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데믹’ 시대를 맞아 바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상업 공간에 대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일부는 오프라인 매장의 크기는 줄이되 소비자들과의 접점은 늘리는 방식으로 앤데믹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해외 리테일 공간은 엔데믹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DBR 354호에 실린 기사 일부를 소개한다.
팬데믹, 재택근무, 워케이션, 홈코노미...
불과 3년 전만 해도 생소하던 이러한 단어들이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만 봐도 팬데믹 이후 달라진 소비자 지형을 읽을 수 있다. 집에서 일만 할 뿐만 아니라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하는 ‘홈코노미’ 트렌드는 더욱 확대됐고 이런 변화는 오프라인 상업 공간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는 밝다고 점쳐지지 않았다.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을 뜻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가 2017년 이후부터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자주 등장했고, 상업 공간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끝에 ‘위드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상업 공간들도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전미소매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1년 8100개의 매장이 개점했다. 이는 폐점한 매장 수인 3950개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새롭게 들어서는 상업 공간들은 분명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팬데믹 이후 바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상업 공간 또한 전략이 수정된 것이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할 상업 공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분산: 크기는 줄이고 접점은 늘리다
코로나 이후 발견되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트렌드 중 하나는 상업 공간의 크기는 줄이는 대신 점포 수를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커다란 매장에 재고를 쌓아 놓고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대도심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든 점 또한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최근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IT 기업 중에도 하이브리드형 근무제, 즉 재택근무와 오피스 출근을 혼합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도입한 곳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거나 집 근처의 쇼핑몰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이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마련된 대형 매장의 고객 유인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팬데믹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상업 시설의 감염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상업 공간에서의 체류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 변화에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들은 크기를 줄이는 대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형 매장을 여러 곳에 출점해 매장을 분산시키고 상업 공간을 ‘물건 판매’가 아닌 ‘쇼핑 체험’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설계한다. 소형 매장의 주요 목적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백화점들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명확히 포착된다.

- 160년이 넘는 역사
- 2020년 42개의 점포를 폐점
- 2021년 시카고 최대 번화가 미시간 애비뉴 매장 철수
새로운 전략 : ‘마켓 바이 메이시스(Market by Macy’s)’
- 규모 약 1653∼1983㎡(500∼600평)
- 기존 백화점의 5분의 1 정도의 크기
- 엄선된 제품만을 모아서 전시
- 매장 내에 카페 및 업무 공간을 마련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
- 2022년 9월 현재까지 5개의 매장을 개점, 美 중-동부로 확장예정

새로운 전략 : ‘블루미(Bloomie’s)
- 규모 약 2050㎡(620평)
- 기존 매장의 10분의 1 크기
- 패션 MD 큐레이션 강화
- 스타일링 /수선 /온라인 구매 반품 등 신규 서비스 추가
- 비구매고객도 환대, 편의휴게공간 제공
매장의 소형화 역시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된 트렌드다.

- 백화점 평균 면적 1만3223㎡(약 4000평)
새로운 전략 : 노드스트롬 로컬(Nordstrom Local)
- 매장 면적 109∼278㎡(약 33∼84평), 기존 공간 대비 시 2%
-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
- 직원 상주, 샘플용 제품 전시
- 점포 내 쌓아두는 재고 X
- 고객이 온라인에서 선택한 제품을 지정한 매장에서 2시간 이내에 착용가능
이렇게 미국의 백화점들이 앞다투어 작은 형태를 지향하는 까닭은 미국 대형 쇼핑몰의 집객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CNBC 또한 “최근 소비자들은 빠르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원한다”며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창고형 매장을 대표하는 가구 제조 및 유통사인 이케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케아는 대도시 외곽에 커다란 창고와 같은 매장을 만든 후 다양한 가구를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가구를 사는 고객이 늘어나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이케아는 ‘도심형 매장’ 혹은 ‘플래닝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새로운 포맷의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런던을 시작으로 뉴욕, 파리, LA 등 전 세계의 대도시에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매장은 일반적인 이케아 매장에 비해 크기가 작다. 고객은 매장에 전시된 가구의 실물만 눈으로 확인하고 주문은 온라인에서 한다.

새로운 전략 : 일본의 도심형 매장
- 매장분산, 교외 매장 방문 꺼리는 젊은 고객층과 접점을 만들고자 노력
- 2020년 6월 하라주쿠 도심형 매장의 1호점 오픈, 인기 상품 위주 구성
- 2020년 12월 시부야 2호점, 2021년 5월 신주구 3호점 연달아 오픈
- 하라주쿠점 면적 2496㎡(약 756평), 일본 내 최대규모 신미사토점의 10분의 1
- 시부야 점포는 3100종류, 하라주쿠는 약 1000종류의 제품만을 전시
(*교외형 점포 약 9500종류 )
코로나 팬데믹은 지금까지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에 힘을 쏟던 유통 업체들이 거대한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소형 매장을 운영할 경우, 개점 비용도 적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와 같은 예기치 않은 외부 상황에도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실제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상업 시설을 대상으로 휴업 요청이 내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대형 유통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매장이 작아지고 분산되면 브랜드와 제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큐레이션이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나아가 단지 물건을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고객들이 자주 이용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매장을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54호
필자 정희선
정리 인터비즈 김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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