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이 부모님 댁 사진첩을 몇 달에 걸쳐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한 장씩 전부 스캔했다는 것이었습니다.무슨 일로 그 고생을 했느냐고 물었는데, 이유를 듣고 나니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몇 달 걸린 작업
형은 주말마다 부모님 댁에 들러 사진첩을 넘겼다고 했습니다. 낡아서 들러붙은 사진은 하나씩 떼어 냈다고 했습니다. 수백 장이 넘는 분량이었습니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별일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이유를 몰랐습니다.

형이 말한 이유
형은 지난 여름 장마에 옆집이 물에 잠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진은 한번 잃으면 되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가장 아끼시는 것이 그 사진첩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원본은 그대로 두고 사본을 남겨 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을 나눠 받은 날
형은 파일을 정리해 저와 누나에게도 나눠 주었습니다. 부모님 휴대전화에도 몇 장 옮겨 드렸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손주들 사진을 자주 들여다보신다고 합니다. 형은 여전히 별말이 없습니다. 준비는 대개 말없이 하는 사람 몫이었습니다.

형제 중 누군가는 조용히 뒤를 챙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이 없으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고맙다는 말은 늦기 전에 하면 좋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다음도 이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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