됐다. 각 은행들의 ‘주담대 조이기’로 풍선효과가 우려됐던 신용대출 잔액은 되레 같은기간 4754억원 줄어들었다.
19일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빅컷으로 한국도 (금리인하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으며 10월에 한 차례 내릴 것”이라며 “한은이 10월 금통위까지 가계부채 흐름을 점검한 뒤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와 함께 내수부진에 대응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금리가 더 지속될 경우를 가정하며 “이후에 발표되는 국내 경제 지표가 생각보다 안 좋았을 경우 시장에선 한은이 고집을 피우다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금리 인하로 인한 정책 효과는 바로 나오는 게 아니고, 내년 상반기부터 내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이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다만,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전문가들은 한은이 큰 폭은 아니더라도 소폭의 인하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과 치솟는 가계부채때문에 금리 인하에 유보적 입장을 가지며 큰 폭의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에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내수진작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치고, 내수 침체와 금융부실이 여전히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10월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갑자기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며 “이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금리와 대출 등에 반영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수장들도 이날 가계부채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으며, 거시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가계대출은 주택거래 증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했다”면서 “9월부터 시행한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총리는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향후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내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례 7차례 중 4차례는 경기가 연착륙했지만 3차례는 경기침체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향후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면밀히 살피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효과를 세밀하게 점검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할 계획”이라며 “필요시 상황별 거시건전성 관리수단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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