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양생명 '4년 만' 우수 직원 격려 여행에 대표이사 불참

(사진=동지훈 기자)

동양생명이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보험설계사와 영업관리자를 격려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 저우궈단 대표가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연례 행사인데, 노동조합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에 대표가 불참한 상황이 됐다.

24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THE-K호텔에서 '2023 연도대상 시상식'을 열고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보험설계사와 영업관리자 92명을 시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년 만에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와 주요 경영진, 수상자 등 약 450명이 참석했다.

저우궈단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설계사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덕분에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당사는 2023년을 '영업의 해'로 지정,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동양생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THE-K호텔에서 열린 동양생명 '2023 연도대상 시상식' 모습. 왼쪽부터 김인영 FC본부장, 장금선 명예상무, 저우궈단 대표. (사진=동양생명)

시상식 이튿날인 지난 13일에는 한석희 명예상무(금왕사업부 금왕지점)와 장금선 명예상무(서울경기본부 새중앙지점)를 포함해 우수 실적을 기록한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해외여행이 마련됐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저우궈단 대표는 여행에 불참했다. 대신 13일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21일 귀국했다.

동양생명은 해마다 우수 실적을 기록한 직원들과 시상식을 가진 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해외여행을 간다. 올해 여행 역시 시상식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이었다. 목적지는 스페인이었다. 지난 13일 출국한 이들은 21일 귀국하는 8박9일 일정으로 여행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연도대상 시상식은 1부 시상식과 2부 만찬으로 진행되는데 저우궈단 대표는 1부 행사 이후 자리를 나왔다"며 "이튿날부터 이어진 여행에도 함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측은 저우궈단 대표의 스페인 여행 불참과 중국행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노조는 저우궈단 대표뿐 아니라 다른 고위급 임원이 여행에 불참한 점도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대표가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이면 영업을 총괄하는 CMO라도 동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여행에는 부문장들만 참석했다"며 "직원들 사기를 올리기 위한 여행인데 오히려 사기만 떨어뜨린 꼴"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저우궈단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노조는 저우궈단 대표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자 여행 불참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동양생명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저우궈단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 도입 등 여러 현안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임금협상 과정에서 교섭단체 의견을 배제하는 등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관계가) 좋든 좋지 않든 리더십을 갖고 포용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며 "퇴진 운동을 하는 것도 상대방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본인이 결정한 대로 따르라는 불통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동양생명 경영진과 직원들의 '괴리감'은 우수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적 악화를 심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2년 동양생명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740억원으로 전년 동기(2756억원) 대비 73% 급락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순손실이 693억원이다. 이로 인해 고배당주로 꼽혔던 동양생명은 상장 이래 배당금을 처음으로 지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