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에 상추 싸먹겠네"…채소가격 들썩
#.광주 북구 운암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서모씨(41)는 요즘 시름이 깊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손님이 없는데 장마로 인해 채소가격마저 크게 올라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서씨는 “경기가 워낙 안좋아 단골장사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데 쌈채소 값이 급등해 부담이 크다”며 “갑자기 채소양을 줄였다가 손님들에게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이 역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폭염과 함께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장마까지 덮치면서 채소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주요 쌈채소인 상추값이 돼지고기값을 추월하면서 항간에는 ‘고기에 상추를 싸먹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 KAMIS)를 분석한 결과, 전날 기준 광주지역 전통시장 및 유통업체의 적상추 100g 소매가격은 2323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113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5.5% 오른 가격이다.
또 평년(1670원)과 견줘서도 39.1% 올랐다.
반면 같은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통해 확인한 국내산 돼지고기 앞다리살의 광주지역 평균 가격은 100g 당 1241원으로 확인됐다.
삼겹살 100g 당 평균가격도 2789원으로 최근 상추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 ‘돼지고기에 상추를 싸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추 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들의 오름세도 상당하다.
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5160원으로 평년(3339원) 및 지난 1일(3770원) 대비 각 54.5%, 36.8% 올랐다.
시금치는 100g 기준 소매가격이 1637원으로 평년(1238원)과 지난 1일(1075원)과 비교해 각 32.2%, 52.2% 올랐고, 개당 2647원인 무(평년 1699원, 지난 1일 1995원)는 각 55.7%, 32.6% 뛰었다.
또 ㎏ 당 평년 3248원, 지난 1일 3253원을 보였던 열무는 47.9%, 47.7%가 오르며 전날 기준 4807원의 소매가격을 형성했다.
알배기 배추(쌈배추) 1포기 소매가격 역시 3054원으로 평년(2484원) 및 지난 1일(2425원) 대비 22.9%, 25.9% 각 급등했다.
깻잎의 경우 100g 당 소매가격이 2253원으로 평년(2286원) 수준과 비슷했다.
이처럼 최근 각종 채소류의 가격이 급등한 데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데다 장마에 따른 폭우로 농가 피해가 생기면서 가격 오름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내린 비로 1만756㏊ 규모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고 밝혔다. 이는 축구장 1만5000개에 이르는 수준이다.
전남에도 시간당 100㎜가 넘는 강한 비가 내렸고, 특히 해남에는 시간당 78.1㎜의 폭우가 쏟아져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문제는 앞으로 채소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장마가 물러간 뒤에도 폭염과 태풍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채소가격이 급등하는 등 여름철마다 농산물 수급 불안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현재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배추, 무 등 노지채소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 가용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고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한 병해충 방제 등 지원방안을 밝혔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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