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이후 멈춘 한국 격투기.. 'UFC의 벽' 앞에 무너진 이유는?

[민상현의 크로스카운터] “패배를 배운다” 박현성, 2연패 속 다시 묻는다 — 한국 MMA의 내일은 있는가

박현성(사진 왼쪽) 특유의 압박은 브루노 실바에게 통하지 않았다. (사진 제공- UFC)

밴쿠버의 공기는 차가웠다. 경기장은 여느 때처럼 조명을 쏟아냈지만, 옥타곤 안의 공기는 싸늘했다.

‘피스 오브 마인드(Peace of Mind)’ 박현성(29)의 표정엔 더 이상 평정이 없었다.

ROAD TO UFC 챔피언으로 UFC 플라이급(56.7kg)에 입성했던 그는 19일(한국시간), 브루노 실바(35·브라질)에게 3라운드 2분 15초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패했다.

두 번째 서브미션 패배, 두 번째 랭킹 진입 실패.한국 격투기가 ‘정찬성 이후’라 부르며 준비해온 새로운 얼굴은, 또 한 번 벽 앞에 멈춰 섰다.

브루노 실바는 노련했다. 오른손 어퍼컷으로 자존심을 흔들고, 방어 태세로 전환하자 하단 테이크다운을 파고들었다.

박현성이 타격을 막으면 그래플링이 기다렸고, 그래플링을 의식하면 카운터가 날아왔다.

통계는 잔인했다.
유효타 31-46, 테이크다운 1-5.

한때 10연승, 9연속 피니시로 동양 무대를 제패했던 파이터는 UFC의 시스템 앞에서 교과서적인 한계를 보였다.

타격도, 방어도, 경기 내내 ‘읽히는 싸움’을 했다.

브루노 실바(사진 오른쪽)의 어퍼컷은 끊임없이 박현성을 괴롭혔다. (사진 제공- UFC)

박현성의 싸움엔 기세가 있었다. 그러나 UFC는 기세보다 디테일을 원했다.

그의 스타일은 직진형이었다. 상대의 공간을 좁히며 압박을 강화하는 타입. 그러나 실바는 한 템포 빠른 ‘패턴 분석’으로 그 직진을 무력화했다.

2라운드 왼손 오버핸드에 녹다운된 순간, 경기는 끝나 있었다. 3라운드의 과감한 압박도 다시 테이크다운에 묶여 초크로 마무리됐다.

경기 뒤 박현성은 SNS에 글을 남겼다.“패배했습니다. 경기력과 실력 모두 부족했습니다. 비판과 비난, 겸허히 받겠습니다.”

그는 담담했지만, 그 말 뒤엔 묵직한 자책이 있었다.


정찬성의 은퇴 이후 첫 랭커를 꿈꾼 한국 MMA 팬들에게 그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상징은 질문으로 남는다.

한국 격투기는 왜 또 이 벽 앞에서 무너지는가?

한국 종합격투기의 기술적 레벨은 높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방향이다.

정찬성이 보여준 ‘전투철학’ — 싸움의 이유, 존재의 의미 — 그 단단함이 박현성 세대에선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실바는 옥타곤에서 "나는 두 명의 톱10에게만 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현성은 그 문장에 응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어서겠다고 했다.

UFC는 냉정하다. 두 번의 패배는 곧 평가의 분수령이다.

그러나 ‘코리안 좀비 이후의 세대’가 진정한 피스 오브 마인드를 찾기 위해선, 이 냉정한 계단을 거칠 수밖에 없다.

패배를 배운다.그럼에도 다시 싸운다.그게 파이터다.

그리고 이제, 그 싸움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 박현성의 남은 미션이다.

이제 UFC의 문 앞에 선 ‘피스 오브 마인드’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평화가 아니라, 패배를 견디는 철학이다.

글/구성: 민상현, 김 PD