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다니다 벤처 투자가로 변신…회사 100개 판 이 사람의 조언
사이릭스·도큐사인 등 상장
매각 성공 기업도 100여개
“한국 벤처 기술잠재력 풍부
정부지원금 의존 하지말고
정통VC 투자 목표삼아야
글로벌무대서 활약 가능해”
이인 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는 반도체 업체 사이릭스, 전자서명 업체 도큐사인 등 수많은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매각을 성사시켰다. 그가 지금껏 나스닥에 상장시킨 기업만 8개, 매각에 성공한 기업은 100여 개에 달한다. 최근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LG 스타트업 발굴 육성 행사 ‘LG 슈퍼스타트 데이 2024’에 참가해 강연을 펼쳤다. 이어 10일엔 서울대 공대 창업동아리 학생들과도 만나 창업 노하우를 전했다.
강연을 마치고 매일경제와 만난 이 교수는 “40년 만에 돌아와 만난 LG·벤처 업계 후배들의 에너지는 놀라웠다”며 “‘아이디어 천국’인 한국 벤처의 미래를 상상하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한국의 통신 인프라는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아요. 한국인은 변화에 민감하며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경쟁심도 강하죠. 빨리빨리 문화도 벤처 창업엔 도움이 되는 덕목입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한국에서 탄생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벤처회사는 국내 벤처인들의 역량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실패를 미화하는 문화도 짚었다. 그는 “벤처 관련 강연에 가보면 아직도 ‘뜨거운 가슴과 열정으로 부딪혀보라’고 한다”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책임 못 질 무책임한 소리”라고 꼬집었다. 한 번 창업에 실패하면 다음 기회에 성공하긴 더 어려우며, 실패한 트랙 레코드를 쌓은 창업가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경고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냉철한 이성이에요. 열정은 그다음이죠. 꼼꼼한 분석 후에 창업해야 실패했을 때도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창업 전 철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내수 시장을 공략할 건지, 글로벌 무대로 나갈 건지를 명확하게 디자인해야 해요. 한국에서 해보고 잘되면 글로벌 시장도 공략해 보겠다는 안일한 전략으로는 절대 글로벌 벤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어 그는 “범위가 작더라도 일단 한 가지 사업 분야를 파고들어 성공을 거둬야 확장도 가능하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벌여서는 절대 성공 못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토종 스타트업의 탄생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나는 업계 사람들에겐 항상 ‘벤처의 보석을 찾으려면 한국에 가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창업가들의 아이디어는 돋보여요. 더 많은 한국 토종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자리매김할 날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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